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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ARTIST
여 운
Yeo, Woon
2006. 12. 14(목) - 12. 26(화)
Gallery ART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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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의 검은 소묘
최민 / 미술평론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산과 들과 마을을 그린 여운의 이번 그림들은 우선 그 소재와 매체의 소박함 때문에 강열한 인상을 준다. 한지에 주로 목탄을 사용해서 공들여 그려낸 이 풍경 소묘들은 한결같은 흑백의 색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우선 그 방법적 단순성과 통일성이 우리의 주목을 끈다.
산과 들의 모습을 단지 무채색인 검정의 색조만을 조절하여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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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펼쳐 그린다는 것은 단순하지만 근본적 차원의 배타적 선택이다. 18년 만에 갖는 이 개인전에서 여운은 자신의 조형적 선택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그는 색채를 다양하게 구사하는 회화가 아니라 그 이전의 흑백 소묘라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를 성찰적으로 음미한다.그림을 그린다는 일에 대해 그리고 어떤 풍경을 그린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바로 그리는 행위 자체를 통해 동어반복적으로 |
마곡동 길 60 x 45cm
고달사지 가는 길 75 x 54cm
강박적인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환원주의라고 할 수 있는 이 태도는 구태의연한 본질주의 미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혐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운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꼼꼼하고 성실한 묘사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을, 특히 산이나 들이라는 정경을 그린다고 하는 행위는 어떤 근원적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라는 방법적 질문을 언어적 명제의 추상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바로 평면의 종이 위에 목탄을 들고 눈과 손을 써서 온 몸으로 그린다는 직접적이고 육체적인 행위를 통해 새삼스럽게 시도하고 있다. 오랜 기간의 다양한 작업 끝에 다시 원초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간 이 작가의 방법적 선택은 기법이나 스타일 상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흑백소묘라는 소박한 방편을 통한 보는 것과 그리는 것 그 자체에 대한 메타언어적 탐구다. 말하자면 여운은 흑백 소묘의 형식으로 무엇을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는 본질적 질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그는 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그는 우선 무엇을 본다는 것이 온갖 신체적 차원과 심리적 차원을 망라한 전인격적인 참여가 아닌가 하는 현상학적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본다는 것은 결코 좁은 의미의 시각적 과정, 이를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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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동 봄비 71 x 53cm 종이에 목탄 2000
눈앞 즉 시야의 물체 또는 대상에 부딪쳐 나온 반사광선들이 카메라의 조리개에 해당하는 홍채의 가운데 구멍을 통해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를 거쳐 망막에 비친 상이 뇌에 전달되는 생리적 과정으로 단순하게 설명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과정이라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다. 보는 것과 기억하는 것, 생각하는 것, 기대하는 것, 상상하는 것이 한데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우리는 흔히 간과한다. 여운의 섬세한 소묘는 이에 대해 반성을 하도록 우리를 일깨우려는 것 같다.
우리는 여운이 마치 그림을 처음 그리는 사람처럼 꼼꼼하게 소묘를 하면서 몸으로 느꼈을 신체적 감각과 흥분, 그의 머리 속을 거쳐 갔을 수많은 생각들의 흐름과 결, 서로 엇갈리고 부딪치는 지식, 기억, 선입견, 상상, 기대, 욕구, 감정들의 얽힘과 흩어짐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목탄과 검정 오일파스텔이 한지의 거칠거칠한 표면과 접촉, 마찰하면서 생겨난 길고 짧은 수많은 선들의 교차와 착종, 중복, 분산, 뭉개지고 겹치고, 번진 흔적과 자국, 터치들은 그의 손과 눈 그리고 정신 사이의 끊임없는 교환과 합작의 움직임을 가리키는 미세한 지표(指標)들이다. 또한 이러한 미세한 지표들의 집합이 화폭 전체에 생동하는 리듬을 생겨나게 하며 아울러 소재가 된 대상의 윤곽과 몸체 그리고 공간적 구조를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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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데생, 소묘, 사생, 스케치
여운이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품들을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가? 드로잉인가, 데생인가, 소묘인가, 스케치인가, 사생(寫生)인가? 요즈음은 영어의 위세가 날로 압도적이어서 드로잉이라는 말을 흔히 쓰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데생이라는 불어(정확하게 말하자면 불어에서 차용한 단어)가 이를 대신하고 있었음을 우리는 모두 안다. 미술대학 입시에서는 여전히 데생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소위 “석고데생”이외의 소재를 그리는 것을 데생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딘가 구닥다리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드로잉이라는 단어가 즐겨 쓰인다. 미술에 관한 담론의 헤게모니가 프랑스의 파리에서 미국의 뉴욕으로 진즉 옮겨 갔고 소위 전지구화 바람에 모든 분야에서 영어가 절대적 지위를 계속 강화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같은 것을 놓고 우리는 어감이나 함축의미가 다른 여러 이질적 단어들을 뒤섞어 쓰고 있지만 어떤 단어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원칙도 합의도 없는 상태다.
여운의 경우에 나는 데생이나 드로잉보다는 소묘라는 말을 쓰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의해 줄지 의문이다. 화가 자신에게 물어보았더니 여운은 자기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내 의견을 따르겠다고 한다. 단어에 따른 뉘앙스가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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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25기념 참가 (평양) 장영달 의원, 김재홍 의원, 임현영(문학평론0, 박석무 단국대 이사장 등과 함께
이야기다. 내가 소묘라는 단어를 선호하는 것은 그 뜻이 소박한 묘사라는 의미이기 때문이고 따라서 색채가 없이 흑백의 단색조로 꼼꼼하게 풍경들을 묘사한 이번 여운의 작품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드로잉이나 데생이라는 명칭은 다같이 어떤 대상의 전체적 윤곽을 주로 선위주로 스케치했다는 느낌을 우선적으로 주기 때문에 선이 선 그자체로 표시 나게 드러나는 경우가 별로 없는 여운의 이번 그림들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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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오화백 90 x 60cm
어쨌든 여운의 소묘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단단한 물체의 볼륨이나 윤곽이 아니다. 오히려 농담의 섬세한 변화에 의해 암시되는 움푹 패어서 비어 있는 네거티브 공간의 결이나 분위기다. 명암의 콘트라스트도 입체나 덩어리의 양괴감(量塊感)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헤아리기 힘든 공간적 깊이 또는 심리적 거리를 암시하기 위한 것이다.
