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거야-생명3 194 x 112cm 2008
그러나 생명을 궁극의 가치로 생각하였던 유교적 관점에서 보면 존재의 구조와 관계를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서 우주를 완전하게 표현한
뛰어난 작품이다. 내 그림은 이러한 신사임당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내 그림에서는 신명나는 생명의 몸짓이 끊임없이 꿈틀거린다. 평면적이고 정적인 화면에서 이렇게 생명력이 넘쳐흐르는 것은 배색의
효과에서 기인한다. 나는 음과 양으로 구성된 상대적인 존재를 과감하게 보색으로 처리한다. 동물을 평면에 옮겨 그리면 움직임이
없어지므로 정지된 화면을 보는 것 같은 단조로움을 벗어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이다. 음양과 보색은 모두 상대적인 관계이지만
보색은 정지된 상태에서도 강렬한 운동감을 발산하는 특징을 이용한 것이다. 내 그림에서 마치 화면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싱그러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보색대비 효과에서 오는 것이다. 보색대비에서 발생하는 강렬한 운동감은 정지된 형상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싱그럽게 만든다.
|
|
화면을 보색으로 배색하는 이유는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보색과
같은 효과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상대적 관계인 보색의 배색이 강렬한 생명력을
품어 낸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 현상이나 자연 현상을 잘 관찰해 보면 모든 존재는 항상 보색과 같은 상대적인
관계로 구성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 암컷과 수컷, 낮과 밤 등이 그러한 경우에 속한다. 이러한 관계는 개인이나
국가는 물론이고 종교 간에도 형성된다. 심지어는 사람이 죽어서 혼백이 돌아간다는 내세來世마저도 천당(지옥)과 지옥, 음과 양의
구조로 파악한다. 나는 이러한 존재 구조를 선과 악의 관계로 파악하는 현재의 가치관에 대하여 의문을 갖고 있다. 선악의 관계에서
선은 항상 강자의 차지가 되고 악은 약자의 몫이 되어 제거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상대를 제거한다고 해도 또 다른 경쟁 상대가
발생하므로 이러한 관계는 시간을 두고 반복되면서 제거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악을 지목하고 제거를 반복하는
악순환의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 이러한 악순환의 역사를 생산해낸 선과 악의 가치 개념으로는 온 인류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남존여비
사상이나 귀족제도를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 없는 것처럼 상대적인 존재를 선악으로 구분하는 척도를 온 세상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한 척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먹을 것이 충분하지 못하던 차별적인 시대의 산물로서 고도의
교육과 경제력을 동질성으로 가진 현대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가치관이다.
함께 사는거야-생명16 45.5 x 53cm 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