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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호 > 특별기획 > 미술논단 > 박선규 - 그림의 현대적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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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Document
그림의 현대적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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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Sun Kyu
글 : 박선규 / 철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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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광대학교 대학원 ( 미술학 석사 ), • 대만
문화대학교 철학연구소 ( 문학석사 , 미학전공 ),
• 대만 동해대학교 철학연구소 ( 문학박사 , 미학전공 )
• 전 ) 중등학교 교직 경력 13 년 , 대학 및 대학원 경력 15 년 , 대만 동해대학교 겸임교수 2 년
•
현 ) 사단법인 한국미술창작협회 이사장 , 의재정통유화연구원 지도교수
• 논문 : 易學與樂記中美學原理探究 ( 중국
문화월간 ), 藝術論 ( 중국 문화월간 ),
藝術與創造定律 ( 중국 대만성 교육청 문화논문집 ), 예술과감정
( 한국 정신문화원 계간 논문집 ) 외
美學 . 예술철학 . 조형론 . 기교론 . 평론 . 감상에 관한 논문
다수
• 저서 : “繪畵思想與造形理論” ( 中文 ) “道思想과 繪畵世界” “美學이란 (1) ” “사색의 모델”
“이 시대를 바르게 살아가는 길” “현대미술도 예술인가”, “예술과 창작” “예술이냐 외설이냐”
“산수화와 그정신” “산수화의 조경이론” “문부와 그 미학” “공자는 안 죽어”,
“석도는 그림을 이렇게 그리라
하였다” “멍청한 심사와 응모작품” “제멋대로 ( 隨意 ) ”
“미학이란 (2) “ ”람상 1 “ ”람상 2
“ ”람상 3 “ 등 19 권
• 작품활동 : 유화 . 수채화 개인전 11 회 단체전 다수 출품 , 유화 50
인 초대전 출품 ,
아시아수채화연맹전 출품 , 맥시코 수채화비엔날레 출품 , 한국수채화협회전 출품 ,
공모전 심사위원 역임 ,
2001 년 제 26 회 한국수채화협회전 출품 , Fine Art Communication
협회 일본 동경전 출품
• 수상경력 : 교육공로상 3 회 수상 , 공모전 유화부문 3 회 수상 , 서예부문 2
회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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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레이놀즈의 강연
131. 색과 형
132. 화가의 오만에 대한 경고
133. 주제선택의 사례
134. 풍경화가들
135. 아카데미 화가들의 테크닉
136. 화가의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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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낭만주의 자가당착
138. 주제는 좋고 나쁜것이 없다
139. 화가로서 무관심하면
안되는 부분의 하나
140. 화파 탄생이 시사하는 것
141. 스스로 자기 순수영혼을
멍들게 하는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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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제리코의 <뗏목>
143. 화가의 용기
144. 화가 자신을 아는 날
145. 쉽게 그린 그림은
좋은 그림이 아니다.
146. 인상주의의 모순
147. 실패로 기억되는 현대미술
148. 유행을 초월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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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서
130. 레이놀즈의 강연
1768,영국에 왕립미술원이 설립, 초대원장 레이놀즈는 시상식에서 “공상적인 작품을 제작하고 마치 천재인양 자부심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나는 위대한 대가들에 의해 확립된 미술의 법칙에 어린 학생들은 복종할 것을 권고한다. 여러 시대의 동의를 얻은 그러한
묘사법칙은 비평의 주제로서가 아니라 표현의 주제로서 완전하고 절대 필수적인 지침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하였다.
위대한 화가는 위대한 화가가 되는 법칙이 있다. 위대한 화가가 되려면 “물고기와 물” 의 관계와 같은 법칙이 있어야 한다....
물고기는 물을 떠나면 살 수 없다. 이와 같이 그림은 법을 떠나면 좋은 그림이 될 수 없다 . “그림과 법”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31. 색과 형
레이놀즈는 색과 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가장 밝은 색조 ... 또는 물감의 광택보다는 가장 순수하고 정확한 윤곽선을 원한다. 색은 단지 표면적인 우아함일 뿐이다.
