THE MONTHLY ART MAGAZINE-ART KOREA WEBZINE

표지작가

김상순 - 소재에서의 절대해방, 표현주의 양식의 심상예술

이달의 작가

조태근 - 생의 열정을 자극하는 자연의 생명력

엄기환의 자연주의

기산 고만식화백 작품전에 부쳐

박야모 - 서정적이며 생동감 넘치는 실경산수 돋보여

작업실 탐방

도요 - Feminism의 전위작가의 작품세계

작가에세이

박상희 - 작가의 시선으로 본 공공의 미

김보미 - 林...바라보다

2007년 01월호 > 작가 > 이달의 작가 > 엄기환의 자연주의

Untitled Document

이달의 작가

Eum, Ki Whan

엄기환

2007. 1. 18 - 1. 24
백악미술관

한국화가 엄기환의 여섯 번째 작품전이 지난 1월 18일부터 24일까지 백악미술관(인사동)에서 열렸다.
수묵화를 하는 많은 작가들이 전통적인 수묵화를 버리고 채색화 내지 추상화로 방향전환을 하고 있으나 그는 고전을 답습하거나 틀에 박힌 관념산수를 하기보다는 우리의 강산을 나름대로의 필법과 조형양식으로 독창적인 실경산수를 표현하고 있다. 한남대학교미술교육과, 성균관대학교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전광역시미술대전, 겸재미술대전 등의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에 출강하여 후학을 지도하기도 한 그는 이번 작품전에 <장가계 천문산><만휴정><금강산 삼선암><감익는마을><황산 시신봉><황산 오어봉의 아침><구름에 가려진 연화봉>등 50여점이 선보였다.
- 편집부 -

엄기환의 自然主義

이열모 / 한국화가

山에는 精氣가 있다. 그 정기가 萬物造化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山에서 비롯되는 이 정기의 드러남이 바위요, 나무요, 계곡 따라 흘러내리는 물인 것이다. 江과 바다로 이어지는 山精의 氣를 받아 모든 生命體는 약동하는 것이다.
이 山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않고는 동양의 문화를 理解하기 어렵다. 世界의 지붕이라고 하는 저 히말라야 靈峰의 신비한 靈氣가 南으로는 印度大陸을 北으로는 中國大陸을 이루었으며 東方北쪽의 끝자락에 이르러서는 다시 한번 白頭山에서 氣를 모았다가 南으로 뻗어내려 韓半島를 이룬 것이다. 그래서 東洋의 文化는 山의 文化라고 할 수 있다. 宗敎와 思想藝術 모두가 山을 빼 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것이 東洋의 그림에서 山水畵를 으뜸으로 올려놓는 정신적 배경이기도 하다. 山의 정기를 그림으로 담아냄이 山水畵이기 때문이다.

감 먹는 마을 63 x 46cm

晩休亭 40.5 x 72cm

山의 意味, 山의 精神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山에 자주 오르는 것이 방법일 것이다. 山의 外形보다도 중요한 것이 山과 나와의 交感이기 때문이다. 山을 놓고도 사람 따라 그 받는 느낌은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옛부터 많은 화가들이 山을 그려왔지만 時代에 따라 지역에 따라 늘 새로운 산수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世上이 産業社會로 發展하면서 自然의 意味는 많이 달라져 가고 있다. 都市文化가 우리의 日常을 支配하게 되었고 시골마저도 아파트로 채워지면서 山은 점점 우리의 意識에서 멀어져 간다. 지금의 도시환경이 새로운 개념의 自然으로 인식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빌딩과 가로등과 간판과 쇼윈도우가 자연으로 둔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日常에서 늘 대하고 있는 주변 환경이 자연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동양화, 한국화를 한다는 사람 중에도 산을 그리는 사람이 줄게 되었다. 시민의식이 바뀌면서 山水畵를 알아주는 사람도 드물어졌고 이제는 畵壇에서도 山水畵家는 외로운 存在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오늘의 世態에서 山水畵로는 속칭 人氣作家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山과 들과 계곡에 미친 사람은 거기를 못 떠나고 거기에 熱中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삶의 의미와 喜悅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끝내는 산에다 혼을 묻는 것이다. 藝術은 自娛의 念으로 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기도취가 없고서는 그 어려운 창작의 幸苦를 감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自己의 興에 겨워 신들린 듯 몰두하는 행위야말로 藝術창작의 진솔한 태도일 것이다. 東西를 막론하고 이런 사람들, 즉 진정한 예술가들은 孤獨을 宿命으로 여기고 살아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嚴基煥은 산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다. 그의 情緖는 山村에서 길러진 自然主義이다. 都市에 나아가 大學에서 그림을 배웠지만 成長期에 形成된 정서가 平生을 좌우하는 법이라 여전히 自然主義的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 素材는 늘 山이고 그 아래의 溪谷과 山村이고 田園이다.
엄기환은 致烈한 作家라고 할 수 있다. 그를 情熱的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나는 그의 生活을 어느 程度 알고 있기 때문에 치열하다고 하는 말이 그에게 는 어울릴 것 같다. 그의 生活與件은 결코 平坦한 편이 아닌 많은 逆境을 거쳐 오면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타고난 화가의 氣質이라고 해야 할 그의 性情은 외곬이고 强直이고 非妥協이다.