여운이 이번 전시회에서 보이는 흑백소묘들은 최초의 구상이나 모색과정을 보여주는 아이디어 스케치나 본격적 작품을 위한 예비적 스케치나 밑그림 또는 습작이 아니라 처음부터 본격적 작품으로서 구상되고 제작 완성된 것들이다. 그러니까 그는 유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마치 유화물감과 캔버스를 매체로 선택하듯이 목탄과 오일파스텔 그리고 한지를 매체로 삼은 것이다. 목탄소묘는 유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단순한 매체다. 단순하다는 것은 다루기 쉽다는 뜻도 되지만 그만큼 조형적으로 다양한 표현을 하기에는 선천적 한계가 주어져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뛰어난 작가는 이 한계 또는 제약을 또 다른 가능성을 위한 계기 또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바꾼다. 웅변의 힘은 보다 많은 단어들을 동원하여 장광설로 떠벌려서가 아니라 제한된 수효의 단어들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배치하여 구사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바로 흑백 소묘의 매체적 한계를 그것의 예술적 장점으로 바꾸는 것은 오로지 작가의 역량에 달린 문제다.
흑백 단색조그림
원칙적으로 색채의 차원이 결여되어 다양한 채색의 가능성이 봉쇄된 흑백의 목탄소묘는 모든 것을 흑과 백 사이의 농담의 변화와 계조(階調)로 표현해야 한다는 한계를 갖고 출발한다. 이 물리적 한계가 바로 예술적 가능성이다. 여운은 바로 이러한 한계를 일종의
다산 정석III 74 x 5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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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의 밤 73 x 51cm
조형적 탐구를 보다 일관성 있게 할 수 있는 기회로 바꾸고 있다. 가시적 세계의 다양한 색채들을 흑백의 계조로 환원시켜 번역하는 일은 일종의 추상화(抽象化) 작업이다. 그럼으로써 현실의 구체적 사물의 재현은 보다 비물질적이고 정신적인 차원으로 옮겨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재현의 과정에서 색채의 요소를 뺀다는 것은 복잡한 현상을 한 단계 단순화(單純化)하는 일이다. 단순화는 작가에게 역으로 보다 많은 창의적 자유를 준다. 컬러필름이나 컬러사진 인화 재료 및 기술이 개발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업을 예술로 생각하는 사진작가들이 왜 아직도 흑백사진을 압도적으로 선호하는지 그 이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여운이 유화가 아니라 색채가 배제된 목탄소묘를 체계적으로 택한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더욱이 그는 사진을 그대로 모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많이 참조하여 그려나간다 따라서 그의 소묘가 흑백 사진과 같은 추상적이고 심리적인 분위기를 띠는 것은 당연하다. 수묵산수와 흑백사진이 그의 목탄 소묘에 일종의 인터텍스트(intertext)로 작용한다. 그의 그림을 보는 우리는 이 두 가지 색채가 결여된 상이한 재현 방식을 머리 속에 겹쳐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
이해찬 전 국무총리 내외와 함게 - 중국 노선대학에서 특강 후
여운의 소묘의 소재로 택한 것들은 대부분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는 평범한 들과 마을 또는 벌판과 길의 풍경이다. 물론 지리산 노고단에서 본 조계산처럼 마치 심원법(深遠法)으로 그린 웅장한 산수화의 느낌을 주는 것도 있고 한강너머에서 조망(眺望)한 북한산 전경처럼 파노라마처럼 넓게 펼쳐져서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 지리산이나 북한산이나 다 같이 유서 깊은 이름난 산으로서 수많은 역사적 일화와 의미들이 거기에 얽혀 있으므로 그림을 보는 사람에 따라서 무한한 상상과 사고의 모티프가 된다. 이러 경우 자연풍경은 단순히 자연풍경으로가 아니라 일종의 역사적 소재로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다.
풍경을 보면 우리의 심정이 자연스럽게 감응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사람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거나 인간적 관심을 끌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자연의 경관. 말하자면 순수한 풍경을 보고 사람들은 독특한 정서를 경험한다. 화가들이 풍경화를 그리는 이유야 여러 가지이겠지만 이렇게 순수한 풍경을 보고 느끼는 정서를 우리는 보통 사람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발동하여 느끼는 순수한 정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정서를 그 정경 또는 풍경자체의 속성인 것처럼 느낀다. 소위 감정이입이란 이러한 경험을 설명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풍경은 우리의 감정과 정서에 관해 타인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풍경그림을 애호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풍경을 그리는 많은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여운도 풍경을 통해 자신의 마음 상태나 정서를 남에게 전달하여 같이 느끼고자 풍경을 집중적으로 그려 온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상태를 가리키는 멋진 한자단어가 있다. 바로 마음의 경치 즉 의경(意境)이다.
