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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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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논단

박선규 - 그림의 현대적 담론

2007년 06월호 > 특별기획 > 미술논단 > 박선규 - 그림의 현대적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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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논단/ 그림의 현대적 담론

그림의 현대적 담론

Park, Sun Kyu

글 : 박선규 / 철학박사

• 원광대학교 대학원 ( 미술학 석사 ), • 대만 문화대학교 철학연구소 ( 문학석사 , 미학전공 ),
• 대만 동해대학교 철학연구소 ( 문학박사 , 미학전공 )
• 전 ) 중등학교 교직 경력 13 년 , 대학 및 대학원 경력 15 년 , 대만 동해대학교 겸임교수 2 년
• 현 ) 사단법인 한국미술창작협회 이사장 , 의재정통유화연구원 지도교수
• 논문 : 易學與樂記中美學原理探究 ( 중국 문화월간 ), 藝術論 ( 중국 문화월간 ),
藝術與創造定律 ( 중국 대만성 교육청 문화논문집 ), 예술과감정 ( 한국 정신문화원 계간 논문집 ) 외
美學 . 예술철학 . 조형론 . 기교론 . 평론 . 감상에 관한 논문 다수
• 저서 : “繪畵思想與造形理論” ( 中文 ) “道思想과 繪畵世界” “美學이란 (1) ” “사색의 모델”
“이 시대를 바르게 살아가는 길” “현대미술도 예술인가”, “예술과 창작” “예술이냐 외설이냐”
“산수화와 그정신” “산수화의 조경이론” “문부와 그 미학” “공자는 안 죽어”,
“석도는 그림을 이렇게 그리라 하였다” “멍청한 심사와 응모작품” “제멋대로 ( 隨意 ) ”
“미학이란 (2) “ ”람상 1 “ ”람상 2 “ ”람상 3 “ 등 19 권
• 작품활동 : 유화 . 수채화 개인전 11 회 단체전 다수 출품 , 유화 50 인 초대전 출품 ,
아시아수채화연맹전 출품 , 맥시코 수채화비엔날레 출품 , 한국수채화협회전 출품 ,
공모전 심사위원 역임 ,
2001 년 제 26 회 한국수채화협회전 출품 , Fine Art Communication 협회 일본 동경전 출품
• 수상경력 : 교육공로상 3 회 수상 , 공모전 유화부문 3 회 수상 , 서예부문 2 회 수상

149. 신고전주의 실패
150. 가장 위대한 그림
151. 복고주의의 비극
152. 각종 화파의 잔해
153. 화가의 지위
154 화가의 탄생

155. 화가는 훌륭한 재능의 소유자
156. 라파엘의 천재
157. 창작과 모작
158. 천재와 법
159. 천재의 비정상성
160. 화가의 창작태도

161. 화가는 자기인식을 위한 투쟁
162. 오늘의 작가
163. 색
164. 빛과 명암
165. 빛과 검정색 및 흰색
166. 화가의 임무

지난호에 이어서

149. 신고전주의의 실패
19세기 중엽 화가들은 어떠한 양식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말 그대로 우왕좌왕, 갈팡질팡.......... 그러나 무릅을 꿇을 수 없기 때문에 생각해낸 것이 복고주의로서 “신고전주의”이다.

신고전주의는 본래 그리스 로마미술의 아카데믹한 이론을 부활하여 그 이상(理想)에 복종하자는 것이었다.
헌데 신고전주의는 이론으로는 그리스 로마미술의 이상에 따르자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러하지 못하였다. 다만 새로운 양식창안에 정렬을 쏟을 뿐이었다. 진정으로 그리스 로마미술을 이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양식이란 사실상 학문적 유희에 불과하다. 자신의 강령을 독단적으로 주장하는 무모한 싸움에 의하여 양식과 양식의 대립은 개개인에 의하여 주도되는 신랄하고 무질서한 경쟁적 전쟁이 되고 말았다.

어떠한 양식일 때 그림의 본질을 잃지 않는 가장 바람직한 양식이 될까에 대한 연구는 하지 않고, 입으로 그림을 그리고 양식을 말하며 순박한 화가들의 영혼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러한 신고전주의는 결국 실패로 끝나고, 아울러 인상주의 운동이 일어났으며........ 아마 19세기와 20세기는 양식의 전성기였을 뿐, 그래서 미술사적 그림은 있지만 심미적 그림이 없는게 아닌가 사료된다.