작품이 장엄하고 숭고하기를 원한다면 색은 이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연약하여 고려될 가치도 없다” 하였다.
“내 견해로는 그림의 아름다움과 장엄함은 하나의 형태, 즉 지역적 관습, 개별성, 세부 등을 초월할 수 있는 형태 속에 있는
것 같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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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화가의 오만에 대한 경고
디드로는 “훌륭한 화가가 요구했던 연구와 지식을 상기하라. 그러면 당신은 회화의 훌륭한 판단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온 세상 사람들은 스스로가 판단에 적임자라고 믿으나, 그들은 거의가 잘 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살롱을 둘러보라. 그리고 다양한 비평의 소리를 들어보라. 그리고 문학에서처럼 성공, 큰 성공은 관중을 화가와 공통의 수준에 올려놓는
저 행복한 범용에 달려 있음을 확신하라” 하였다.
18세기 중엽에 아카데미의 정통교육을 받지 않는 아마추어들은 관학적인 권위와 특전에 반항 및 투쟁때문에 문학가와 더불어 “괴짜들”
이라 불렸고, 우둔함과 오만함, 회화상의 이중성과 탐욕 때문에 “사악한 아마추어들” 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비평의 가치는 화가들을 징계하는 일에 있는 것이 아나라 심미적 각성을 촉구하기 위한 계몽에 있다. 디드로의 화가에 대한 경고도
바로 이러한 시각으로 받아드릴 때 자기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133. 주제선택의 사례
챔버스는 “화가는 좋은 것을 모델로부터 선택함에 있어, 끊임없는 관찰과 완전한 경험에 의한 것이고, 자연과의 비교에 의한 것이며,
훌륭한 재간에 의한 것이고, 취미와 본능에 의한 것이며, 흔치 않는 천재에게만 허용되는 일종의 영감에 의한 것이고, 아마도 우상
숭배 |
자에게는 자연스러운 디자인, 곧 인간을 인간의 상황 위로
그를 끌어올리고 그에게 신성함___열등하고 빈곤하며 불쌍한 우리 삶의 모든 노예상태가 제외된 특성___ 의 감명을 주는 디자인에
의한 것이다” 하였다.
이러한 이상적인 상태를 선택하고 합성하여 한 형태를 취함으로서 주제를 설정했다는 것이다.
도처에 처박혀 있는 아름다움과 진실을 냉철한 감각으로 선택하였다. 어떤 사람은 이것 자체를 속박이라 생각하지만, 속박이라는 느낌을
벗어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면 극히 자연스러운 주제선택이다.
134. 풍경화가들
역사적으로 저명한 풍경 화가들은 나무와 돌의 종류를 구별하는 법부터 배웠다 한다. 역사 화가들은 시대적 착오에 대한 의의를 제기하였다
한다.
이는 자연 사물들의 특성을 알기 위한 것이라 한다. 그 특성은 불완전한 것이 아니고 실제적인 것이며 진실 된 것이라고 하였다.
특성의 진실은 사물의 각각 다른 모습을 말하며, 선택의 진실은 안개 낀 산 , 또는 가을 산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것을 말한다.
135. 아카데미 화가들의 테크닉
아카데미 화가들이 구사하는 다양한 테크닉의 목적은
1, 일상적으로 만나는 특성적인 자연의 진실과,
2, 창조물에는 존재하지 않으나 여러 개체를 통해서 관찰되는 다양한 완전성들의 선택으로서의 진실,
3, 그리고 이 두 진실의 결합으로서 완전한 진실을 다양화하고 일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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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규作 <내설악> 91 x 72.7cm
본지 미술논단 "135.이카데미 화가들의 테크닉"에서 표현내용에 대하여 말한바 있는데 본 작품은 바로
그러한 관점에서 자연의 다양한 진실을 일반화 하는 작업의 실험 작품이다. 물론 미적 구성원리를 철저히 준수하며 그 응용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구성한 것이다. |
화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테크닉, 기교, 기법 등은 어떠한 부류의 화가들이라도 아카데미 화가들과 같이 그러한 목적을 달성코자 구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테크닉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두 말할 것도 없이 실패다.
