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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호 > 특별기획 > 미술논단 > 박선규 - 그림의 현대적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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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논단/ 그림의 현대적 담론

그림의 현대적 담론

 



Park, Sun Kyu

글 : 박선규 / 철학박사

 
• 원광대학교 대학원 ( 미술학 석사 ), • 대만 문화대학교 철학연구소 ( 문학석사 , 미학전공 ),
• 대만 동해대학교 철학연구소 ( 문학박사 , 미학전공 )
• 전 ) 중등학교 교직 경력 13 년 , 대학 및 대학원 경력 15 년 , 대만 동해대학교 겸임교수 2 년
• 현 ) 사단법인 한국미술창작협회 이사장 , 의재정통유화연구원 지도교수
• 논문 : 易學與樂記中美學原理探究 ( 중국 문화월간 ), 藝術論 ( 중국 문화월간 ),
  藝術與創造定律 ( 중국 대만성 교육청 문화논문집 ), 예술과감정 ( 한국 정신문화원 계간 논문집 ) 외
  美學 . 예술철학 . 조형론 . 기교론 . 평론 . 감상에 관한 논문 다수
• 저서 : “繪畵思想與造形理論” ( 中文 ) “道思想과 繪畵世界” “美學이란 (1) ” “사색의 모델”
  “이 시대를 바르게 살아가는 길” “현대미술도 예술인가”, “예술과 창작” “예술이냐 외설이냐”
  “산수화와 그정신” “산수화의 조경이론” “문부와 그 미학” “공자는 안 죽어”,
  “석도는 그림을 이렇게 그리라 하였다” “멍청한 심사와 응모작품” “제멋대로 ( 隨意 ) ”
  “미학이란 (2) “ ”람상 1 “ ”람상 2 “ ”람상 3 “ 등 19 권
• 작품활동 : 유화 . 수채화 개인전 11 회 단체전 다수 출품 , 유화 50 인 초대전 출품 ,
  아시아수채화연맹전 출품 , 맥시코 수채화비엔날레 출품 , 한국수채화협회전 출품 ,
  공모전 심사위원 역임 ,
  2001 년 제 26 회 한국수채화협회전 출품 , Fine Art Communication 협회 일본 동경전 출품
• 수상경력 : 교육공로상 3 회 수상 , 공모전 유화부문 3 회 수상 , 서예부문 2 회 수상

 

차  례



251. 조형론
252. 정감(情感)
253. 형상과 형세
254. 조화






251. 조형론
그림은 결국 하나의 이미지를 표현하려는 것인데 어떤 형태성을 띠고 있는 것에 표현하려는 이미지를 부여할 것인가? 이 문제의 해결책이 곧 조형이론이다. 따라서 어떤 이미지를 부여하기에 가장 적절한 형태는 어떤 것인가? 에 대한 연구는 싫든 좋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형태구성으로서 조형이론은 부여하려는 이미지에 따라 혹은 민족과 시대, 역사적 배경으로서 문화적 바탕으로 인한 심미적 감정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일반론으로서 만족할 수 없다.
그래서 조형의 개념을 중심으로 그 개략적인 것을 말하려고 한다. 창작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먼저 심리적 시각에서 조형이란 아래의 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은데 관념조형은 마치 아이들이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는 것을 그리는 것과 같이 “지식으로 그리는 그림”에 대한 조형적 이론 즉 주지론적 입장에서 말한 것이다. 예를 들면 추상을 특수한 사례 속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요소나 성분을 끄집어내어 그것을 새로운 총체적 형태로 제시하는 조작이라고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이 정의하고 있는 바와 같이 주지적이고 관념조형적(ideaplastic)인 것이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조형이론은 위에서 말한 관념 조형이론이다. 구체적 조형이론은 초상화를 그리 듯이 실물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므로 주지적인 이론이 그다지 중요시 되지 않는다. 다만 자연물에서 예술가가 심미적 시각으로 포착한 어떤 이미지를 시각화할 때 필연적으로 있어야 하는 조형원칙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며 이로 말미암아 하나의 이론을 주지적으로 체계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체계화는 결국 예술가가 외부세계에서 발견하고 내부세계의 고뇌, 비통 등의 연관성과 상호관계를 표현하기 위한 형식(form), 형태(configurations),양식(patterns)에 대한 이론이다.