중국의 산수화가 단순히 멋있는 시각적 정경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어떤 경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여운이 지향하는 것도 이와 관계가 없지 않다. 그러나 여운은 과거의 도교나 유교의 정신적 전통이나 관념적 이상보다는 현재의 삶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작가다. 그는 현재 그가 살아가며 보고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해 특정한 장소를 흑백소묘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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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전 국무총리, 노신대학 위화신 총장과 함께
작품의 정신적 측면보다 오히려 형식적 측면에서 여운은 중국 산수화의 전통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주로 목탄과 검은 색의 오일파스텔로 그린 여운의 검은 색조의 풍경 소묘는 그 선묘의 선이나 터치, 양감 및 명암을 표현하는 농담의 계조(階調)의 성격으로 보아 수묵화(水墨畵)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
노고단에서 바라본 조계산 155 x 235cm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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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사지 마을 길 75 x 55cm
그가 소묘를 하는 바탕이 서양 종이가 아니라 한지(韓紙)라는 사실은 이러한 연관성이 우연한 일이 아님을 말해준다. 여운의 목탄 풍경소묘는 목탄으로 그린 수묵산수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수묵의 선염이나 붓질에 의한 농담법과 흡사하다.
중국 왕성열 선생 유작전 전시장에서 - 왕성열 부인, 김정옥 여사(이해찬 전 국무총리 부인), 현 중국 김화중 대사외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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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이론상으로는 검정색은 모든 색이 한데 합쳐진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빛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모든 색이 억압되거나 말소된 것으로 해석되는 색이다.
어둠 속에서 아무 색채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욕망을 억제하고 극기하는 금욕적 색채다. 동시에 그것은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무한한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색이다.
보이지 않는 것 가리어져 감추어진 것은 신비스런 것으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검정색의 독특한 위상에 대해서는 유럽의 회화전통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어왔다. 중국 수묵화의 전통에서도 먹색의 무한한 암시성에 많은 이야기가 있다
흑색이 아니더라도 단색조(monochrome)의 조각이나 그 회화는 다양하게 변화하는 색채의 차원이 결여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따라서 물리적 영역이라기보다는 심리적 영역에 속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흑색의 경우에는 그 경향이 더 강하다. |
나는 여운의 소묘가 보여주는 전반적인 검은 색조가 어떤 상징성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여운의 그림에 어떤 정치적 의미의 차원이 있다면 이는 우선 검은 색조에서 찾아보는 것이 첫 순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암흑기 또는 암흑시대라는 단어에서 보듯이 검은 색을 한 시대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지극히 상투적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이해되고 빨리 전달되는 것이다. 사실상 예술적 커뮤니케이션은 상투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상투형이 동원되며 작가는 이 상투형을 기피해서가 아니라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는 데서 자신의 독창성을 보여줄 수 있다. 사실상 소위 예술적 장르나 관습은 다 같이 역사적으로 형성된 상투형들의 집단적 체계가 아닌가. 도상학적 해석이라는 것도 기본적으로 상투형의 목록을 탐구하는데서 시작한다. 검은 색이 한 시대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제시된다면 왜 그랬을까, 또 어떤 점에서 그런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상징적 의도는 반 이상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여운은 왜 검은 색의 어두운 풍경을 반복적으로 그린 것일까. 그의 검은 색조는 어떤 함축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정치적 풍경
여운이 그리고자 선택한 소재는 대부분 정치적으로 완전하게 중립적인 소재라고 하기는 힘들다. 사실상 풍경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적 의미를 지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풍경 자체의 물리적 즉 시각적 성격에서 비롯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풍경은 시각적 장면이기 이전에 지정학적 맥락에서 특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 장소다.그렇기 때문에 한 장소를 그림의 소재로 선택했다는 것은 동시에 그 장소가 지닌 정치사회적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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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오승윤 선생과 함께
그런데 여운이 그린 풍경이 익명적 자연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라는 사실은 그의 그림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관건이다. 지리산이나 북한산은 유서 깊은 명산으로서 수많은 역사적 의미들로 에워 쌓여져 있다. 이러한 역사적 의의 때문에 그가 그곳을 그림의 소재로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산이 단지 널리 알려진 유명한 산이기 때문에 그렸을 수도 있다. 익명적 정경이 아니라 고유명사로 불려지는 특정한 장소이지만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예부터 많은 화가들이 그렸던 친숙한 소재라는 측면은 역설적으로 작가의 개성적 시각이나 기법 또는 기질을 보여주기에 오히려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동시에 그것을 그린 특정한 시대 또는 시간의 각인이 눈에 뜨일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상대적으로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여운이 그린 북한산은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여운이라는 화가가 21세기 초에 남한의 수도 서울이라는 초대형 도시의 과거 한양(漢陽)의 풍수지리상 주산(主山)인 북한산을 새롭게 개발된 강남 쪽에서 보고 그린 것이다. |
강서구에서 바라본 북한산 225 x 80cm
양천 현감을 지낸 적이 있는 겸재 정선이 비슷한 지점에서 북한산을 그린 그림도 있다.
풍경이라는 단어는 어떤 경치나 경관 즉 볼거리를 의미하기도 하고 그것을 그린 그림을 의미하기도 한다. 볼거리로서의 풍경이라는 의미와 그림의 한 종류로서 풍경화라는 의미가 혼동되어 흔히 쓰인다. 이러한 혼동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풍경화는 그것이 풍경화라는 사실 자체부터 은유적이다. 말하자면 풍경은 본다는 행위 즉 시선의 은유다. 풍경화는 흔히 화가가 본 대상 즉 경치를 그림으로 묘사하여, 즉 재현하여 다시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재현의 행위가 정작 보여주는 것은 하나의 시선이다. 그것은 화가의 시선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재현된 대상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시선을 은유적으로 제시한다. 즉 이 시선은 여기 그려진 풍경이니 이 풍경을 보고 이 시선을 확인하라는 요청이다.