박선규作 <휴식을 취하는 여류 화가> 91.0 x 72.7cm
작품<내설악>과 마찬가지이다. 세 가지 명암법 가운데 그 하나인 "개체 독립성 중심의 명암법"을
응용하여 소재들의 모든것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명암이 모든것들을 하나로 융합시키는 명암법과는 그 미적인 상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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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화가의 영감
디드로는 화가의 영감은 “신의 숨결이다. 신의 존재가 대지와 심해와 넓은 하늘에 가득 차 있다. 신으로부터 인간과 금수, 양 떼와
소 떼의 무리는 생명의 오묘한 요소를 얻는다. 신으로부터 모든 것이 기인하며 다시 신에게로 돌아간다” 하였다.
또한 그는 “오 신이여 ! 영원성을, 무한함을, 광대함을, 시간과 공간을, 신성함을, 죽음을, 유령을, 지옥을, 어두운 하늘을,
깊은 바다를, 빼곡한 숲, 구름을 가르는 천둥과 번개를 노래하라” 하였다.
철학적이고 논리적 사고는 창조적 힘을 약화시킨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디드로의 논리에 의하면 화가들이 창조해야 할 것들은 “신의
숨결” 이라는 것이다. 신의 숨결로서 “구름을 가르는 천둥과 번개” 같은 것들은 화가의 창조적 소재이지만 그것의 물정(物情)에 대한
것은 철학적 사고에 의해서만이 파악되는 부분이다.
화가의 영감은 물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을 때 신의 숨결을 창조할 수 있다. 137.
낭만주의의 자가당착
“낭만주의자들은 어떤 지적인 내용도 지니지 않는 예술, 즉 그 요소가 인간의 순수한 영혼인 예술을 상정하였다. 회화는 페인트의
예술이고, 건축은 건물의 예술이었다” 는 것이 그들의 예술사상이다.
이 사상의 모순을 논하면
1. 어떠한 예술도 지적인 내용은 없다.
다만 질서의 내용이 있을 뿐이다.
2. 인간의 순수한 영혼은 인간으로 남아있는 한
절대 순수할 수 없다.
따라서 순수한 영혼의 표현으로서의 예술은 존재할 수 없다.
순수 영혼의 소유자는 신이다. 화가들이 순수영혼의 경지를
표현해 볼려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뿐 도달은 불가능하다.
3. 그나마 우주적 질서에 의하여 순수영혼의 발현을 기하고자 할 때 도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질서를 무시하는
순수영혼의 발현을 기대한다는 것이 모순이다. |
138.
주제는 좋고 나쁜 것이 없다
빅토르 위고(Victor Hugo) 는 “그림에는 좋고 나쁜 주제란 없고, 좋고 나쁜 그림만이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이 주제이며,
모든 것이 예술에 복종한다. 모든 것이 그림에 인용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슬픈 것이건, 즐거운 것이건, 무서운 것이건, 아름다운
것이건, 어두운 것이건, 밝은 것이건, 이상한 것이건, 단순한 것이건 간에 주제를 선택한 당신의 동기를 조사하라. 당신이 무엇을,
왜 그렸는지보다는 어떻게 작업하였는지 살펴보라” 하였다.
어떠한 주제도 어떻게 작업하였느냐에 따라서 좋은 그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글이다. 무엇을 그렸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렸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어떻게”는 심미적 질서이다. 순수형식(pure form)의 창조를 말한다. 이것에 의하여 그리는 것이 곧 “어떻게”라는 방법적인
것이다.