조형이론의 필요성은 한 예술작품이 예술의 본질적인 전체성을 표현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질이란 작품 자체가 절대 필요로 하는 제반요소로서의 본질적인 것이다.

전체성이란 제반요소들의 본질적인 것들이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요소 개체의 부분적 심미 등을 하나로 통합시켜 놓은 상황이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어떤 소재에서 전체성을 감각하고 이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각 부분들이 가지고 있는 부분적 심미요소를 다른 부분의 것과 조화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전체성을 완전하고 명료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발견, 구성, 직관, 선택, 제작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때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있다. 이것이 조형이론이다. 그래서 조형이론은 표현된 전체성 안에 존재하게 된다.
조형이론은 사실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미술의 역사와 함께 있어 왔다. 물론 처음에는 이론이라 말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리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조형이론은 체계화되기 시작하였다. 즉 인체의 비례, 비너스의 팔등신, 여섯 가지의 비례법칙 등이 그의 좋은 예이다.
이때의 이론들은 아름다움에 대하여 중요시해온 척도(measure)와 질서(order)에 기인한 것들이다.

아름다움의 창조는 신의 세계에 항존하는 질서와 유사한 척도와 질서를 작품에 부여했을 때만이 가능하다고 보아왔다. 그래서 그들은 성당은 우주의 모형이라고 생각하고 기하학적 질서를 유지하는 건축물을 건조하였다. 비례법칙에 의한 화면구성이나 음악도 그 기하학적 비례로 표현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말한 질서유지는 통일에 있다. 말하자면 표현하려는 이미지의 통일을 위한 질서유지이다. 그러므로 통일이라는 기하학적 관념인 외력(外力)에 일체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구성의 종합적 형태를 대상의 분석적 형태에다가 어쩔 수 없도록 고정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한 대상의 가시적 형태가 아니라 순전히 이성적인 도식이다. 라파엘의 그림은 하나의 통일된 시야로부터 유래된 것이 아니다. 통일된 시야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그림에는

 

이상적인 질서가 존재한다. 이러한 질서의 존재는 통일성의 근거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품의 구성, 또는 어떤 양상의 도식은 화가가 그의 화폭에 부여하는 통일성의 공준이다. 그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조형이론이란 예술가가 작업규범(paradign)에 대한 이론이다. 제작규범은 선택을 제한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특정한 규범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명암처리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절대적 법칙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청나라 소동파의 『동파론화(東坡論畵)』에는 “내가 언제나 그림에 대한 이론을 말할 때는 즉 , 사람, 짐승, 궁궐, 기물 등은 모두 고정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산, 돌, 대나무, 나무, 파도, 아지랑이, 구름 같은 것들은 고정적인 형상은 없으나 반드시 일반적인 이치는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양이 잘 못된 것은 알면서도 일반적인 이치의 부당함은 비록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이처럼 상식적인 것을 속이고 명예를 얻는 화가는 반드시 고정적인 형태가 없는 것을 그리는 것에 의존한다고 말한다(余嘗論畵,以爲人禽宮室器用皆有常形,至於山石竹木水波煙雲,雖無常形而有常理.常形之失,人皆知之,常理之不當,雖曉畵者有不知.故凡可以欺世而盜名者,必託於無常形者也)” 하였다.

소재가 자연사물이나 인공적 기물일 때는 모든 사람들이 그 형태를 알고 있다. 그러므로 조금만 잘 못 그려져도 바로 알아본다. 따라서 함부로 그릴 수 없다. 그러나 고정적인 형태가 아닌 것들은 사람들이 모두 다 그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약간 혹은 많이 틀리게 그린다 하여도 잘 모른다. 그래서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명예를 얻는 화가들은 대부분 고정된 형태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소재로 하여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용을 그리고 귀신을 그리며 하늘을 비상하는 신선을 그리는 것은 쉽지만 실제 자화상을 그린다거나 다른 사람의 인품을 그리는 것은 어렵다. 조금만 잘 못 그려놓아도 그 결점을 바로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들을 소재로 하여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추상적인 것이나 반추상작인 것들을 그리는 화가들은 조형이론 자체를 완전히 무시한다.