150. 가장 위대한 그림
영국의 미술, 건축평론가인 러스킨(John Ruskin,1819~1900) 은 “가장 위대한 그림은 가장 많은 수의 가장 위대한 이념들을 관람자의 마음 에 전달해 주는 것이다”하였다.

그리고 “자연 현상 가운데 가장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최선을 다하여 그린 그림보다도 낫기 때문에 가장 고상한 주제는 곧 자연이다”하였다.

이에 의하면 자연의 진실만이 가장 고상함을 완전히 성취해낼 수 있다는 이론이 성립된다. 또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최상의, 그리고 가장 완성된 진실만이 삶의 모든 것에 대하여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가장 고상한 주제를 자연에서 취하고, 그 진실을 가장 진솔하게 묘사하고 표현하였을 때 모든 이념들이 그 안에 용해된 가장 위대한 그림이 된다는 것이다.

151. 복고주의의 비극
복고주의자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자연에 대한 애착”과 “고고학적 정신계승” 또는 “고전주의적 양식의 부활”을 꾀하였으나 결국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왜야 하면 그들은 양식으로서의 양식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면서, 그래서 모든 양식을 포괄할 고고학적 양식에 대한 “양식부활”의 중요성을 인식 하였으나 단 한 점의 그림도 이에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박선규 作 <여인> 76.0 x 110cm

사실 복고주의자들이 바라는 고전주의의 부활은 고전주의의 양식을 피상적으로 모방하는 것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아카데믹한, 철저한 기본교육을 받지 않으면 고전주의 양식의 이면에 내재한 심미적 규칙을 이해할 수가 없다.

심미에 관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대하는바 복고주의적 이념의 구현은 처음부터 망상적인 것이다. 고전주의의 양식이 그 것모습만 보고 모방하는 것으로 가능하다면 복고주의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르고 시작하였기 때문에 복고주의는 완성의 단계에 이르기도 전에 시작 하자마자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양식은 기능의 결과에 불과하다. 굳이 양식을 선호한다면 그러한 양식의 존재이유부터 아는 것이 순서이다. 양식의 차이는 “밥그릇과 국그릇의 차이”와 같다. 내용을 모르고 형식을 취하면 접시에 국을 담는 것이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본작품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수직, 수평 구도에 의하여 화면을 구성한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시대의 비례법으로 말하면 황금비례의 일종으로서 1:1.732의 비례에 의한 구도이다. 보다 미적 감각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서 이 비례법으로 화면을 구성 하였다.
그림은 개개인의 감성 중심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로 부터 성문화한 '구성법칙'에 의하여 그려야 한다. 가장 개성이 있고 모든 사람들의 정서와 소통되는 '미적인 것"은 바로 자연의 이치와 같기 때문이다.

152. 각종 화파의 잔해
앞에서 “양식은 기능의 결과”라고 말하였다. 말하자면 양식은 시대적 배경에 따른 화가들 자신의 인위적 창작행위의 결과라는 것이다. 공부가 덜 된 화가들이 추구하는 특정한 재료나 개인 감정표현 위주의 방자한 표현방법의 하나라는 것이다.

양식을 강조하는 그림은 진리를 바탕으로 하는 창의적인 것도 아니고, 이론적 심미학의 지배하에서 그려진 그림도 아니다. 단지 화가 자신들의 필요조건에 따라서 창작된 것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그림들은 그림을 그렇게 그려야 하는 이유 같은 것도 없다. 그저 “내가 좋아서”라는 막연한 조건만이 있다.

더구나 오늘날 널리 퍼져있는 아이디어와 양식의 혼돈 속에 자신을 내동댕이 친 “상황전개”에 그치는 그림들만 있다.(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그림은 그 질이 높지 못하다.)

말하자면 각종 화파들이 남긴 실패의 흔적들을 한 곳에 모아 잡탕을 끓여놓은 것과 같은 것들만 있다. 진실한 미술양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 것모습만 모방하는 치졸한 것들이다.