풍경은 한 장소를 관조할 때 그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즉 보이는 것 자체에 그 시각적 상 자체가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음미할 때 이를 풍경 또는 경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관조란 한 대상의 모습 또는 정경을 마음에 비추어 본다는 뜻이다. 마음에 비추어본다는 것은 보는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고 생각하며 보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마음에 비친 상에 비추어 생각을 되새기는 것이다.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서로 분리된 별개의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정신적 활동으로 합쳐져 있다.
어떤 대상을 하나의 풍경으로 보거나 생각한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며 우리의 관심 또는 주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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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는 범위의 중심부에 놓고 조용히 보는 것이다. 관조(觀照)라는 단어의 핵심적 의미가 바로 그렇다. 풍경은 관조와 짝을 이루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풍경은 일종의 심리적 액자의 설정을 전제로 해야만 성립한다. 액자의 기능은 우선 시야 즉 보는 범위를 내 눈을 중심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액자를 설정한다는 것은 액자 바깥은 무시하고 액자 안에 들어온 것만 관심의 대상으로 삼기 위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동시에 액자 안에 들어온 것은 다 동질적 공간에 속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내 눈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액자 안에 들어온 것들은 조화롭게 배치되어야 한다. 이 말은 내 눈의 중심적 위치를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들 사이에 변화 있는 관계를 모색하여 단조로움을 피하고 생생한 느낌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위 구도란 이와 같은 배치의 이상적 형태를 일컫는 말이다.
내 눈이 중심이 된다는 것은 나의 모든 정신적 활동이 보는 행위을 중심으로 편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는 것이 아는 것의 은유적 표현을 넘어서서 그 둘이 동일한 것으로까지 생각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정신활동의 집중이 갖는 힘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집중은 시각적 상(像)의 배후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잊혀지거나 무시되기 십상이다. 보는 것에 몰두할 때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그 밖의 정신작용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자각하지 못한다. 풍경화는 이러한 정신적 세팅(setting)에 의해 다양한 대상들을 하나의 시각장(視覺場) 속에서 동질화시켜 보여주는 방편이다. 다시 말해 풍경화는 시야에 들어온 것들을 하나의 원칙으로 동질화(同質化)시켜 보려는 태도에서 성립한다. 원근법이라는 것도 그러한 원칙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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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시상식때 뒤풀이 - 고은, 김지하, 황석영 등과 함께
시선의 현존(現存)
여운의 소묘에서 우리는 작가의 시선이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 속에 현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선은 결국 풍경을 보는 사람으로서의 화가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가 자신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여운의 경우 이는 원근법의 소실점에 해당하는 가상적 시점의 강조에 의한 것이 아니다. 원근법의 소실점은 화가의 눈 또는 정경을 보는 사람의 눈의 자리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여운의 소묘 대부분에는 꼼꼼하고 사실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소실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경우가 없다. 그러나 공간의 느낌은 아주 생생하게 살아 있다.
목탄에 의한 것이지만 수묵화의 선염법의 효과와 비슷하게 부드럽게 번져나간듯한 농담의 미묘함. 이와 한데 결합되어 있는 미세한 터치의 중복에 의한 결은 촉각적 느낌을 통해 우리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화폭의 공간 속으로 끌어넣는다. 우리가 보는 것은 단지 삼차원의 빈 공간이 아니라 그 공간을 꽉 채우고 있는 기체의 다양한 상태와 변화, 공기, 습기, 아지랑이, 연기, 바람 등, 빛과 어둠의 작용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고여 있거나, 미묘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대기에 “신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화가의 시선을 느낀다. 시선이 신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말은 본다는 것은 시각에 대한 카메라 옵스쿠라 모델의 기계론적 설명을 넘어서서 우리의 두 눈이 “신체적으로” 접촉하고, 더듬고, 어루만지며, 경험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그림 속에 현존하는 신체적 존재로 제시된 시선을 그림을 보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상상적으로 전유(專有)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러니까 여운은 어떤 장소의 풍경을 단순히 재현하여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을 그렇게 볼 수 있는 자리로 우리를 데려가 몸으로 직접 느껴보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는 그림 속에 그 그림을 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설정하여 제시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는 원래의 그림을 또 다른 액자 속으로 다시 끼어 넣는 행위인 셈이다. 그림에 대한 그림, 시선에 대한 시선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작품 속에 그 작품을 보는 성찰적 차원 즉 메타적인 차원을 설정한다는 의미다.
그림 속에 단지 그려진 대상 즉 어떤 풍경만이 아니라 그 풍경을 관조하는 화가의 시선이 현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여운의 흑백소묘들은 이 점에서 무엇을 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그린다는 행위의 복합성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으로 생각된다. 섯부른 결론이나 해답이 아닌 조심스런 성찰적 질문들. 여운은 그 질문들을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고 차분한 소묘 행위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서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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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풍경은 그것이 지닌 시각적 특색만으로도 어떤 정서와 상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불러일으켜진 막연한 정서와 상념은 한 특정한 장소로서의 정치 사회적 또는 역사적 의미에 대한 반성으로 다시 새롭게 틀 지워지면서 보다 구체적인 것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작품의 제목으로 자주 등장하는 대추리는 누구나 알다시피 미군부대이전으로 말미암아 예전부터 가꾸어 왔던 땅에서 강제 축출 당하게 된 농민들의 저항으로 갑자기 화제에 올랐던 평택부근의 지명(地名)이다.
이 지명을 인식하는 순간 멀리 물탱크 비슷한 시설물들이 밭 경계선 너머로 보이는 어둑어둑한 들판의 정경은 정치적 함의가 가득한 풍경으로 바뀐다.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는 역사적 상황의 착잡함과 이로써 비롯한 갈등과 고통 및 비애(悲哀)의 표현으로 읽힌다.
