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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영 글 - 태안 예총 연귿무대의 설치미술-창의 의미

2008년 12월호 > 특별기획 > 문화탐방 > 김제영 글 - 태안 예총 연귿무대의 설치미술-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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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태안 예총 연극무대의 설치미술 -‘窓의 의미’

교과서 한 편 떼는 것보다 한 번의 감동을 경험하라

글 : 김제영 / 미술컬럼니스트

궤도를 이탈한 차량의 질주를 보는 듯 아슬아슬한 오늘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내일의 사회를 모래섬에 세우느냐 반석위에 세우느냐의 민족의 운명을 짊어 지게 될 세대의 육성(창의력과 자율성)에 정열을 쏟고 있는 무의유여한 교육자들의 존재를 발견하였음은 戊子年에 거둔 우리 모두의 가장 옹골진 열매라고 감히 단언한다.
작년 이맘때 초대장까지 발부한 한국예총 태안지부 창립 및 초대회장(소설가 지요하) 취임식(2007. 12.12)이 12.7 태안 앞바다의 유조선 충돌사고로 기약 없이 연기되었다가 2008. 11.29에야 태안 문예회관에서 갖게 되었다. 바다를 덮은 기름을 걷어내기에 온 국민이 참가했다. 그 노역에 지요하의 몸이 망가졌던 모양이다. 그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태안이나 충남만의 일꾼이 아니다. 지요하의 확고한 작가의식과 거기에 따른 실천력은 이 땅의 모든 작가 예술인 지식인등의 귀감으로서 영향력이 지대하다.

그의 건강이 회복되었다는 그 사실이 어찌나 고마운지 백사를 제폐하고 달려갔다. 급한 일거리 때문에 취임식에만 참석했다가 되짚어 올 셈이었다. 그런데 프로그램 순서에 문인협회 연극공연-극단 ‘연두빛 뜨락’의 나의 푸른교실(지도교사: 태안여자중학교 가덕현선생님, 오우리 외 18명)교육문제를 주제로 하고 있다고 여겨져 객석에 눌러 앉게 되었던 것이다.

막이 열리면서 나의 시선이 멎은 곳은 창이었다. 나의 푸른 교실무대에서 소액자 크기의 창은 빛과 바람과 공기가 순환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그것은 곧 소통과 희망의 상징이다.
3면을 새까맣게 처리한 정면 벽 창의 높이(사람이 닿을 수 없는)는 창의 기능이 정지된 즉 외부하고의 소통이 차단되었음을 온유한 간접화법이기도 하다.
오늘날 대학입시는 출세의 관문으로 생존을 위한 호구(糊口)의 수단으로 교육의 의미가 희석되어가고 있다. 무한대로 뻗어야 할 청소년들의 자질과 잠재력이 유폐되어지고 있는 오늘의 상황을 미니멀화 시각적 표현으로 형상화한 나의 푸른 교실 무대의 설치미술이 아닐런지 객석에서 바라다보았을 때 무대의 폐쇠적 분위기는 영낙없는 감옥의 이미지였고 연극의 진행은 그 감옥의 이미지를 풀어가는 과정의 설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동숭동 대학로 상설 소극장에서나 경험할 법한 실험성이 눈에 띄기도 했다. 연출자의 미학적 안목과 숙련된 솜씨가 엿보여 흐믓 했다.

작품공연
프롤로그
창에 빛이 밝혀지고 자장가(모짜르트)가 들리고 조명이 키타를 치고 있는 주인공(영재)에게로 이동한다. 자장가의 가사 멜로디도 키타를 치는 소녀의 모습도 가녀리고 주위는 정적이 깔려있다. 그러다가 주인공 영재가 비장하게 약을 꺼낸다. 어머니가 등장하고 영재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끝내는 약을 털어 넣는다.

장면1
첫 장면은 시체를 에워싼 요정들의 소동이 벌어진다.
춤의 몸짓과 아카펠라(Acappella)양식으로 노래를 제창한다.

우리는 하늘의 천사
사람들은 우리를 저승사자라고 부르지
오늘은 어디에서 우리를 부르나
세상 어느곳에서도 우리를 찾으면 안가는 곳 없다네.