각종 화파들의 잔해에 대한 각별한 인식이 절실히 요구된 때이다. 굳이 양식을 말하지 않더라도 모든 양식이 융화되어있는 “진리로서의 양식”이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리려면 그 각종 양식의 잔해를 뇌리에서 제거해야 한다.

153. 화가의 지위
르네상스 이전에는 화가들의 지위가 없었다. 그 인격에 대한 평가는 최하위였고 아울러 사회적 지위도 없었다.

말하자면 화가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전혀 없었다. 화가 자신들도 그러하였다. 작가로서 자기 이름을 내세우는 일이 없었고, 설령 남

겨놓았다 하더라도 관심밖의 일로 취급당하였다. “아트를 행하는 비천한 기계공”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면서 그 “이름도 없는 미천한 사람들”에게 황송하게도 영원한 불멸성을 부여받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화가는 당연히 휴머니스트로 사회적 지위가 격상되었으며 작가의 그 고고한 개성을 높이 평가하기에 이르렀다.

화가들의 이러한 사회적 지위확보는 그냥 된 것이 아니라 화가 자신들의 노력에 의한 것이다. 예를 들면 미케란제로의 “나는 상인 화가나 조각가가 아니다. 나는 나의 미술에 관한 한, 아무도 권력을 행사하지 않기를 간청한다.”또는 알베르티의 “천민을 위해 세워진 건축은 그 존엄성을 잃게 된다” 라고 말한 것처럼 스스로 자기 위치를 지켰기 때문이다.
물론, 라파엘의 귀족적 생활, 티티안, 폰타나, 베르니니, 보로미에 등은 귀족이었다는 점, 루벤스는 왕실의 외교관이었고, 반다이크는 궁중 조신이었으며, 프랑스 아카데미 화가들은 대부분 왕실에 종사하였다는 것, 아울러 품위있고 멋진 복장, 가발을 쓰며 인품을 스스로 격상시키는 노력을 했다는 것에 힘입은 것이다.

154. 화가의 탄생
바자리(Vasari)는 “화가는 미적 의식의 도구이다. 따라서 그 도구를 잘 사용만 하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하였다.

그런데 화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확고한 지식을 가지고 그림에 대한 불타는 열망으로 노력한다 할지라도 자연적 창조능력과 민첩한 손놀림이 결여되어 있으면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는가?
위대한 교육자는 1000명의 농부로부터 많은 귀족을 만들 수는 있으나, 화가는 단 한명도 만들 수 없다. 다만 발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에 머무른다.

화가는 오직 신(神)만이 창조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신에 의하여 화가로 만들어진 자신임을 알지 못한다. 혹자는 알면서도 그 재능을 갈고 닦아가는 일 자체가 번거롭다든가 혹은 그보다 더 흥미있는 놀이에 심취되어 포기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화가는 오직 신만이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은 붓자국 하나 하나가 신의 의지의 진정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화가의 표현과 영감이라는 천재의 특이한 정신작용은 곧 신의 경지이다. 따라서 화가는 신이 만든 또다른 신이며, 그러므로 신의 창조물과 같은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155. 화가는 훌륭한 재능의 소유자
화가다운 화가는 정말 천재이다. 천재란 남다른 훌륭한 재능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깨닳음이 부족하여 그 재능을 다 발휘하지 못하면 차라리 둔재만 못하다. 머리로 아는 것이 많으면 잔소리만 많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어려운 주제를 다룰 때 처음에는 영감에 의해 감동을 받은 듯 스케치를 즉흥적으로 아주 훌륭하고 대담하게 잘 한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에 들어가면 스케치할 때의 처음의 불꽃은 사라지고, 그림은 스케치할 때와 다른 것으로 변한다.