대부분의 여운의 작품은 이러한 방식으로 심리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이들을 정치적 풍경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러나 결코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풍경이라는 뜻이 아니다. 정치라는 어휘는 너무나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되었기 때문에 대뜸 부정적 반응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정치적 메시지는 반드시 데모할 때 외치는 상투적 구호 따위로 요약될 수 있는 행동지침이나 강령 따위로 짜여져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는 정치적이라는 단어는 단순하게 기존의 특정한 어떤 권력이나 정당, 정파. 또는 이념을 지지하거나 두둔하거나 반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어떤 입장이나 태도, 한 집단이나 사회가 지향해야할 어떤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실존적, 윤리적 차원의 선택이나 태도를 가리키는 넓은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반드시 명시적 언어로 표현되지 않고 암묵적 방식으로 넌지시 암시되는 경우가 많다.
대추리의 풍경은 그 장소에 대한 정치적 논평이 아니라 풍경의 정치학에 대한 하나의 성찰적 질문이다. 한 풍경이 정치적 의미를 띄고 있다면 그것은 어떤 차원에서 그러한가. 그 풍경을 보고 있는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은 과연 그림을 통해 표현되거나 전달될 수 있는 것일까?
터
나는 그의 풍경 소묘들을 보며 문득 우리말의 “터”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집터, 일터, 장터, 싸움터, 놀이터 등등. 동시에 “자리”라는 단어도 생각났다. 일자리, 놀자리, 잠자리 술자리 등등. 풍경이나 경관이나 정경이나 경치라는 단어와는 의미나 어감이 아주 다른 두 단어다. 터나 자리는 눈으로 보는 대상, 구경거리가 아니라 몸이 차 |
| 지하는 곳이다. 눈이 아니라 신체가 주인공이 되어 어떤 행동을 펼쳐놓을 수 있는 곳이 터나 자리다.
여운이 그린 것은 풍경이라기보다는 터나 자리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곳이다. 그의 대추리 풍경들은 그곳 농민들이 거주하고 농사지어온 터를 그린 것들이다. 그 터는 이제 쫏겨나면 영원히 떠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결코 단순한 경치 즉 구경거리가 되기 힘든 곳이다. 그러니까 풍경이라고 하면 어딘가 터라는 말이 지니는 일상적 삶의 차원을 지워버리고 오로지 시각적인 측면만이 강조되어 그 터의 내력과 서로 배치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이율배반적인 느낌은 그곳이 볼만한 곳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은 장소라는 것을 우리가 아는 데서 생겨난다. 특히 정치적인 차원에서 말이다. 과연 그런 곳이 그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여운의 소묘는 그곳의 정경이 볼만하기 때문에 남에게 그려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역사와 지금의 사정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그린 그림이라는 점에서 착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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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그린 여러 장소, 이곳저곳의 “터”들은 하나 같이 고즈넉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불안하고, 어두컴컴하고, 침울한 느낌을 주면서도 남몰래 숨어서 편안하게 쉴 수도 있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거운 공기에 눌려 답답하기도 하고 한편 어찌할 바 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부드럽고 친근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쓸쓸하고 안타까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계속 바라보기엔 지루하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풍경, 쉽게 정의하기 힘든, 복합적이고 이율배반적인 우울한 느낌이 여운의 소묘들이 보여주는 특징적 표정이다. 그가 풍경화를 빙자하여 그리고자 한 많은 장소는 이제는 거들떠보지 않는 비근(卑近)한 삶의 터 즉 생활의 현장들이다. 이 현장들의 꾸밈없는 모습은 지금은 잊어버려 지워진 지나간 생활의 기억과 희미해진 상처의 아픔을 다시 들추어내어 우리들의 마음을 산란하게 한다. 그렇다고 회고적이나 복고적인 정서에 호소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이러한 경험의 지속성과 현재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전시도록에서 전재 - |
요하강 II 96 x 64cm 1999
Yeo Woon's Black Drawing
Written by Choi, Min / Art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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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gin again from the start
Yeo Woon‘s paintings this time are about the mountains, fields and villages and give the strong impression due to its simplicity of the objects at first sight. This landscape sketch on Korean paper is painted only using the charcoal with careful workmanship, attracting our interest with its consistent style of black and white, methodological simplicity and integri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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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hough simple to tone only black, the stretch the mountains and fields on the paper, it is actually exclusive choice in the basic level. In Yeon Woon's exhibition this time in 18 years, he shows his own formative choice in eloquent way. In other words, he does not command the various colored painting but appreciates the most basic foundation called 'black and white |
옛길 60 x 45cm 2000
| drawing(Somyo) in the self-reflection way.
He repeatedly raises the compulsive questions whether what he paints the landscape painting through the painting activity itself.
This implies the attitude of "Reductionism" that may be suspicious that he remains the old fashioned essentialism aesthetics. However, we can think about what Yeo Woon tries to describe in detail for the objects. He attempts the methodological questions about what the activity painting especially the landscapes such as mountain or field means basically, not through the abstract level of the linguistic proposition but through the direct and physical actions by using eyes and hands on the plane paper just with charcoal. Back to the basic question after his long time various works, he attempts the meta-linguistic exploration in this methodological choice through the simple means of black and white drawing, and it is not the question of the technique or sty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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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 Woon seems to ask the essential question about what it is to see something in the black and white drawing style and what it is to paint those kind of things. He tries to begin the paintings from the start.
To begin with, he seems to ask phenomenological questions by defining to see something could be the all-participation including various physical and psychological level.
He knows well to see is too complicated process not enough to be explained as the physiological process where the reflected rays from the objects before eyes pass through the iris and eye center (working like a camera lens) delivering the snap shots of images to the retina and brain. We often pass over the point that to see, think, expect and imagine are the wholly combined process in the complicated way. Yeo Woon‘s fine touch in his drawing seems to make us aware of it. From these paintings, we may assume his flow and texture of |
요하강I 90 x 70cm 1999
철원 비무장지대 가는 길 77 x 53cm 1990
| thinking, crossing knowledge, memory, prejudice, imagination, expectation, desire and emotional mixing and scattering when he would feel as if he were the painting beginner sincerely.