요정들은 사진도 찍고 청진기도 대보고 사망 여부의 검안 작업에 들어간다. 비실재적 저승의 세계를 오늘의 사회 풍토로 묘사한 대목은 코믹하고 실험적 시도이기도 하여 흥미롭다.

요정3,4 : 죽을 것 같기도 하고 산 것 같기도 하고....,
요정1 : 저 한심한 고문관들. 난, 니들이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명문 중에 명문, ‘지독하다 저승그룹’ 에 입사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회장님 빽이라면 몰라도 ...... 혼내지 않을 테니까 ,

솔직하게 예기해봐 !!
요정3,4 : ( 뜸들이다, 귀속 말로 고참에게 말한다 )
요정1 : ( 놀라 버벅거리며 ) 뭐, 회장님!
자,자,자, - , 시간없고 ( 익숙하게 눈을 한 번 보고 ) 사망, 시간?
요정 3,4 : time?
요정1 : ( 황당해하며 ) 뭐!
요정2 : 이름 나영재 2007년 12월 10일 새벽4시 35분. 사망 원인 수면제 과다 복용
요정1 : 죽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증거를 가져 가야하는 것이 회사규율이니까, 일기장을 반드시 찾을 수 있도록 ! 실시!!!

요정2,3,4 : 실시!!!
요정2 : 저기, 뭐라고 했는데 저렇게 쫄아 !
요정3 : 회장!
요정2 : 그래. (놀라며) 뭐라고!! 회장님!!!
요정3,4 : (요정1을 눈짓하며) 쉿!!!
요정1 : 뭐 해!
요정2 : 없습니다!
요정3,4 : 없습니다!
요정1 :큰일인데 못 찾으면 복귀 못하는데......,
요정4 : 저기요. 팀장님!!
요정1 : (친절하게) 왜, 고문관, 아니 신입사원님.
요정3 : 여기 살만한 것 같은데 , 먼저 올라가시면 안 되나요?
요정1 : 뭐!!
여정3,4 : (웃는 표정)
요정1 : 아- 아무튼, 못찾으면 승진은 물론, 요즘 퇴출이 인기인데 우리는 졸지에 백수가 된다는 걸 명심하도록 ! 알겠어!!

어머니는 영재가 죽은 후 일기장(요정들이 찾고 있는)을 발견하고 그것을 읽는다.
며칠 후면 졸업이다. 정말 죽고 싶다. 도저히 살아갈 힘이 없다. 하지만 식당일 하며 나만 바라보는 엄마만 보면 죽기도 힘들다. 난 공부보다는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가수가 되고 싶은데.... 며칠 후면 연합고사다. 전쟁의 시작이다.

장면2
오늘날 왕따는 학교 폭력중의 악성 폭력이다. 연기도 대사도 어찌나 실감이 나는지 하이애나가 날고기를 씹는 느낌이다.

영재를 비웃는 아이, 왕따를 외치는 아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 전화 받으면서 이동하며 일부러 부딪치고....
-영재가 지나가는 많은 아이들에게 치이고, 짓밟힌다. 저항하지 못한다.
학생(짱): 어이 왕따!! 어쭈 꼬라 봐? 꼴아보면 어쩔 건데. 그러다 한대 치겠다. 쳐 봐! 쳐봐! (싸대기를 때린다)
너, 오늘 돈 많이 가져왔지! 이따 화장실에서 보자.(가다 뒤돌아 보며)

(조금 걸어가다 뒤돌아보며), 너 선생님께 꼰질르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지? 이우!!!
어머니의 회초리와 넋두리 매맞기에 이골이 난 딸 (영재)의 회초리 댓 수 세기는 교육적 명분으로 포장된 가장 비교육적인 학부모 욕망의 학대 장면이다. 나의 푸른교실 무대의 중심내용이기에 손색이 없다.
자살하기 전의 장면을 재연함으로써 영재가 왜 죽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다.