139. 화가로서 무관심하면 안되는 부분의 하나
화가는 자기 작업에 대하여 실증을 느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아도 언제나 허사였지만 지금도 그 원인을 규명해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화가로서 알아야 하는 부분에 대하여 무관심하면 그림의 세계에 있어서 혼돈과 암흑의 근원만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것은 혼돈과 모호, 포기와 데카당스로 전락하는 그림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여 재창조하는 원천 또는 적어도
전조의 현상이다. 무관심으로 인한 실패는 사실상 이성(理性)의 부름이고, 자기반성의 가장 힘든 임무를 수행하라는 명령이며, 정말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법칙을 만들라는 강요이기도 하다.
이 부름 또는 법칙은 크게 말하면 “심미철학”이고, 작게 말하면 “조형이론”이다. 실험은 가설의 검증을 위한 것이다. 다양한
화파의 파생도 이와 같이 심미에 대한 검증을 위한 실험으로서 양식(樣式)의 변화일 뿐이다. 신생하는 화파가 그림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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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화파 탄생이 시사하는
것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화파가 탄생하였다. 지금은 화파라고 하기보다는 과거의 모든 화파들의 종합판으로서 장르없는
“비뚤어진 미술”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물론 자연도 변하고, 인간의 의식도 변하며, 이에 따라 역사도 흐른다. 제자리에 멈춰있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영원한 것도 없다.
따라서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우주적 질서이다.
하지만 변화된 결과는 그것이 영원한 것 또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언제나 다음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마치 한 톨의 씨앗에서
싹이 돋아나고 무성하게 자란 뒤에 또 한 톨의 씨앗을 남기고 사라지는 것과 같다.
그러나 씨앗은 그 본질을 변질시키거나 망각하여 그 다음 엉뚱한 것이 탄생되도록 변화되지 않는다. 언제나 본질은 영원한 진리로서 그
변화 속에 남아 있다.
화파의 변화는 변화 그 자체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림의 본질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으로서 다음의 작업에 대한 수행내용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변화 자체가 오늘을 대변하는 “그림의 전부” 혹은 “최상의 표현양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그림에 대한 회의만 증폭시킨다. 과연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방황케 할 뿐이다.
141. 스스로 자기 순수영혼을 멍들게 하는 화가
진정한 자유는 행동을 규제하는 도덕률이 몸에 젖어 이미 습관화되었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어떠한 구속을 받는다는 부자유스런 느낌을
전혀 느끼지 않는 가운데 행동하지만, 아무리 마음대로 행동해도 그 행동의 결과가 도덕률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때의 행동이 진정한
자유스런 행동이다.
그림도 이와 같다. 그림이라는 개념이 있는 한 그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 필수조건과 충족조건이 있다. |
| 이 두 조건이란 마치 짐승과 다른 점 때문에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사람이 되게 하는 필수조건이나 충족조건과 같은 것이다.
사람이 사람다운 행동을 하는 것은 사람이 되는 필수조건과 충족조건으로서 생리적인 면과 교육적인 그 두 가지의 규제적 조건을 가지고
실천하기 때문인 것처럼, 그림도 좋은 그림이 되려면 그 필수조건과 충족조건이라는 규제가 그림 안에 침전되어 있어야 한다.
그림의 이러한 두 가지 조건은 승화되지 않는 너절한 감정으로 사물을 보고 느낀 것이나 판단하는 그 반대의 것이다. 화가가 자기
감정중심으로 주시한 사물의 어떤 부분의 것은 그림이라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그 두 조건이 아니다. 그러므로 주정주의적 감정에
의존한 그림은 물론 그림이지만 좋은 그림은 아니라는 것이다.
142. 제리코의 <뗏목>
낭만주의 화가 제리코(Gericault,1791~1824) 는 <뗏목>이라는 작품을 그린 유명한 화가이다. 1818
년 그 때, 최근의 사건인 타이타닉 호의 비극과 맛먹는 메두사 호의 침몰이 있었다.