눈으로 보았던 것, 가슴으로 느꼈던 것, 손으로 그린 것이 각각 다르게 되어 처음의 감동이 전혀없는 것으로 너절한 쓰레기 같은 그림이 되고 만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화가가 그림을 마무리하면서 자기감정에 심취하여 가슴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그리기 때문이다. 자기감정에 몰입하여 가슴은 차가워지고 정열은 식어가 생동감을 잃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곧 “훌륭한 재능의 소유자”로서 그 재능을 다 발휘하지 못한 이유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정말 이유

는 신(神)이 창조했다는 화가의 본질적인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156. 라파엘의 천재
라파엘(Raffaello,1483~1520)은 3대화가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천재에 대하여 “격렬한 불꽃과 맹목적인 힘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지도된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천재는 1, 정확성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하고 2, 고전적 지식에 몰두하는 정신적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조형론의 존재가치는 1, 천재들의 상상력에 대한 잘못된 견해 환기 2, 훌륭한 작품이 지니고 있는 완정성에 대한 주의의 환기 3, 규칙이 천재를 속박한다는 천박한 견해를 불식시키는데 있다.”

라파엘의 독창적인 양식은 독자적인 양식이 아니라 고대 지식을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이것이 라파엘을 회화사상 3대화가의 한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157. 창작과 모작
루벤스는 세 가지 등급의 그림을 팔았는데 1, 자신이 전체를 완성한 것 2, 제자들이 그의 양식에 따라 그리게 한 후 루벤스가 마무리한 것 3, 제자들이 그의 양식에 따라 완성한 것이다.

반다이크의 초기 그림은 그의 스승인 루벤스의 그림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같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가 다른 화가를 모방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면 그는 자연의 아들이 아니라 자연의 손자가 되기 때문이다.” ................ “모든 대가들의 최상의 인도자인 자연이 아닌 어떤 것을 그들의 기준으로 삼아 얼마나 헛되이 그들 자신을 지치게 하였는가”하였다.
그러나 르네상스 특유의 개혁이라 말할 수 있는 양식의 다양성에 대하여 관대한 입장을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독창성 자체가 미덕은 아니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한 화가도 많다.

158. 천재와 법
쥬니우스는 천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즉 “오직 위대한 천재만이 규칙에 의하여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파격을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하였고, “하나의 작품이 실수투성이라 할지라도 천재의 성격을 정당하게 주장할 수있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완벽하더라도 천재의 번득임을 전혀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하였다.

화가들의 자유와 독창성은 언제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말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오직 규칙에 의존한 “자유와 독창성”이어야 한다. 화가들의 진정한 “자유 의지적 창작행위”는 자연 질서에 의지할 때만이 가능하다.

159. 천재의 비정상성
그림에 “미쳤다”는 별명을 자랑으로 알며 발작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비정상적 천재”라 하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는 비정상적 천재로서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불행하게 살았고, 자기 작품에 대하여 만족하지 못했으며, 실현될 수 없는 이상을 열망하였기 때문이다. 공포로부터 그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고자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은둔, 오만의 나쁜 성질을 가지 있었으며, 아울러 관대하고 사랑스러우며 겸손하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하였다.

따라서 이들과 같은 화가들의 천재성을 질환으로 여겼다. 불행하면 할 수록 더욱 고질화 되어가는 천재성은 화가로서 이성을 잃은, 말 그대로 비정상적인 천재이기 때문이다.

모네, 세잔느, 피사로 등의 작품도 작품이 우수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러한 비정상성 때문에 화가로서 주목받은 사람들이다.

이와 같은 광적인 천재의 유형은 여러 가지이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는 다른 천재들과 다르다. 그것은 자연을 법으로 하는 광적 화가들이기 때문이다.

160. 화가의 창작태도
화가의 정열은 꺼지지 않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아야 한다. 열정을 개발하고, 한 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던 것처럼 “힘을 달라”고 자신의 심장을 두드려야 한다. 미친 듯 그림을 그린 결과가 어떠하던지 최후 비판의 대상이 될지라도 미리 그것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정열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는 불안한 생각들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서 밤잠을 설치는 일이 있다 할지라도 화가는 자신을 괴롭히거나 실망시키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괴로워했던 것처럼 우선 가야할 곳을 정복하라. 원기와 육체적 힘을 재충전하라. 나가야 할 방향이 걱정된다면 잽싸게 화구를 챙겨라.

어떠한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라. 빈 털털이가 된다 하더라도 화구는 사야한다.

열정과 용기가 그대를 지탱케 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길을 찾지 못하더라도 개의치 말라. 자신만의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삶은 시들지 않는다.

