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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Eun Jin
박은진
2007. 4. 18 - 4. 24
단성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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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색하는 조형언어
신항섭 I 미술평론가
전통회화 가운데 하나인 문인화는 여러 면에서 현대화가 더딘 편이다. 전통적인 색채가 너무 강한 탓인지 모르나, 어쨌든 시대적응력이
미약한 것만은 분명하다. 지필묵으로 상징되는 전래의 재료 및 도구에 한정하는 것도 한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현대적인
조형성에 대한 의지가 미흡한 데 더 큰 원인이 있다. 물론 새로운 조형언어 및 어법만이 능사는 아닐지라도 현대성, 즉 창작을
전제로 하는 예술가로서 시대감각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甲同갑동 朴銀眞은 문인화의 현대화를 고민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어쩌면 그의 입장에서는 누구보다도 전통을 옹호하고 고수해야할
입장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문인화를 하는 화가이기 전에 서예가이기 때문이다. 한시를 짓고 한자를 쓰는 서예가로서 전통의 현대화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수 천 년 동안 다만 소수의 천재들에 의해 오직 글씨체만 변하였을 뿐인 서예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忙裡偸閒(망리투한) 바쁜 가운데서 한가로움을 얻음(채근담전집184장) 66 x 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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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이 그는 서예가의 입장에 있는 지라 보수적인 전통옹호론자이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존재하는 이 시대의 미적 감각에 응답하기 위해 고민한다. 문사라면 누구나 여기로서의 문인화에 관심을 갖게 마련인
바, 그 또한 이로부터 비켜가지 않는다. 더불어 문인화를 통해 전통의 현대화라는, 시대감각에 부응하는 조형세계 그 가능성을 부단히
모색한다. 전통의 기법 및 재료만으로는 컬러시대로 상징되는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미적 감각 및 정서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는 자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소수의 문인화 작가들 가운데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문인화의 현대화’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 문인화의 현대화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 그룹은 우선 전통적인 재료인 지필묵, 즉 한지와 수묵 및 담채라는 전통의 담을 뛰어넘어 흙, 채색재료,
물에 불린 닥 따위의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또한 여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이는 일테면 조형적인 이념을 같이하는 동인미술운동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여기에 적극 동조함으로써 문인화의 현대화라는 그 자신의 목표를 일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현대적인 문인화 작업은 우선 재료부터 다르다. 흙을 비롯하여 닥과 채색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재료의 경계를 타파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수묵담채와는 사뭇 다른 조형적인 변화가 가능케 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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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和氣消氷(여화기소빙) 화기가 얼음을 녹이듯 함(채근담전집96장) 8F |
懿德(의덕) 아름다운 덕(채근담전집83장) 76.5 x 33cm
따라서 한지라는 재료가 가지고 있는 평면성을 탈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양각
및 음각과 같은 요철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조형의 모색이 아니라, 미의식의 일대전환이 가져온 결과이다. 평면에서 입체로의 전환이야말로 문인화에 대한 일체의 고정관념을
일시에 타파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문인화의 전통적인 화목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사군자를 기본으로 하는 전래의
화목을 그대로 수용한다. 다만 재료를 포함하여 조형적인 해석에서 전통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이를 ‘현대적인 문인화’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전래의 화목을 그대로 가져가는 가운데, 재료 및 조형성을 현대적인 미학에 맞추었기 때문이다.
가령 사군자 중에서 난초 줄기 및 꽃과 국화의 꽃을 양각 형태로 묘사했는데, 이러한 부조형식은 현대회화에서는 이미 이용되는 수법이다.