The charcoal and black colored oil pastel on Korean paper make the crossing, intricacy, overlapping, dispersion, mashing, spreading of a number of long and short lines in the traces and brush touches created from the contact and friction on the rough surface, which are the detailed indications of the movement of the continuous exchange and collaboration. The collection of such detailed indications creates the active rhythm on the entire canvas and represents the outline, shape and spatial structure of the objects.
Drawing, Dessin, Sketch
What can we call Yeo Woon's works in this exhibition ? It is drawing, dessin, or sketch? These days English dominates the terminology, it can be called drawing, we know another French word 'dessin'(borrowed from French, precise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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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sin is still used in the art college entrance examination, but the drawing is commonly used rather than the somehow old-fashioned dessin describing “plaster dessin”. It is because art hegemony has been already moved from Paris, France to New York, France, and furthermore, the globalisation has maintained the absolute position of English in all areas. We use the different words indicating the same things, but there is no any principle or agreement on what word to select.
In case of Yeo Woon's works, I prefer the 'somyo' to dessin or drawing, but I do not know how many people will agree with it. Yeo Woon said he did not care but agreed with my opinion when I asked him about it. He thought the word nuance is not so important. The reason why I prefer it is the word 'somyo' means the simplified description in Korean, thinking the word matches Yeo Woon's works which described the landscape in detail in black and white monochrome color without other color. The word of both drawing and dessin give the feeling that the entire object silhouette is described mainly in lines and I think they do not match Yeo Woon's works this time in which |
철원 가는 마을 184 x 94cm 2005
| lines are not explicitly exposed.
Anyway, the prominent points in these drawing are not the volume or silhouette of the firm objects. Rather than, it contains the texture and atmosphere of the empty negative sunken space that is indicated by the subtle changes in gradation. The contrast of the brightness is intended not to feel the massive volume but to suggest the spatial depth or psychological distance.
Yeo Woon's black and white drawings in this exhibition are not the preliminary sketch, esquisse or etude showing the initial pursuit process or idea sketch, but the works themselves he created, made and complete. Therefore, he selected charcoal, oil pastel and Korean paper as the means such as the oil painting artist selects the oil paint and canvas. Compared with oil painting, the charcoal drawing is relatively simple media. The simplicity means not only it is easy to handle with, but also it is so limited to represent the diversified formative express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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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sure that the excellent artist may transform such limit or restriction into the step stone to open another possibility or step a big leap. It is the same principle as the strength of eloquence depends more on how to effectively arrange and command in right time and right position, not on the flamboyant long speech. The limited genre of the black-and-white drawing can be overcome only by the artist's capabilities transforming it into the artistic advantages.
Black-and-white monochrome
As the black-and-white charcoal drawing is lack of color in principle without any chance of various coloration, it starts from the point where the artist should represent all by using the changes in gradation and toning of black and white. These physical limitations are the artistic possibility. Yeo Woon transform such limitations into the opportunity in consistent pursuit of the formative exploration. The interpretation from the various colors of the visual world into the black and white tone may be the kind of abstract work. In this context, the specific |
| representation of the reality feels like being transformed into more non-material and mental level.
Decolorization in the representation process simplifies the complicated phenomenon and the simplification allows much more free creativity to the artist. It is necessary to recall why so many artistic photographers prefer black and white pictures, although it has been considerable time since the color film, color picture and printing technology have been developed.
I think Yeo Woon had the similar reason when he selected the charcoal drawing without color, not the oil painting. Furthermore, he referred much to many types of photographies. Thus, it is natural that his drawings carry the abstract and psychological atmosphere like the black and white pictures. The Korean traditional ink landscape paintings and black and white photography work as the intertext in his charcoal drawings. When we see his paintings, we cannot help but think their inverse representation images without those both colors.
In his drawings, Yeo Woon mostly selected the common field, village or wild plain or road. They include the works giving the magnificent oriental landscape painting of the Mt. Jogye seen from the Nogodan located in Mt. Jirisan according to the deep-perspective and another works giving the open panorama scene stratching over Mt. Buhansan seen from over Han River. With the long history, as the famous Mt. Jirisan or Mt. Buhansan has a lot of historical stories and meanings, each appreciator may feel the unlimited imagination and thinking motives. In this case, the landscape of nature may stimulate the imagination as the historical objects beyond the nature itself.
We all know that we will be touched naturally when we see the panorama of landscape. People experience the unique emotion when they see the pure landscape without any people or event. Although the artists draw the landscape painting in many reasons, but I think such natural feeling is the pure emotion. We would feel such emotion as if it were the attributes of the landscape itself. The empathy is a word that explains such experienc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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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과 함께 - 중국 노신대학 특강을 마치고 노신대학 미술관 앞에서
Therefore, the landscape is the excellent means to communicate our heart and emotion with others. These reasons have made the landscape paintings preferred both in Asian and western countries.
Like other landscape artists, it seems that Yeo Woon has also focused on the landscape to intend to deliver and share his heart and emotion with others. There is a great Sino-Korean word meaning such state. The word is the heart scene('Euigyeong' in Korean).
It has been known well that Chinese landscape paintings are not simply to describe the grand visual scenes but to show the attained state of spirit. It is related to what Yeo Woon intends to deliver. However, Yeo Woon is the artist who thinks the present life experiences rather than the Taoism or Confucianism style of spirit tradition or ideal. He paints the drawings in black and white, in order to express what he experiences, feels and thinks during his current real life.