어머니: (단호하게) 너 어젯밤 나보다 먼저 잤지? 같이 공부하기로 했어 안 했어? 학력고사가 며칠 남았다고....
(비꼬듯이) 넌 도대체 잘하는 게 뭐니? 공부도 못하고 거짓말만 하고 용기두 없구. 이래 가지구 사회생활 하겠어?
(무시하는 말투로) 넌 옆집 수민이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
영재: 둘!
어머니: 거짓말이나 하구. 내가 너한테 못해 주는 게 뭔데? (때린다)
영재: 세엣. 얘기 좀 해. 얘기 좀... !!
어머니: (몽둥이를 들고 쳐다보며) 시끄러! 얘기는 무슨! 넌 자식도 아냐! 너 같은 자식 낳은 적 없어! 한 대 맞을 때마다 1점씩 올라간다고 생각해! 다 너를 위한 거다. 좋은 대학 가라고 그런 거야. 너희 아버지처럼 무능하게 살래! 이번 시험만 잘 보면 니 인생이 달라져! 넌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몰라!
학교 때 일등과 삼십등은 숫자에 불과 하지만 가난한 놈한테는 일등과 삼백등, 아니 삼천, 삼만, 삼백만 차이라는 걸 왜 모르니! 뒤늦게 알아도 소용없단다. 아무리 용을 써 봤자 너희 아버지처럼 회사에서 시험 본다고 엑셀 배우고, 영어회화 배우고, 컴퓨터 배우고 그럼 뭐 해 짜를라구 작정한 놈들한테.... 근데 니가 나를 배신해(때린다)

선생님의 설교 역시 두리뭉실 가슴을 찌르는 감동의 어귀가 없다.
“걱정하지 말아라! 시험은 본다! 시험이 끝나는 날 비로소 고개를 들고 세상을 봐라! 그래도 늦지 않아! 아마도 장담하건데 세상은 무너지지 않은 것이다. 무너지길 원해? 그렇다면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넣어라! 그리고 시험에 통과해라! 너희들이 시험에 무사 통과한 후에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 한 번 밖에 없는 기회다. 자! 마지막 예상문제다. 마지막이니까 잘 듣고, 참고 하도록.”

결국 요정들에 의해 영재는 이승을 떠나게 된다. 딸과 어머니가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지면서 모녀가 화해하는 장면은 가슴이 찡한 아픔으로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그게 바로 나의 푸른교실 무대가 오늘의 교육계에 던지는 답이다.

영재:(무릎을 꿇고 담담하게) 엄마 이제 학원비 번다구 새벽부터 일어나서 일 안 나가도 돼요! 밥 대신 하얀 약 먹는거 정말 보기 싫었단 말야. 내가 조금 더 열심히 했더라면 엄마 웃게 했을 텐데..... 엄마 사랑해요.
요정 3, 4: (천천히 영재를 일으킨다)
영재: (체념하며 일어난다)
요정 2: (다시 영재의 손을 잡아끌고 벽 쪽으로 향하려 한다.)
어머니: (무엇인가 느껴지는 듯 큰 소리로) 영재야!
영재: 엄마- !
어머니 : (양손을 벌린다)
-영재가 달려와 어머니의 품에 안긴다. 한동안 안겨 있다.
-맑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떨어지는 음악이 흐른다.
영재와 어머니 서로를 깊게 느끼고 듀엣곡을 부르기 시작한다.

(엄마와 영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
루~~~ 이제는 나는 홀로 어디로 가나
이제는 안녕 영원할 것만 같던
나의 정든 친구여!
제발 잊지마.
언젠가 지워질지 모르는 내 이름을
(학생들 전부 나와 손을 흔든다)
루~~~ 이제 나는 홀로 어디로 가나
음~~· 어디로 가나
-서서히 조명 OUT-

나의 푸른 교실 연출자 가덕현의 연극지도는 프로패셔날하다. 발음의 입모양 만들기, 표정, 몸짓, 무용적 동작 등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기는 훈련은 철저하다. 연극은 교육이요, 무대화한 삶의 모습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교과목외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은 보다 충실한 교육, 보다 성실한 미래 사회의 삶을 건설하기 위함에서 이다.