진솔하지 못한 묘사력이나 그 예술가적 정신에 대한 일침을 가하는 말이다. 조형이론의 기초적인 것으로 형태에 관한 시각적 층을 말하면 선은 눈의 궤적이자 지침으로서의 선이다. 즉 윤곽선이며 형질로서의 선 또는 정감의 움직임으로서 선이다. 면은 구별을 위한 단순한 면 단축 공간 개념으로서 면이다. 형태는 구회된 형태로서 폐쇄적 형태, 융화된 형태로서 개방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청나라 장 화(蔣 和)의 『학화잡론(學畵雜論)』에 “산 봉오리는 높고 낮음이 있다. 산맥은 갈퀴처럼 굽어지고 연이어져 있는 것도 있다. 수목은 높고 낮음이나 크고 작음의 차이가 있다. 수구는 멀고 가까움이 있다. 집이나 다락 의 축조방법은 용도에 알맞게 건축되어 있다. 즉 이와 같이 하는 것이 최선의 조형이다(山峯有高下,山脈有句連,樹木有參差,水口有遠近,及屋宇樓觀布置各得其所,卽是好章法)” 하였다.

고정적인 형태성을 띠고 있는 것이나 그렇지 않는 것이나 모두 그것들이 그처럼 존재하는 필연적인 것들에 의하여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을 본질로 하여 조형이론을 정립하고 이에 따라 그림을 그리는 것이 최선의 묘사방법이요 표현방법이라는 것이다.

청나라 화 림(華琳)의 『남종결비(南宗抉秘)』에는 “아래로부터 위를 바라보니 고개, 그래서 고원이라 하고, 앞에서부터 뒤를 엿보니 깊어서 심원이라 하며, 앞에서 멀리 바라보니 광활하여 평원이라 한다. 높지 않고 깊지 않으며 멀지 않으면 원근법을 얻을 수 없다(自下而仰其嶺曰高遠,自前而窺其後曰深遠,自近而望其遠曰深遠. 縱不高不深不平而不可得)” 하였다.

이것은 조형이론에서 원근법에 관한 것이다. 즉 고원법, 심원법, 평원법을 말한 것이다.
구상화의 경우 실공간과 허 공간의 주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공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허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허 공간이 없으면 실공간 자체도 없다. 허 공간이 있기 때문에 실공간이 있게 되고 허와 실의 조화로서 그 공간에 어떤 생명력을 부여할 수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것을 간단히 말하면 고원법, 심원법, 평원법으로서 원근법을 조형이론으로 하여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실공간과 허 공간 표현을 위하여 원경 중경 근경이라는 배치방법을 응용한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그 세 가지 원근법은 실제적인 것으로서 공간 성질에 따라 그 공간을 확실히 확보하는 구체적인 조형이론이다.

청나라 심종건(沈宗騫)의 『개주학화(芥舟學畵)』에 “매번 수목들을 볼 때 번잡한 나뭇가지와 줄기들은 종횡으로 어지럽게 얽혀있어서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도저히 분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위아래로 어지럽게 섞여있는 가운데도 자연적으로 질서정연한 것이 있다. 한 가지 한 잎이 절대로 서로 상관없는 것이 없는데 이것을 조리라 말한다. 조리란 생기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어지럽게 쌓아놓은 풀이나 나무의 퇴적물에서는 그러한 생기를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조리가 없다 말한다. 이처럼 산이나 돌들의 그러한 현상도 맥락이 있다.

조, 리, 맥, 낙, 이 네 가지는 역시 그림을 그릴 때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조란 통일시키고 분산할 때 어지럽지 않게 하는 것이다. 리란 어지러운 것들을 정리할 때 치우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맥이란 하나의 이미지로 관통시키는데 그 원칙이 드러나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회선이라고 말한 것이다. 낙이란 관통시키는 원칙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강목이라고 말한 그러한 것이다(每觀林木,其繁枝疊幹,至縱橫歷亂,不可究竟,而仰交錯之間,天然井井,絶無一枝一葉之不相連屬者,條理也.夫條理卽是生氣之可見者亂草堆柴,惟無生氣,故無條理,山石之脈絡亦猶是也.條理脈絡四者,乃作畵之最要.條者統所合而分之不使紛散也.理者節所亂而整之不使倚側也.脈則貫之隱而不見者,所謂灰線也.絡者貫之顯而可見者,所謂綱目也)“ 하였다.


