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장면은 남녀의 두엣 결과로 생산된 인류의 번식 18명 자녀들의 군무다. 세상에 태어났음을 환호하는 이들의 율동언어는 희화적이고 장쾌하다.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춤은 닭과 개 즉 앙숙으로 갈라진다. 그것은 악과 선의 구별이기도 하고 회색(중간)으로 이행되는 과정이기도하다. 문치빈 안무의 기본틀을 형성하는 사고의 단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치빈은 한마디도 의중을 토로하지 않았지만 양식이 있는 이 땅의 예술인들은 작품을 통해서 이 민족의 평화적 화합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은 맹렬한 불길이 무대 정면에서 마구 솟구치고 닭은 나뭇가지로 날라가고 개는 닭쫓던 개로 멍하니 불길과 닭을 바라본다. 문치빈에게 불길의 의미를 묻자, 분노란다. 가슴이 따스하고 순수 그 자체인 예술인에게 어찌 분노의 불길이 솟구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부 일제의 앞잡이 (주구(走狗))였던 자들의 후손이 군수산업의 주구가 되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폐쇠하고 PSI에 정식가입하라고 매일 짖어댄다. 미국의 LA 신문이니 무슨 신문인가 요즈음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간섭하고 있는 모양이다. 미국정부의 이익을 위해서 발벗고 나서는 거야 그들 마음대로 이겠지만 미국의 이익을 챙겨주려다가 이 민족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이야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의 열화우라늄탄 300만발(요즈음 핵으로 밝혀짐)을 배치한 미국이 PSI를 운운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PSI를 떠들어대기에 앞서 한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열화우라늄탄의 제거 먼저 주장해야하지 않을까. 열화우라늄탄 300만발과 19기의 원자로가 폭발하는 날엔 한반도는 씨가 말라버릴지도 모른다. 개성공단을 폐쇠하면 전 재산을 퍼부은 우리기업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금강산 관광을 포기한다면 뒤로 물러갔던 휴전선을 남한쪽으로 더 다가서라는 말인가.
아무리 북을 주적으로 오래오래 고수하고 싶은 자들이라도 만일 이북이 이남과 싸울 마음이 있었다면 군사요지 금강산을 선뜻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쯤은 눈에 보여야하지 않을까. 어찌 복장이 무너지는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리지 않겠는가.
다음 순서는 닭들의 군무이다. 유별나게 벼슬이 크고 윤기가 도는 수탉이 끄윽끄윽 목울음을 하며 중앙으로 등장한다. 그 우두머리 수탉 양쪽으로 관속의 부하 닭들이 일렬횡대로 닭의 춤을 추며 장닭과 같은 목울음으로 끄윽끄윽 어찌나 힘겹게 울어대는지 처절한 아픔이 가슴을 짓누른다. 문치빈의 안무의도를 몰랐다면 관객의 흥미를 이끌려는 우스게 짓으로 웃음이 터질만한 장면이었으나 아침 밝기를(6.15공동 선언 실현)간구하는 닭들의 울음이라 여기니 어쩐지 숙연해지는 느낌이다. 우두머리 닭의 의상만이 검정색이고 부하 닭들의 의상은 빨강색이었다. 문치빈이 직접옷소매(빨강장삼)를 재봉틀로 박고 무대에 등장 장닭 역할을 했다는데에 <Black & White>무대가 갖는 민족적 의미를 추출할 수 있을 것 같아 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