메두사호의 침몰에 충격을 받았던 제리코는 이 사건을 주제로 <뗏목>을 그렸다. 폭풍우에 시달리는 생존자들이 겪었던
심한 고통을 표현하기 위하여 뗏목을 만들었던 목수를 수소문하였고, 당시 두 명의 생존자를 모델로 하였으며, 시체 안치장에서 몇
구 시신을 구입하여 시체부검의 분위기 속에서 공포의 장면을 그렸는데, 그러나 이 <뗏목>의 대작이 불러이르킨 비판
때문에 의기가 소침해진 제리코는 <미친 여자>, <중풍 환자>와 같은 암울한 주제를 다루었고, 마침내 방종과
무절제로 무너져 버렸으며, 1824 년 33세의 젊은 나이로 파리에서 요절하였다 한다.
여기에서 무엇을 그릴 것인가 방황하는 현대 화가들이 알아야 할 두 가지 교훈을 말하면 첫째, 메두사 호의 비극을 그리기 위한
자료연구의 철저함과 둘째, 계몽이 아닌 징계로서의 비평이 작가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가! 하는 점이다.
중국고전에 “만권의 책을 읽어야 그림 그릴 자격이 있다” 하였다. 위의 예는, 유명한 그림은 적당히 그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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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중국고전에 “그림을 그리기도 어렵지만 평논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말이 있다.
자기 생각과 같지 않으면 1800 년경의 신고전주의나 사실주의에 대하여 “무익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종속을 위한 아첨과 노예근성의 천박한
봉건적 아카데미”라고 혹평했던 것처럼 서슴치 않고 다른 사람의 그림을 비평하는 것을 간혹 듣는 경우가 있는데, 위의 예처럼 재능있는
후학을 좌절케 할 동기제공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한다.
오직 그림이라는 개념에 대한 진실한 대답으로서 그 두 가지 조건을 알고 그 규제의 통제 안에서 그림을 그리지만 통제를 느끼지 않는
가운데 그려야 만 좋은 그림이 된다. 이것을 모르고 그림을 그리면 자신의 순수영혼을 멍들게 하는 것이다. 규제가 몸에 익숙하여 밥을
먹고 반찬을 먹을 때처럼 되면 규제의 통제를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감정이 시키는 대로 그리면 누구든지 화가가
될 것이다. 좋은 그림은 그렇게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143. 화가의 용기
드라크르와(Delacrdix, 1798~1863)의 <지옥의 단테와 버질>이라는 작품이 살롱에 전시되었을 때 당시
상임 비평가였던 들레클루즈는 “완전히 서투른 것”이라 하며 모욕과 조소를 보냈다. <씨오의 대학살>이라는 그림도 “야만적이고
광란적이며 술 취한 미개한 것”이라 혹평하며, 드로잉 과목을 수강할 것을 권고하는 미술학교 교장도 있었다.
드라크르와는 이러한 화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그의 일기에 “나는 비록 물과 소금을 거절당했지만 나는 나 자신에 대하여 매우 기쁘게
생각 한다”고 기록하였다.
화가는 모름지기 좌절을 모르는 기백을 가져야 한다. 그림에 대한 정신이 생기 있고 열광적이며 생생한 아름다움으로 가득찬 상상력에
대한 “위대한 열정이 충만한 영혼”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언제나 이러한 영혼을 더욱 함양해주는 열정의 힘을 기르는데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순수영혼을 계발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된
것들은 과감히 제거하는 용기가 절대 필요하다. |
김연순作 <다완> 33.4 x 24.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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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다완이라도 배경의 변화있는 표현으로서 그것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서 느낌은 전혀 다르다.
사실 동일 소재를 가지고 다양하게 연출하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나다.
작가의 창작력과 화력(畵歷)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
화가의 용기는 첫째, 의지를 굽히지 않는 저돌적인 용기와
둘째, 회화적 파격을 요하는 새로운 양식의 창안으로 데카당스(decadence) 로부터 탈출하려는 용기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정신 속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퇴폐적인 생각을 버리는 것, 이것이 진정한 용기이다.