武夷山大王岩 76 x 23cm

風呼亭 126 x 22.5cm

그의 이러한 性格이 世上 살아가는 데는 고달플 수밖에 없겠으나 진정한 작가가 될 수 있는 마음바탕은 이런 것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세상이 너무 타락하고 많은 화가들마저도 탁류에 휩쓸려 썩은 名利에 급급한 세태라 초연할 수 있는 용기는 값지고도 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山에서 우리가 얻는 감흥은 장중함과 의연함 그리고 심오함이다. 고독한 가운데 山과 독대하여 명상에 잠길 때 세속을 잊는 동시에 심오한 大自然의 품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니까 山水畵情神의 요체는 알고 보면 俗塵 세상과의 끊음인 것이다. 修道僧같은, 아니 그 보다 더 치열한 刻苦의 노력과 수련 없이는 창조적인 예술은 불가능한 것이다. 山의 氣韻을 그림으로 그려낸다는 것이 그 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엄기환의 그림이 근래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것은 그 自然의 숨결을 먹과 선으로 추구하는 진지함이라고 할 수 있다. 用墨과 運筆이 동양화의 生命인데 꽤 오랜 세월 그는 여기에만 매달려 탐구해 왔기 때문에 지금에 와선 자기 나름의 세계를 이루어가고 있다 하겠다.
오늘날 수묵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싸늘하다고 할 만큼 냉냉하여 많은 화가들이 전통적인 수묵화를 버리고 채색화 내지 추상화로 방향전환을 하고 있으나 엄기환은 남이 알아주든 말든 고지식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작업이 고전을 답습하는 것이거나 틀에 박힌 관념산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눈으로 본 우리의 江山을 나름대로의 필법과 조형양식으로 독창적인 실경산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온통 서구화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산수화가들의 입지는 어려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변하여도 우리의 본 모습, 즉 한국만의 正體性은 지니고 나아가야 한다고 할 때 이들의 노력은 헛되지 만은 않을 것이다.
엄기환의 그림 수업과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학부시절 그의 스승인 野松선생으로부터의 영향이다. 線條위주의 탄탄한 골격 구성이 그것이다. 그 후 成均館大 대학원에서는 濃墨과 淡墨의 적절한 배합에서 오는 분위기 조성 즉, 원근감의 강조와 主從 설정에 있어 强弱의 과감한 對比 등을 실험하였다.

먹의 우림에서 이루어지는 화면의 운치 조성 등은 위에서 말한 用墨의 妙에서 생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룰 때 화면에서 墨香을 머금은 韻律이 번져 나오는 것이다.
엄기환이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이 문제를 놓고 본인 스스로도 고민하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조심스럽게 말 할 수

金剛山三仙岩 58 x 75cm

있는 것은 지금의 작은 성취에 자족하지 말고 늘 겸손한 자세로 자성하는 일이다. 먹 맛을 알고 붓 끝이 익어갈수록 경계해야 할 것은'巧'에의 치우침이다. 그림의 生命은 格調에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란한 붓놀림이나 감미로운 渲染이 반드시 그림의 격조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박하고 미숙한 데에서 그림의 기품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後山詩話」는 寧拙毋巧요 寧朴毋華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졸할망정 교하지 말(毋=말무) 것이며 투박할망정 화려하지 말라는 것이다. 後山은 詩를 두고 이렇게 말했지만 이는 모든 예술에 해당하는 말이기도 하다.
격조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두말할 것도 없이 작가의 인품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을 통해 그 작가의 성정과 인품을 헤아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 예술하는 사람들이 평생을 두고 인격도야에 힘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황폐해져가는 人性의 시대, 과학문명의 잔해들로 오염된 환경이 인간본연의 숨통을 옥조이고 있는 이 살벌한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고 인간다운 삶을 되찾는 길은 자연주의로의 회기밖에 달리 길이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山과 自然은 우리의 영원한 생명인 것이다.
그림밖에 모르는 엄기환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그의 진지함과 소박함이다. 늘 연구하고 고민하는 그의 태도에서 더 나은 수묵세계가 펼쳐지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遊仙亭 63 x 46cm

草澗亭 77 x 36.5cm

주요약력

•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 및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 개인전 5회
• 2005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 충남한국화협회전('86~'88)
• 대전한국화협회전('89~'91)
• 한국화 100인전(세종문화회관/대전)
• 의식의 확산전(경인미술관/서울)
• 문인화정신의 탐구전(시립미술관/서울)
• 새천년을 향한 도전전(시립미술관/대전)
• 수묵화. 새천년의 오늘전(시립미술관/서울)
• 한국미술 정과 동의 미학전(갤러리 한스/서울)
• 한.중 현대미술의조명전(세종문화회관/서울, 사천성미술관/중국)
• 동양화 새천년전(공평아트센터/서울)
• 1992~'96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 출강
•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개천미술대전, 순천미술대전, 겸재미술대전 심사위원

현재
• 청림회, 동방예술연구회, 자연전, 울타리없는 모임 회원
한국미술협회 대전지회 이사, 환경미술협회 대전지회 이사,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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