박선규 作 <돌산> 72.7 x 60.6cm

일반벅으로 구상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실공간과 허공간의 개념에 대하여 그다지 중요시 하지 않는다.
사실, 실공간이 없으면 허공간의 의미가 없어진다. 이와 반대로 허공간이 없으면 실공간이 있을 수 없다.
확인하면 허공간이 있기 때문에 싱공간이 있을 수 있고 , 실공간이 있기 때문에 허공간의 존재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림에서 허 실공간의 조화는 본문 "254의 조화"에서 말한 것처럼 절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본 작품은 적중한 적중한 허 실공간의 생생한 조화를 실험한 것이다.

 

중국미학에서 조형이론으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위에서 말한 조리맥락(條理脈絡)이다. 화면에 배치되는 다양한 선과 형태 또는 색상들이 모두 하나의 이미지 표현을 위하여 조리가 있고 맥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유기적 변화 및 통일방법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글씨를 쓸 때 가로 획을 쓸 때나 세로 획을 쓸 때 그 방법의 다름이 있고, 필세(筆勢)나 자세(字勢)의 다름이 있듯이 다양한 형태들이라도 하나의 통일감을 주기 위하여 조리맥락이 있도록 배치되게 하라는 것이다.

252. 정감(情感)
화가에게는 감정만이 전부가 아니다. 화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서 알아야하고 그 일을 즐겨야 한다. 그리고 모든 규칙이나 기술 또는 관습이나 형식 등 역사적 변천에 대하여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에 의하여 추호도 구속감을 느끼지 않도록 길들여질 때 그림을 정복할 수 있다.

우리의 감정은 최대한의 이성적인 노력을 향해 도전해야 한다. 단순히 감정의 노정을 위한 감정은 자기감정을 이성에 의하여 정화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감정표현은 이성적인 것이 되도록 노력하는데 그 감정의 의의와 가치가 있다.

『장자(莊子)』에 “시시비비란 소위 나의 감정이다. 감정은 바로 시시비비이다. 즉 시시비비가 없으면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다. 비록 여러 모양의 사람 모습이지만 역시 한 사람 모습일 뿐이다(莊子曰,是非吾所謂情也.以是非爲情則無是無非,無好無惡者,雖有形貌直是人耳)” 하였다.

좋다 나쁘다 하고 말한 것은 모두 자기감정이다. 사실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다. 이 세상은 나쁜 것과 좋은 것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병존하고 있다. 따라서 자기 마음에 흡족하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은 자기 개인감정이다. 장자의 말대로 예쁜 사람이나 미운 사람이나 모두 사람이다. 예쁘다 밉다는 것은 자기시각일 뿐이다.

  또한 “혜자가 말하기를 사람으로서 감정이 없으면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말하자, 장자는 도와 같은 모습이고, 하늘과 같은 형상이면 어찌 사람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惠子曰人而無情,何以謂之人?莊子曰道與之貌,天與之形,惡得不謂之人!)” 하였다.

인간이 살아가는 생활은 감정으로만 살아갈 수 없다. 장자에 의하면 인생에 대하여 알아야 할 것을 어찌 감정으로 다 알 수 있겠는가? 감정을 가지고 성현이 되려고 하면 성현이 될 수 없다. 성현은 성현이 되려는 감정이 없을 때 성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이차원적 평면에 색과 형상을 통하여 표현해 내는 것이다. 그런데 성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최상이라고 한다면 성현이 될 수 있는 그 방법처럼 그림을 그리는 일도 감정을 가지고 그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직 도(道)의 모습과 하늘의 형체로서 인생이 되었을 때와 같은 것이 화가에게 절대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장자가 말한 소위 감정이 없다는 것은 좋다 나쁘다는 것으로 심성(心性)이 상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목석처럼 무감각한 것을 말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사사로운 감정으로 심성을 상하게 하는 것들을 제거하여 진실로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감정을 말한 것이다. “사람으로서 사물의 진실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모두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사물을 대하기 때문이다.” 하였다.