Rather than the spirit aspect of his works, the style aspect is closely related with the tradition of Chinese landscape painting. Mainly using the charcoal and black oil pastel, Yeo Woon's landscape drawing has the similar traits with those of Korean traditional ink painting, if considering its gradation and toning of the lines to express the brush touch, massive volume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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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ightness. He works especially on Korean paper not on the western style of paper, which tells such correlation. Yeo Woon's charcoal landscape drawing is sufficient to be described as a Korean traditional ink landscape painting with charcoal, in the point that it is similar with the ink tradition and brush gradation method. Black
The black color in theory is interpreted as the all colors joined, but all colors suppressed or erased due to the lack of light in the meantime.
In darkness, nobody can see any color without light. This is the abstinent and stoic kind of color, but it allows the infinite imagination because it does not show anything.
Things not seen or hidden bring the mysterious fear, stimulating the curiosity as well. As the western arts history has a lot of stories concerning the unique position of black color, Chinese traditional ink painting has such stories concerning the infinite implication of the black ink col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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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ides, the sculpture or painting in all the monochrome-colors give the unrealistic feeling somehow with only the fact that it lacks the diversified color levels. It is considered to belong to the psychological area not to the physical area. Especially, black tends to have more such tendency. Therefore, I think the black colors shown in Yeo Woon's drawings have a certain symbolism. If there is any political level in his paintings, I think the first thing is to look at it from the black color shown in his works. As we can see from the expressions such as dark age or dark period, the black can deliver faster specific definition in spite of its stereo type. While people usually think the arts communication should be far from the stereo type, there are a lot of them in reality that the artists may show his/her originality by using it in the new way. Actually, so-called art genre and customs would be the collective system of the stereotypes that have been historically formed. The iconography interpretation also starts basically from the examination of the stereotype list. The artist's intention for the symbolization can been seen as successful only by raising the question why black color symbolizes the atmosphere of a certain era. Why did Yeo Woon repeatedly represent the dark black landscapes? Which implications do his black contain? |
마을에 연기 나네 73 x 51cm 1992
지리산 187 x 94cm 2004
Political landscape
It is hard to see that the objects Yeo Woon has selected completely stand neutral. Whether the landscape has the political meaning does not start from the physical and visual features of the landscape itself. A specific landscape is a place that occupies the special location in the geopolitical context, before only visual scene. Therefore, the selection of a certain place means that the writer deeply thinks about the political and social meaning of it.
As Yeo Woon describes the landscape as the specific location not just as any certain place, this is a important key to understand his pictures. Mr. Jirisan or Mr. Bukhansan is famous mountain with long history, surrounded by a lot of historical meaning. He would select his objects because of such historical meaning. However, maybe he would paint them just because they are widely know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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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the traditional familiar objects show well the writer's own view, technique or disposition, it works as the advantageous point in that point. In the same time, there may be relatively bigger possibility to open eyes toward the described age or time. The Mt. Bukhansan, the principle mountain of past capital Hanyang according to the theory of configuration of ground was drawn by Yeo Woon himself from the newly developed Gangnam location. There is another work of Mt. Bukhansan which had been drawn at the similar spot by Gyumjae Jungsun, the painter of Chosun Dynasty.
The landscape means the sightseeing or spectacles, sometimes its paintings. The word are commonly used both for the landscape to see and the landscape painting as the art. This shared use of the word has the reason.
The landscape painting has the metaphoric in the fact that it is the landscape painting. |
| Namely, the activity to see the landscape means the visual metaphor. The landscape painting is usually considered as the painting representing the scenes or spectacles seen by the artist, but what this representation activity tries to show is the metaphoric view. This is not the representation of an artist's view, but another metaphoric view. Namely, this view is the request to check such view when the audience see the landscape in the painting. The landscape reveals itself when the audience deeply contemplates it. Namely, when the audience appreciates the visual image itself as the specially meaningful and valued things, this may be called as a landscape or spectacle. The contemplation means the reflection of the object or scene on one's heart. The reflection on heart means to see and think. In other words, it is the bearing the image in heart. To see and think are not the separate activity and they are combined as one single mental activity.
To see or think over a certain object as one landscape is to maintain the psychological distance and quietly to gaze at it by placing it in the center of our interest and attention. It is the core meaning of the contemplation, which is pair with the word of landscape.
In other words, the landscape is completed under the assumption of a kind of psychological frame. The function of the frame is to restrict the vision range mainly within audience's s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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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ting up the frame means to ignore the outside and see the things within the frame as the object of interest in the boundaries. It is to see all things within the frame as within the homogeneous space. As the audience's sight is the center, the things within the frame should be harmoniously arranged. This means it is necessary to maintain the lively feeling by avoiding the monotonous feeling to be in pursuit of the changes and relationships within the range which does not shake the audience's central position. The composition means such kind of ideal type of arrangement.
The audience' central position means all the mental activities are to be arranged by the act to see. To see is considered as beyond the metaphoric expression of knowing it, and it is because of such force of the concentrated mental activity.
However, such concentration is easy to be forgotten or ignored because it occurs behind the visual images. When absorbed only into seeing, we are not able to be aware of the other mental actions or process, only being interested in what we see. The landscape painting is the means to show the homogeneity of the various objects in one visual range through such mental setting. Namely, the landscape painting is formed with the attitude to attempt the homogeneity of the visuals into one principle. The perspective is another form of such principles. |
리교수의 기억들 187 x 96cm 2006
The existence of vision
From Yeo Woon's drawings, we can see his visions exist in his works in very peculiar way.
It is natural to call this vision is this artist himself, because the landscape painting is to verify his existence as the viewer. In case of Yeo Woon, the vision is not represented by the stress on the visual perspective of the vanishing point. The vanishing point of the perspective is the eye level of the artist's or viewer's eyes. The interesting thing is that there is little clear vanishing points in spite of its mostly detailed and realistic description However, the works show the lively spatial feeling very well.