그림에서 퇴폐(decadence) 적인 것은 어떤 것일까? 퇴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
144. 화가 자신을 아는 날
유행의 모방은 형식의 모방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상의 영혼을 간파하지 못하므로 그 표현은 진부하다. 그런데 후진국에서는 이미 지나간
유행이 성황을 이루는 웃지못할 치졸의 행위가 위력을 가지고 화단을 풍미한다.
유행에 대한 모방은 이제 그만하는 것이 좋다. 모방은 화가의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사람이 대가들의 작품을 모사하는 것은
현명하나 그것에 매달려 일생을 그림자로만 사는 것은 억울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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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다. 화가는 그림을 창조하는 최고의 원리가 무엇인가? 과거와 현재를 통해서
화가(자신)를 알아야 한다.
비록 모방이 위대한 화가들이 필수적으로 수행했던 기초과목이라 하더라도 이는 신성한 창작에 대한 모독이다.
그러므로 모방은 “창조하는 최고원리”를 발견하는 정도에서 머물러야 한다.
화가의 최고 직무는 진리의 표현이다. 화가의 영혼은 사진 그 이상의 것이다. 생활과 더불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마치 사전이
어떤 문장이나 이야기를 엮어갈 많은 단어들을 담고 있지만 그것이 시나 소설이 아닌 것처럼, 그것 자체가 그림이 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화가의 영적 활동은 그 많은 단어 가운데 표현하려는 내용과 일치하는 단어들을 선택하여 한 편의 시를 구성해내는 것처럼
실상(實象) 이면에 잠겨있는 사전 속의 많은 단어와 같은 진리 가운데 화가의 영혼과 일치하는 것을 선택하고 모방을 통하여 발견한
원리를 법으로 한 폭의 그림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가 화가 자신을 아는 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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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순作 <인물> 91 x 72.7cm
인물화에서 표현되여야 할 것은 그 인물의 진실성이다.
"135. 아카데미 화가들의 테크닉"에서 말한 것 처럼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진실(생활의 진실)을 일반화
하기란 간단한것이 아니다. 오직 어떤 진실을 펴현 해야겠다는 "초심"대로 그려가야 하는 인내가 절실히 요구된다.
무엇인가 구성해 보려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화가"의 진솔한 태도를 표현하려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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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쉽게 그린 그림은
좋은 그림이 아니다
현대주의 양식에 의한 그림은 아마추어들이 쉽게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 언뜻 보아서 누구나 손쉽게 그려내기에 알맞는 양식이다.
중국 고전에 보면 “신선이나 귀신을 그리기가 가장 쉽다. 신선이나 귀신을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하였다. 따라서 신선이나 귀신의
모습을 작가 임의대로 아무렇게나 그려도 된다는 것이다. 작가가 귀신이라고 그려놓았으면 귀신이다. 사람 모습과 다른 모습이면 모두
귀신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주의 양식의 그림들이 마치 신선이나 귀신을 그린 것처럼 작가 임의대로 그저 그려놓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추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주의 미술은 비록 퇴폐적이긴 하지만 사실상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의식부재의 사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결구주의 사상에 의한 경제 우선주의, 따라서 인정이 매말라버린 살벌한 사회의 데카당스적 현실에 대한 고발 또는 각성을 촉구하는 데먼스트레이션이라는
것이다.
현대회화는 역사가 예술인에게 요구하는 이러한 사상을 가지고 그러한 양식을 통한 미술활동으로서의 그림이지만 아마추어들은 그것을 알리
없다 (상식을 모르는 사람이 “상식”이라는 말을 모르는 것과 같다). 마치 인상주의가 사실주의 철학을 배경으로 한 “색채도식”이라는
것을 모르고 흉내내듯 나이프나 하드 부러쉬로 뜬 색, 쌩색 뒤범벅의 그림을 그리면서 현대주의적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자만하는 것이다.
오호 통재라!... 인상주의자들은 기법상의 오랜 실험이 있었다. 선의 포기라는 면에서 색에 대한 정렬과 관심 자체가 그들의 즐거움이었다.