또한 장자는 “지인의 마음 씀씀이는 거울과 같다. 거울을 보러오는 사람을 오지 못하게 하지도 않고, 오지 않는 사람을 어서 오라고 환영하지도 않는다. 오는 대로 응해줄 뿐이다. 예쁜 사람을 밉게, 미운 사람을 예쁘게 비춰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언제나 모든 것을 비춰줄 수가 있다(至人之用心若鏡,不將不迎,應而不藏,故能勝物而不傷)” 하였다.

특히 화가들에게는 감정이 거울과 같아야 한다. 자연사물을 포함하여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그 자체에 충분한 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사물을 보는 사람에 따라서 올바르게 그 정을 느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 가지의 사물이라도 어느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끼는 감정도 다양하다. 그런데 굳이 사실적인 본연의 정을 왜곡시켜가면서 남다르게 느끼고 표현하려는 속물근성은 거울과 같은 마음 씀씀이가 아니다. 화가들은 사물을 거울과 같은 마음으로 비춰볼 때 그 사물의 진실이 포착되며 또한 표현할 수 있다.


“사리에 따르면 풍부하고 다양한 정취는 스스로 나타난다(順理則情自見)” 하였다. 자기감정을 버리고 사리에 따를 때 오히려 다양한 사물의 정취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사통의(文史通義)』에 “인간 정서의 기세가 사리에 합당하면 곧 하늘의 이치와 같고, 그렇지 않도록 하면 개인적인 감정의 기세이다(氣合於理天也.氣能違理以自用)” 하였고, “감정의 근본이 본성에 있으면 하늘의 이치와 같고, 감정이 본성을 떠나면 스스로 방자해지는 인간 감정이 된다(情本於性天也.情能泊性以自恣人也)” 하였으며, “사리에 따라 감정이 생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만해 진다(因事生感,而氣失則驕.)” 하였다.

감정이 편협 되고 속되며 고집스러운 것은 사리를 떠나서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느끼며 판단하고 처리하기 때문이다. 사람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데도 그렇고, 화가로서 창작활동을 하는데도 올바른 감정의 소유는 필수조건이다. 진실을 외면한 감정노출은 자기 인격을 격하시키는 것이 된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 “궁성을 들으면 감정이 온순하고 선량해지며 관대해 진다. 상성을 들으면 감정이 방정해지고 겸손해 지며 정의를 좋아하게 된다. 각성을 들으면 측은지심이 생기고 자애로워 진다. 치성을 들으면 선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에게 은혜를 베풀기 좋아한다. 우성을 들으면 공손하고 남을 존경하는 감정이 생기며 예를 좋아한다(聞其宮聲,使人溫良而寬大.聞其商聲,使人方兼而好義.聞其角聲,使人惻隱而愛仁.聞其微聲,使人樂養而好施.聞其羽聲,使人恭敬而好禮)” 하였다.

  


박선규 作 <노박덩굴> 45.5 x 37.9cm

명암법은 램브란트 명암법, 베르메르 명암법,
그리고 소묘를 통해서 공부한 기초명암법으로서
일반적인 것이 있다.
물론 명암법을 완전히 배제한 묘사방법도 있으나 진실한 의미의
표현을 위해서는 대상의 존재성을 확연히 구체화 해야 한다.
이때 비로소 표현하려는 이미지의 명료성과 광휘성이 높아지고
아울러 그림은 회화로서 경지에 오를 수 있다.
본 작품은 오직 개체사물의 독립성을 강조하여 설 다른 사물들이
한 화폭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하려는 실험작품이다.
그러므로 오직 입체성을 드러내는데 만족할 정도만큼의
명암방법능 구사 했다.
말하자면 개개의 물체가 각각 그 존재가치를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발휘 하면서도 서로 융화되게 하려는 것이다.
국악의 5음 궁, 상, 각, 치, 우의 소리를 들을 때 인간의 정서가 어떻게 변화 되는가?에 대한 것이다. 위의 예문대로 그러한 5음이 인간의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면 화가로서 올바른 감정을 가지고 사물을 대해야 할 것이며, 또한 표현된 것들이 감상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253. 형상과 형세
그림은 결국 형상을 통하여 어떤 형세를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형상이나 형세에 대한 동양적 심미시각은 어떠한가? 즉 죤 듀이(John Dewey)의 “미술에 존재하는 형상은 예시된 시간과 공간의 조직 내의 관련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라는 시각과 어떻게 다른가? 그 예를 보면 황 상(黃 裳)의 『도덕경강의(道德經講義)』에 “상이 있는 것은 도의 흔적이다. 상이 없는 것은 도의 진실이다(有象者,道之跡,無象者道之眞)” 하였다.