161. 화가는 자기인식을 위한 투쟁
화가는 개인의 어떤 생각이 아니라 우주의 이상적 리듬을 재생산하고, 자기의 표현의 자유의지 자체를 객관화하는 긴 투쟁의 용사이다. 말하자면 자기인식을 위해 투쟁하는 화가는 모든 순간마다 우주 전체를 반영하는 사람이다. 즉, 우주적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서 투쟁하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 화가는 외부에서 변덕스럽게 명령하고 폭군처럼 통제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자신 속에 있는 신을 발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가을이 지나면 내년의 가을이 또 온다. 이처럼 삶이 곧 죽음이며, 죽음이 또한 삶이기도 한 그러한 자유의지로서의 활동을 열망하는 사람이 화가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림은 화가의 이러한 정신과 서정적 인격이 각인된 것일 때 그 가치는 무한한 것이 된다.

162. 오늘의 화가
알베르티(Alberti)는 오늘날 위대한 화가가 탄생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고대의 천재적인 선인들은 그토록 찬란한 과학과 풍성한 예술을 꽃피웠지만 오늘에 이르러 아무런 흔적없이 사라지고 누구 하나 돌아보는 이가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나의 가슴은 놀라움과

인옥순 作 <잎새> 41 x 31.8cm

비통으로 가득 찹니다. 참된 화가, 고귀하고 경이로운 천재들을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칭송받지 못하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혹시 만물을 창조하는 어머니인 자연이 그녀의 영광스러웠던 청춘 시기에 위대한 영혼들과 거인들을 기적처럼 배출하였지만 이제는 그만 늙고 지쳐서 더 이상 내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하였다.
만물을 창조하는 어머니인 자연은 영원히 늙지 않는다. 다만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늙어가 옛날처럼 경이로운 천재 화가들이 배출되지 않는 것뿐이다.

위의 글에서 “늙는다”의 의미는 인간본성이 황폐화 되어간다는 것이다. 본성이 황폐화 되었는데 새로움이 탄생될 수 있겠는가.

그림의 표현양식이 사실적인 것이나 추상적인 것이나 상관없이 반드시 표현되여야 할 내용은 "표현 내용의 진실한 사실성"이다.

그런데 사실화의 경우 대부분의 화가들이 "사실화에서 필요로 하는 사실성에 대한 이해부족" 으로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실화는 소재의 외형적 사실성과 그러한 외형을 형성한 내적인 것으로서 사실성이 있다.
외형적 사실성은 1, 질감 2, 양감 3, 형태성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형태를 이루는 외형적인 것으로서 "형태의 외형적 사실성"을 표현하기 위한 요소들이다.
내적 사실성은 1, 그러한 형태가 생기게 된 이유로서 형성법칙 같은 것 2, 그러한 형태가 존재하게 된 조건적인 것으로서 공간점유 3, 그것이 다른것과 조화를 이루며 시공간을 연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질감, 양감 등의 묘사는 외형적인 형태성의 사실을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형태에 내재한 어떤 진실을 가장 진솔하게 표현하려는데 그 의미를 부여해야 비로소 묘사로서 최상의 가치가 인정되는 것이다. 즉 사실적인 묘사는 형태이면서 형태 이면에 내재한 진실 같은 것을 표현하려는 것일때 의미가 있다. 사진의 사실성과 그림의 사실성의 차이는 여기에 있으며, 회화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나 그 목적도 또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하면 사진으로서 표현할 수 없는 사실성을 그림으로 표현해야 그림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화가는 추상화이건, 추상화이건, 마땅히 무엇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깊게 통찰해야 한다.

"표현양식의 다양화의 목적은 소재에 내재한 진실성"을 "가장 진솔하게 표현"하는데 있으며, 화가로서 가치도 여기에 있다.

본 작품은 바로 이러한 사실성 표현의 실험작이다.

김현 作 <도자기> 41 x 31.8cm

163. 색
화가라면 누구나 색에 대하여 고민해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의 그림은 색이 너무 어두어서 안좋고, 어떤 사람은 너무 붉은 색이라서 안좋고, 어떤 사람은 너무 경쾌해서 안좋다. 그러니 어떤 색을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색은 색의 3요소적 시각에서 그 활용방법을 찾으면 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색상면에서 보면... 1) 유사색 중심의 활용
                                       2) 보색 중심의 활용
2. 채도면에서 보면... 1) 순색 중심의 활용
                                       2) 탁색 중심의 활용
3. 명도면에서 보면... 1) 어두운 색중심의 활용
                                       2) 밝은색 중심의 활용 등이다.