이처럼 전래의 화목이 돌연 부조형태로 바뀌어 나타났을 때 그 시각적인 이미지 및 효과는 생경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그림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으니 시비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요철의 입체적인 화면구조의 틀은 한지의 재료인 닥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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惺惺(성성) 스스로 경계하고 삼가며 깨달음(채근담전집175장) 69 x 69cm |
不貪爲寶(부탐위보) 탐욕하지 않음을 보배로 삼다.(채근담전집78장) 60 x 4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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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한지와의 혈연관계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재료의 일부, 그리고
조형적인 해석에서 다를 뿐, 그 본질적인 내용은 전통적인 문인화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손의 흔적, 즉 물에 불린 닥을 이용하여 입체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일테면 수공예적인 행위이다. 그림의 바탕이 되는 소지인 요철의
닥은 한지와 다를 바 없다. 그 소지를 만드는 행위는 붓에 의한 묘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소지 위에 채색을 덧붙이는 것으로써
작업이 끝나는 것이다. 닥으로 화목의 이미지를 만드는 일과 붓으로 형용하는 것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으나 최종적으로는 동일한 이미지가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이때 수묵 또는 수묵담채의 문인화의 필세가 그대로 옮겨진다.
그의 수묵 및 담채를 사용하는 문인화는 한자의 서체에 골격을 두고 있다. |
母憚初難(모탄초난) 처음 맞는 어려움을 꺼리지 않음(채근담전집202장) 91 x 60cm
霽日光風 草木欣欣(제일광풍 초목흔흔) 개인날 맑은 바람에는 초목들도 즐거움(채근담전집6장) 1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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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를 두루 섭렵하고 나서 개별적인 세계를 지향하는 그의 최근 글씨는 필세가
사뭇 담대하고 활기차다. 이는 필시 그 자신의 성정이 외향적인 결과일 터이다. 실제로 문인화에서도 이러한 성향은 그대로 나타난다.
최근 작품인 매·란·국·죽·송·연·모란·목련의 팔군자의 병풍은 문인화에 대한 작가적인 감각 및 역량 그리고 의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선염기법의 추상적인 괴석을 하단에 두고 그 위에 팔군자를 형용하고 있는데, 하나하나의 화목을 처리하는 붓의 흐름에서 힘과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익숙한 묘사력을 보여준다. 농묵과 담묵의 적절한 배분은 화면의 긴장감 및 시각적인 변화를 불러온다.
특히 선염기법의 추상적인 괴석의 표현에서는 현대적인 조형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수묵 및 수묵담채의 문인화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그의 현대적인 문인화는 개별적인 세계에 대한 의지 및 욕구의 발로이다.
이는 부단히 새로운 세계를 추구하는 작가로서의 창작의 윤리성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서예, 문인화, 채색화 그리고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표현영역의 확대를 탐색하는 그의 행보는 문인화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하리라 기대한다.
2007. 4. 18
- 전시도록에서 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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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약력
•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동양문화고급과정 서예학과 수료
•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동양문화고급과정 경전학과 수료
• 연묵회 회원 / 대한민국서예협회 회원
• 서예협회 경기도지부 회원 / 성균서학회 회원 / 일요화가회 회원
• 문인화 - 心齋 李東一 선생 사사
• 서 예 - 何石 朴元圭 선생 사사
• 시 - 中觀 崔權興 선생 사사
• 대한민국서예대전 특선, 입선
• 경기도서예대전 대상 및 특선 동 초대작가
• 동아미술제 입선
• 대한민국기독서예대전 금상 및 특선 동 초대작가
• 중부서예대전 우수상 및 특선 동 초대작가
• 현대서예문인화대전 대상 및 특·입선 동 초대작가
• 개인전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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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요화가회 회원전(조형갤러리)
• 경기·경남필묵
동행전(경기도문화의전당)
• 한국서협 회원전-작은것의 아름다움(예술의전당)
• Horizon
and Prospect of korean Contemporary Arts
(필라델피아 Cheltenhan art Center)
• 서화동원(書畵同源) 100人 초대전(예술의전당)
• 현대서예문인화대전 대상작가 초대전(예술의전당)
• 성균서학회전(백악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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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예협회 경기도지부 초대작가전(예술의전당)
• 강암연묵회전(강암서예관)
• 한·중 서예술교류전(수원시미술관)
• 한국서예협회 경기북부 지회전(의정부예술의전당)
• 한국성, 세계화를 위한 모색-외국어 서예전(덕원미술관)
•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천인천자문전(전주예술의전당)
• 하석서맥전(예술의전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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