여기서 말한 도(道)는 모든 사물이 생기게 된 원리로서 에너지의 본연 같은 것을 대신한 말이다. 상(象)은 도에 의하여 생기고 자라나는 모든 형상과 현상을 대신한 말이다. 이 예문의 뜻은 어떤 이치에 의해서 만물이 생겼기 때문에 그 만물에는 그 어떤 이치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형상은 생성이치로서 도의 흔적이라 하였다.

청나라 장 화(蔣 和)의 『학화잡론(學畵雜論)』에는 “깊은 산중 인적이 드믄 곳, 오래된 소나무와 잣나무, 무너질 듯 깎아지른 절벽의 괴석 등은 마치 사람이 서 있는 것 같고, 앉아있는 것 같으며, 누어있는 것 같고, 말 같으며, 소 같고, 용 같으며, 뱀 같다. 이처럼 형상성을 띠고 있으나 그러한 형상성으로서 만족할 수 없다. 불특정인의 여행객에 의하여 마음속으로 그렇게 상상하여 생긴 형상이다. 그러나 역시 산천의 기세, 밤낮의 화사한 변주 이러한 것들에 의하여 오랫동안 서려온 정취이기 때문에 그 변화무쌍함을 헤아릴 수는 없으나 그러한 형상은 그렇게 하여 이루어진다(深山窮谷之中,人跡罕到.其古柏寒松,崩崖怪石,如人之立者坐者臥者,如馬者,如牛者,如龍者,如蛇者,形有所似不一而足,不特因旅客久行山谷心有所疑而生,亦山川之氣,日月之華,積年累月,變幻莫測,有由然也)” 하였다.

   이 예문에 의하면 형상성은 나무, 돌, 물, 산, 하늘 땅 할 것 없이 그 구체적인 모양으로서 형상성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다른 어떤 모양으로서 형상성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활인으로서 화가로서 필요로 하는 형상성은 그 구체적인 형상성보다도 그것들이 어떤 모습으로서 형상성을 띠고 있는가? 이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면 생활인이나 화가가 한 그루의 나무를 취할 때 생활인은 그것의 쓰임에 적절한가? 의 타당성으로, 화가는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서 상징성을 띠고 있는가? 이에 따라 선택한다.

송나라 한 졸(韓 拙)의 『산수순전집(山水純全集)』에는 “나무는 꿈틀거리는 건강함과 오래되어 단단해야 그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도 다양하다. 우뚝 솟아있거나 한가로운 자세, 혹은 굽혀지고 꺾여 지며 위아래를 굽어보는 것 같고, 혹은 다소곳이 서 있는 것 같으며, 혹은 술 취한 사람 같고, 혹은 미친 듯이 춤추는 것 같으며, 혹은 머리를 풀어 헤치고 장검을 뽑아든 것 같고 모두 이러한 형상을 띤 소나무들이다(木貴 健老硬,其形甚多.或聳而拔逸者,或屈折而俯仰者或身而若揖者,或如醉人而狂舞者,或如披頭仗劍者,皆松也)” 하였다.

위의 예문은 나무의 형상성과 형세에 대한 것이다. 사실 사물을 자세히 형이상학적 시각으로 관망해 보면 어떤 사물이나 하나같이 본 형상을 떠나 또 다른 어떤 형상을 띠고 있다. 형세에 대해서도 “재목으로 사용할 만한 나무는 그 기개가 여유롭다. 그렇지 못한 재목은 마디만 많고 굽어있다(成材者氣槪有餘,不材者抱節自屈)” 하였다. 사물의 형세 또한 이러하다는 것이다.