.... 지금도 교실에 들어가면 꼭 한 5분은 설(?)을 풀고 시작하는데 그의 지론 아닌 지론이 된 말 ‘교과서 한 편 떼는 것보다 한 번의 감동을 경험하라’ ‘지금은 비록 60점짜리 학교생활에서도 90점짜리 인생을 계획하라.’
안면중 임창선 선생이 같은 군내 동료 교사의 교육자상을 소개한 ‘태안의 고집불통 가덕현 선생님’(교육과 삶 기고문)을 읽고 바다를 차고 하늘로 치솟는 돌고래의 약동과 같은 기쁨에 나는 가슴이 뛰었다.
교육의 본질을 명시한 태안여중 가덕현선생의 좌우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해안 끝자락 어촌에 어떻게 이런 분이 계셨을까 소설가 지요하 뿐이려니 했는데
1945년 이화여고 4학년 때였다. 교장실 앞을 지나는데 신봉조교장선생님께서 “잘됐다. 너 잠깐 들어와라.” 하셔서 들어가니 한 청년이 서 있는데 그야말로 입맛이 떨어지는 인상이었다.

키는 작달만하고 눈은 애꾸눈이고 명태처럼 깡 말랐다.
“동경제대 법과를 수석으로 나오신 선생님이시다. 앞으로 반을 짜서 세미나 등 특별지도를 받도록 해라.”
기왕이면 다홍치마 인데.... 시큰둥했다. 동경제대 수석졸업자 전학연선생 그는 서양사 첫 시간에 여러분이 존경하는 인물은? 한마디 던지고는 칠판에다 자신은 'Karl Marx'라고 크게 썼다.
애들이 수근 거렸다. 시험 한 주일을 앞 둔 서양사 시간이었다. 시험문제를 미리 내 주겠다. 문예부흥(르네상스)에 대해서 역사의 모든 시대는 과도기다 두 항목 중에서 한 문제를 택하라 노트나 책을 보고 써도 부모나 친지 누구에게 부탁을 해서 작성을 해도 상관하지 않겠다.
시험 전에 문제를 내주는 것만도 신기한 일이다. 컨닝금지는 예나 지금이나 엄하다. 천지개벽이 아니고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가슴이 터질 듯 벅찬 감동에 미친 듯 소리치고 빙글빙글 돌고 싶었다. 학문의 자율성은 이런 것이다의 교시였던 것이다. 선생님의 외모가 불란서 미남배우 알랑들롱은 저리가라이다. 이 멋진 선생님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 한 주일 내내 책을 뒤지고 질량의 법칙 대립물의 통일 변증법적이론도 공부했다.
물론 극찬을 해주셨다. 신문사 응시에서 논문 최고점을 받은 것도 83세의 할머니가 정치 칼럼을 쓸 수 있는 저력도 당시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어저께 쓴 칼럼의 제목도 까맣게 생각이 나지 않는데 60여년 전의 역사의 모든 시대는 과도기다라는 시험문제는 상기 엔돌핀을 분출케하고 있다.
가덕현 선생의 학교 학생은 물론 지도하는 연극반 태안 청소년 여름문화 연구회 삶을 가꾸는 교육 문화 공동체 나누리 등에서 가덕현 선생과 생활을 함께 할 수 있었던 학생들은 선택된 행운아들이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데다 연극을 하였기에 가선생의 예술적 감성의 저장고에는 역사적 현인들의 말씀 못지않은 빛나는 언어들이 금강석처럼 깊이 쟁여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 다듬어진 교육 철학적 언어들이 먼훗날 학생들의 삶에 길잡이가 되는 등불 역할을 하리라는 확신을 한다. 날라리는 날라리끼리 모이고 지성인은 지성인을 알아본다. 안면중학교 인창선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어찌 내가 가덕현 선생의 명언 교과서 한편 떼는 것보다 한 번의 감동을 경험하라. 60점 짜리 학교생활에서도 90점짜리 인생을 계획하라 주옥같은 명언을 접할 수 있었을까. 조민엽 조치원 고등학교 미술선생님 고맙습니다. 가덕현 선생의 자료 챙겨 주시느라고 바쁘신 데도 수고 하셨습니다. 당신들은 참 행복하신 분들입니다. 참 교육을 위해 결속한 동료애가 참으로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기축년(己丑年)의 희망과 행복이 가득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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