사실주의 끝없는 철학은 “인상주의의 완성”이라는 고지에 도달할 때까지 줄기차게 존재해 왔다는 것을 인상주의 그림을 보고 아마추어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
146. 인상주의의 모순
인상주의 화가들은 고전주의는 너무 정적이기 때문에 혐오한다는 것이다. 인상주의 미술은 이와 반대로 역동적이다. 그래서 인상주의 화가들은
자신들이 전환기의 대표적 화가들이라고 생각 했다 한다.
세잔느가 이러한 시대적 물결을 타고 나타나기는 했지만, 그의 그림들이 그려지기 전에 이미 인상주의는 해체되고 있었다.
더구나 사실주의 철학을 그 기본이념으로 하는 인상주의이지만 결국 인상주의의 철학도 사실주의 철학도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인상주의 작품에 사실주의 철학성이 있긴 하지만 저속하다는 것이다.
사실주의 철학에서 말하는 사실성이란 1, 형태형성 원리의 사실성 2, 사물의 생태적 사실성 3, 서로 다른 것과 어울려 어떤 분위기를
조성하는 조화의 사실성 등이다.
그런데 인상주의 작품에 내재하는 사실주의적 사실성이란 사실주의 작품처럼 진솔하게 표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생각처럼
되지 못하고 인상주의가 사라지게 되는 인상주의의 모순이다. 147. 실패로
기억되는 현대미술
토인비(Toynbee,1889~)에 의하면 인류의 역사상 문화가 가장 발달한 시기는 그리스 로마시대와 현대문명이라 한다.
현대문명과 때를 같이한 현대인들의 다원적 미술 활동은 이제 실패로 기억되어야 하는 운명의 날이 왔다. 고전주의 미술을 “아름다운
자연의 예술”이라 말한 반면, 고딕미술을 “거친 자연의 예술”이라 말한 것처럼, 이에 비하면 현대주의 미술은 어리석은 짓으로
“본질을 상실한 다원주의 미술”이 되고 말았다.
사실 “다원주의”라는 말이 가져온 사회적 모순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곳곳에 침투되어 현대인들의 의식을 “구제불능”의 단계까지
내몰았다.
다원주의란 한 나라에 대통령이 두 사람, 또는 세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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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개개인마다 가치관이 다르게 되어 개인생활은 물론 국가나 민족에 대한 의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이로 말미암아 미술계에도 다원적 사고방식에 의한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장르없는 미술로 변질되어 그야말로 뒤죽박죽이 된 창작활동은
미술의 본질을 잃게 되고 말았다.
그동안 변천해온 다양한 화파들의 사라짐에서 비록 한 때 세상을 풍미했을지라도 그것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없는 것처럼 현대미술도
그러하다.
실패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현대주의 미술에 아직도 미련을 가지고 있다면 미술사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148. 유행을 초월한 그림
화가들이 확신했던 것처럼 이즘(ism)은 미적 가치나 신성성을 제공할 양식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 어떤 이즘에 매달려 있다보면
어느새 또 새롭다는 이즘이 탄생되고...... 이렇게 반복되는 과정에서 이즘은 화가들의 발목을 잡는 “쥐덫”이 되고 만다.
화가들은 언제나 그들의 작업에 대한 높은 도덕적 성실성과 경건한 심미의식을 준수하며 실천하기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표면적인 유행과 그 효과에 너무 쉽게 만족하며 그림의 참됨에 대한 내적 영감에 유의하지 않았던 한 순간의 화가들은
“가짜”를 공격하기에 급급한다.
그들 자신이 “가짜”이면서 유행자체의 어떤 양식을 신의 예술과 비교하며 소박하고 신성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논하려고 한다.
이러한 자가당착의 모순은 “쥐덫” 그 자체를 그림의 현대적 양식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모순을 낳는다.
모순의 반복 속에서 그림은 방향타 없는 배처럼 표류한다. 유행을 초월할 때 비로소 제자리에 돌아올 수 있다. 유행은 유행일 뿐이다.
절대 진리가 아니다.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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