한 점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곧 한권의 책을 쓰는것과 같다.
만약 그 책이 우리가 배운 말과 문법으로 쓰여 있다면 책에 쓰여진 내용들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수 있을것이고, 아울러 책을쓰는 사람이 독자에게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림도 이와같이 모든 사람들의 정서속에 녹아있는 그러한 정서와 부합되는 "미적 구성원리" 에 의하여 그려 졌다면 작가가 관객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그림은 이 작품에서 보는 바와같이 미적 구성원리를 응용한 표현양식으로 그려야 한다.

그런데 흰색과 검정색의 활용은 그 기본이 된다. 즉 무채색인 흰색과 검정색의 혼합에 따라 무궁무진한 색의 종류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색의 깊은 맛, 색의 선명한 맛을 내는데는 무채색의 활용에 있는 것처럼 색들에게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무채색에 있다. 따라서 먼저 무채색의 활용에 달인이 된후에 다른 색의 활용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164. 빛과 명암
한 달만 햇빛을 보지 않고 지하에 있으면 자연사한다고 한다. 따라서 빛은 모든 생명체에게는 필요불가결한 생명의 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빛은 생명체뿐만 아니라 그림에 있어서도 표현의 절대가치를 가지고 있는 “표현요소의 하나”이다.

그런데 빛은 아름다움 그 자체로서 태양으로부터, 불꽃으로부터 나오기도 한다. 이 두 가지 광원의 성질사이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그림자와 관계된 것으로 1, 태양광선은 물체와 비슷한 크기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2, 불빛은 실제 물체보다 크게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것이다.

같은 점은 빛이 어떤 물체에 닿으면 차단되어 입사각을 이루면서 왔던 방향으로 퉁겨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빛의 반사효과는 간단히 거론할 것이 못된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다음 기회에 논하기로 하고...) 회화의 기적을 이루는 것도 이 “빛의 반사효과”에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하는 “명암”의 효과를 극대화하지 않으면 빛의 반사효과가 아무리 회화의 기적을 이루는 신비함이 있다 하더라도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명암과 빛의 반사효과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 대하여 깊은 연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격이 있는 그림은 이 두 가지를 응용하는 남다른 감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65. 빛과 검정색 및 흰색
그림공부를 할 만한 가치에 대하여 말한바 있지만, 말하자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아울러 찬사와 불멸의 명예를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림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학식의 깊고 얕음에 관계없이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그림이기에 철저히 공부해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연구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서 우선 흰색과 검정색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하여 연구해야 한다.

빛 자체가 색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며, 빛의 조절은 흰색과 검정색에 의해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정색과 흰색의 사용에 대해서는 정통적인 이론이 없다. 다만 화가 자신들이 밝은 부분과 어둔 부분, 또는 오목면과 볼록면, 그림자와 물체자체의 암면을 처리할 때 흰색과 검정색을 어떻게 조절하여 빛의 오묘한 현상을 묘사할 것인가? 수없는 반복적 연습에 의하여 스스로 깨달아가는 수밖에 없다.

166. 화가의 임무
알베르티(Alberti,1404~1472,건축가 미술이론가)는 화가들의 임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1, 그려진 물체가 부조처럼 돌출하여 실물을 방불케 해야 한다.
2, 품행을 정숙하게 가다듬고 힘써 학식을 연마해야 한다.
3, 화가는 상냥하고 인간미 넘치는 좋은 성격을 갖추는데 노력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4, 그림과 관계되는 인접학문을 두루 섭렵해야 한다.
     (고대 “ 자유예 “ 라는 일곱 가지 과목 즉 3학예와 4학예에 대한       지식 획득을 말함)
5, 화가로서 기하학은 필수 과목이나 같다. 따라서 기하학을
    공부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6, 화가는 특히 시인이나 수사학자들과 친숙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       넓은 분야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구사하는 많은 예술적 기교들은 화가들과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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