He naturally puts our eye level into the picture space through the sense of touch, by stretching the subtle and soft spread of gradation of the charcoal that is similar to the effect of the brush touching('Sunyeombup') of Korean traditional ink painting and subsequently combined overlapping of the fine brush touches. In this way, we feel not the 3-dimensional empty space, but the eye level of the artist who "physically" participates in the air where there are various changes, air, humidity, haze, smoke, wind, and the action of light and darkness, containing the air in the various forms. The expression of "physically participation" means that, beyond the mechanical theory explanation for the visual of the camera obscura model, to see is to "physically" contact, fumble, carefully touch and experience. When seeing such existence of the eye level suggested as the physical existence, we can appreciate it as our own by transforming it through our imagination. Yeo Woon does not simply represent the landscape of a certain place, but requests us to feel it in person by bringing us to the place. He suggests it by setting another view of the audience within his picture. Thus, this is the activity to put the original picture into another frame again, as the picture to the picture or eye to the eye. In other words, the artist sets up the reflection level or meta-level of the audience within the paintings.
Yeo Woon's black and white drawings is shown not as the landscape object drawn but as the existence of the contemplation, raising various questions about the compound aspects of painting activity. Those are reflective questions not the hasty conclusion or answer, where Yeo Woon proposes one by one through the sincere and calm drawing activity not through speaking of those questions.
One landscape painting may cause a certain emotion and meditation only with its visual features. However, such obscure emotion and meditation is transformed to more specific one within the new frame after the reflection of its political or historical meaning as a certain location. For example, his frequent work title is 'Daechu-ri', the district name around Pyeongtak as we know that the farmer resisted after they are forcedly driven out from their hometown because of the recent relocation of the U.S. troop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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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정석I 55 x 76cm 2005
다산정석 II 72 x 151cm 2005 |
백락청 선생과 평양에서
Upon recognizing this district name, the scene of the water tank-like facilities seen over the dark field and rice field lines will be transformed to the landscape full of the political implicatio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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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rk and dreary atmosphere starts to be interpreted as the expression of the conflict, pain and sadness under such history.
Most of Yeo Woon's works cause the psychological reactions in this way. That is the reason why I wish to call his works as the political landscape. However, I do not mean his landscape delivers the simple political message. The word of politics give the negative reaction because of its deceptive and hypocrite feeling. The political message is not composed of the code of conduct or party platform that may be in summary as the stereo type of demonstration. I am not in the position supporting or opposing a specific power, party or ideology, but he contains the wide meaning indicating the existent and ethical level of selection or attitude to suggest a certain directions a society should be headed to. Therefore, he just implies in the suggestive way rather than in explicit way. |
지리산 천왕봉 145 x 115cm 종이 위에 목탄, 콘테 2004
The landscape of 'Daechu-ri' casts a reflective question regarding the politics of the landscape, rather than the political comment on the place. If one landscape implies the political meaning, in which aspect will it be? Will it be possible to express or deliver the emotion or thinking of the viewer of the landscape through the paintings?
Site
When I see his landscape drawings, I recalled a Korean word, “Site”, which is often cited for 'house site', 'work site', 'market site', 'battle site' or 'amusement site' 'job site', 'sleeping site' and 'drinking site' and so on. Those two word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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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e the different texture in meaning with that of the words such as landscape or scenary.
The 'site' or 'field' is the place where we are physically involved with, not just see something. Those words indicate some place where we physically and actively participate as a main character to stretch some activities. Things drawn by Yeo Woon is suitable for 'site' or 'field' rather than 'landscape'. He painted the farmers' field of Daechu-ri where they have lived and planted for a long history. They will nor come back to this field nor see again easily once they are kicked out of. Therefore, if we see his works as the landscape, I feel like the history as the site would be removed and opposed to the fact with only visual aspects. |
비어 있는 집 73 x 51cm 1993
사랑 상생 41 x 30cm 판화 2006
This feeling of antinomy is generated from the fact that we aleady know it is the place with many problems especially in terms of the political aspects, not with many things to see. Is it worthy of drawing such place? The drawings by Yeo Woon bring the intricate feeling in that point he intended many people to be interested in the history and status, not to show the seeable or enjoyable scenes.
사랑가 43 x 51cm 판화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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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30 x 41cm 판화 2006
The various sites drawn by Yeo Woon and those “sites” everywhere in Korea all describe the quiet, still, dark and gloomy, but offer the lonesome and convenient places. Sometimes, the dark air make us to leave for some other place. It also gives the soft, familiar and lonesome and sad feeling.
Continuous looking at it is sometimes feel boring, but it attracts with the undefinable, compound gloomy antinomy. Many places he tried to express in forms of the landscape painting style, are the life sites where we now neglect. Those memories and pains are now faint, but they are revived to give us the mixed feeling due to its candid expression. However, he is not appealing to the retrospective or reactionary sentiment. He hopes to talk about the continuance and present being of such historical exper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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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43 x 53cm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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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운 / Yeo Woon
• 개인전 4회
• 한국현대미술 20년의 동향전(국립현대미술관)
• 시대정신전(그림마당 민)
• JAALA전(동경도미술관, 동경)
• 80년 형상미술 대표작전(금호미술관)
• 우리시대의 표정-인간과 자연전(그림마당 민)
• 해방50주년 역사전(예술의 전당)
• 정도600년기념 국제현대미술전(국립현대미술관)
• 한국대표 시인화가전(학고재)
• 현대미술 전개전(국립현대미술관)
• 水전(서울시립미술관)
• 남북 6.15공동선언 기념전(워커힐미술관)
• 중국 노신대학 교수교류전(노신미술관, 심양)
현재
• (사)민족미술인협회 회장, 하양여자대학 조형일러스트레이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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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염원 42 x 30cm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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