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 위에 한국 미술이 탄생한 것은 일제 치하 1930년의
일이라고 가정할 때, 그로부터 소급을 하면 불과 80년의 역사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조 중엽 한국의 르네상스가 꽃
피었던 시기를 추적하면 우리는 3~4백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15세기 유럽의 르네상스와 버금을 하는 그런 긴 미술의 역사를
살아온 것이다. 민화나 장생도, 풍속화 등은 중국의 慕華가 아닌 훌륭한 우리 민족의 자생적인 민족미술이었다.
한때 조선조 말 오원 장승업까지의 100년 동안을 우리 미술의 암흑기, 단절시대라고 폄하하는 일부 학자들의 견해도 있지만 필자의
시각으로는 그 때도 우리 민족의 자생미술은 면면히 숨결을 이어왔다.
이렇듯 훌륭한 문화예술을 가진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의 위상은 세계 속에 문화의 후진국으로 남아 있는 것은 낯 뜨겁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고백을 하면 일제 치하에서는 식민지 교육에 매달려 있었고, 해방 후에는 국적이 불분명한
개방사회의 문화속에 매몰되어 있으면서 내 자신을 고아나 사생아처럼 내버리는 질곡 속에 우리가 살아왔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에게는
창작품도 전무하고 내노라하는 세계적인 명품도 없다. 그림 한 점에 1천억, 2천억을 호가하는 행운도 갖고 있지 못하다. 불행한
것은 가짜나 표절시비에 말려든 형사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도 우리만의 풍속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민경갑 45 x 54.5cm 2006
강현식 <山雲> 58 x 4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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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이번 「′21세기 韓國畵會」의 출범은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자각과 지성 속에 태동한 것이어서 엄청난 폭발력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구상주의 작가의 모임이라고
하는 창립멤버의 프로필을 면면히 살펴보면 각기 작가 마다의 개성과 자기 언어를 가지고 있는 화가란 점에서 그 뜻을 높이 살 수
있고, 한국미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아무쪼록 창립 당시의 초심이 변치 말고 日就月將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라며 이 가운데서 훌륭한 명화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강장원 <瑞雪簫韻> 45.5 x 53cm 2006
강지주 <황산일우> 130 x 162cm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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