청나라 정 적(鄭 績)의 『몽환거화학간명(夢幻居畵學簡明)』에는 “형상과 기세는 그림공부의 입문으로서 규구가 된다(形象氣勢乃爲畵學入門之規矩也)” 하였다.

사물의 형상과 형세에 대한 파악은 곧 그림공부의 입문으로서 규구와 같은 절대적 법칙이라는 것이다. 사물의 형상과 형세를 모르면 표현할 길이 없다는 것과 같다.
『관자(管者)』에는 “우주로부터 만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모든 인간사는 형상과 형세가 없는 것이 없다. 형세라는 것은 반드시 형상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형상이 단정하면 그 형세도 또한 곧고, 형상이 위태로우면 그 형세 또한 반드시 한 편으로 치우쳐지게 된다. 그 어떤 것도 그렇지 않는 것이 없다. 오른 쪽이 있으면 왼 쪽이 있는 것과 같다(自天地以及萬物, 關諸人事,莫不有形勢焉.夫勢必因形而立,故形端者勢必直,狀危自勢必傾,觸類莫不然,可以一偶而反)” 하였다.

그림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형상을 통하여 어떤 형세를 표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부류끼리 모인다든가, 혹은 생김새대로 논다든가 하는 말처럼 표현하려는 형세는 결국 형상을 떠날 수 없다. 이처럼 형상의 모양이 형세의 메시지를 결정한다. 즉 작가가 어떤 형세를 이미지로 표현하려고 했는가? 이에 따라서 형상성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형상은 화가가 임의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려는 이미지에 따라 모양이 이루어진다. 위의 예문에서 말한 것처럼 세상의 어떤 일도 형상에 따른 형세가 없는 것이 없기 때문에 표현하려는 내용에 따른 형상이 또한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다만 형상의 이미지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먼저 있어야 비로소 창작할 수 있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254. 조화
조화는 색과 빛 그리고 음영을 배치하면 어떤 경우에도 하나의 인상이 생기는데 이것을 회화의 음악성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음악성 자체는 마술적인 것이다. 이 마술적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조화이다. 그런데 음악적 조화를 마술적으로 일으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들의 미감에 대한 만족을 주기 위한 이 조화법칙은 음양의 조화이치 혹은 직곡(直曲)의 조화현상을 그 근본적 법칙으로 한다.

황 상(黃 裳)의 『도덕경강의(道德經講義)』에 “안배하지 않고 조작하지 않는 것이 조화의 극치이다(無安排無造作,和之至也)” 하였다.

  

무안배, 무조작은 화가의 감정에 의지하여 형상을 구성하거나 형과 색을 임의대로 배치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화폭에 하나의 선을 그려놓으면 그 선에 따라서 다음의 선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다. 처음의 선을 그릴 때의 생각과 하등의 관계없는 선을 그리면 이것은 곧 조작이고 임의로 안배하는 것이다.

『미술총간일(美術叢刊一)』에는 “적중하다는 것은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한 것이 없는 것이다. 조화라는 것은 비뚤어지거나 어긋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적중한 것은 절대로 조화를 폐기하지 않고, 조화는 적중한 것을 떠나지 않는다(中也者,無過不及是也.和也者,無乖無戾是也.然中固不可廢和,和亦不可離中)” 하였다.

적중하다는 것은 사리에 적중함을 말한다. 100원은 1원만 모자라도 100원이 될 수 없다. 1원이 분명 100개가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것이 적중으로서 중(中)이다. 조화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있어야 한다. 어떤 기계에 부속품 하나만 없어도 그 기계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처럼 정사각형이면 네 모퉁이의 각이 각각 90도여야 하고, 네 변의 길이가 같아야 비로소 완전한 정사각형으로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적중해야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조화는 적중을 떠나서 조화를 이룰 수 없고, 최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면 이미 모든 것들의 배치상황이 적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적중과 조화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는 것으로서 사실은 둘이 아니고 하나이다.

그림에서 이러한 적중을 통한 조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에서 말한 무안배와 무조작의 경지에 도달할 때 가능하다. 이러한 경지는 도달 불가능의 경지가 아니다. 조형이론에 충실한 연습을 통하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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