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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 三國에서 草書의 마지막 達人
翠雲 陳學鐘翁
11월 한달 동안 크라운-해태製菓(株)招待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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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道의 꽃이요, 書法 등을 통털어 정상의 미학이라 할 수 있는 초서의 달인이요, 神技의 경지에 이른 翠雲 陳學鐘 선생의 草書屛風 招待展이 지난 10월 24일부터 한 달 동안 서울 용산구 남영동 소재 크라운-해태제과(주) 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날 開幕式展에는 초대작가인 翠雲 陳學鐘 선생 내외분을 비롯하여 주최 측인 크라운-해태제과(주) 尹永達 회장, 내빈으로 현승종 전 국무총리, 강신호 전경련회장, 李御寧 전 문화부장관, 趙淳 전 서울시장, 동강 조수호 예술원 회원, 한진호 서울지방경찰청장, 최규학 전 보훈처장관, 이계익 전 교통부장관, 이준범 청솔회(한국문화예술인 모임) 회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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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유명 인사들이 개막식 테이프를 끊어, 초대전은 그 열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이날 축사를 한 현승종 전 총리, 강신호 회장, 윤영달 회장은 취운 선생의 초서의 세계를 격찬했으며, 동양 3국에서 마지막 보루를 지킨 초서의 대가라고 한결같은 賞讚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이날 내외귀빈 200여명이 참석을 했으며 특히 문화예술과 관련한 많은 기업 메세나사업을 하여 한국의 문화예술 진흥에 기여한 윤영달 회장에게 내빈과 축하객들은 그가 걸어온 행적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
테이프 커팅을 하고 축배를 드는 각계 인사들, 왼쪽부터 한진호 서울 지방 검찰총장, 조수호 예술원 회원, 翠雲 陳學鐘 내외분,
현승종 前 국무총리, 조순 前 서울시장, 최규학 前 보훈처장관, 이준범 청솔회 회장
작가를 초대한 주최측인 윤영달 회장은 인사말에서 취운 진학종 선생께서는 초서계의 대가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이지만 그의 해박한 지식과 경륜에 새삼 경의를 표한다고 초대인사를 했다. 이날 초대전에 출품한 초서 병풍, 대형 일지병풍, 현판, 내리닫이 등 초서작품은 모두 50여점에 이른다.
한편 초서의 대가 翠雲 陳學鐘 선생은 인사말의 自序에서 초서에 관한 자신의 철학과 사상, 소신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본란은 후학들을 위한 사표와 귀감으로 그 전문을 여기에 소개한다.
‘동양삼국 한자권(漢字圈)에서 초서문화(草書文化)가 고갈되어 버렸음으로 누군가 이것을 부활해내야 한다는 자책감을 절감하여야 할 것이다. 草書는 서예의 끝이며 초서가 아닌 여타의 서예는 본질적으로 서예라고 까지 말 할 수조차 없다'라고 까지 초서를 극찬하는 수준 높은 한학자들도 간혹 있다. 해서(楷書)는 모양새가 하나지만 초서는 서가에 따라서 奔放하게 붓을 휘두르기 때문에 博學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육체문자(六體文字 -古文, 奇字, 篆書, 隸書, 육전, 蟲書) 다음으로 각종의 서체가 탄생하였지만 정돈되지 못하였으며 차차로 서체가 개량됨에 따라 획과 모양새가 간단화 되었다.
이후 초서는 훨씬 뒤에 문자 중에서 최후로 탄생하였고 그 유려한 형태 때문에 대가들이 배출되었다. 초서는 마음이 가는 대로 변화의 묘를 창출해내지마는 여기에 이르려면 그 근본을 알아야 하며 변화의 본에는 법이 따르며 종횡무진 변화한다 하여도 법에서 이탈하여서는 아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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翠雲 陳學鐘 선생과 李御寧 前 문교부장관
李御寧 前 문교부장관, 조순 前 서울시장, 翠雲 陳學鐘 선생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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把酒問月 195 x 46cm x 8幅
雜詩 195 x 46 x 10幅
| 장단(長短), 비수, 마음이 가는 대로 치추(馳趨) 하고 미치지 못함이 없다. 형태를 쫓아 기를 불어 넣어 풍운조화를 이룬다. 초학자(初學者)는 고인의 법을 배워 장구한 세월동안 많은 자료를 통하여 연구계발(硏究啓發)한다면 손의 움직임과 마음의 움직임이 숙달되어 무아의 경지에서 변화의 묘경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야 말로 古人의 변이 아니겠는가. 속칭 초성(草聖)이 백명에 이르는데 그 중 십명이 君王들(漢 =章帝. (晉) =宣帝. 武帝. 元帝. 宋 = 明帝. 徽帝. 齊 = 高帝. 梁 =武帝 唐 = 太宗. 高宗)인 것이다.
무소불위의 왕들이 뭐가 답답해서 하필이면 고난의 길인 초서를 택했겠는가, 인생이 백년이라고 치고 자연의 영원성 앞에서는 어찌 일순이 아니겠는가. 인간의 유한성 속에는 감정이라는 것이 있어 그 감정의 근원을 실현하기 위하여 초서의 세계에 몰입하지 않고서는 인생의 深遠한 경지 그 본질에 어찌 접근할 수가 있으랴, 초서의 세계에 몰입함으로 인하여 인간의 유한성에서 발로하는 예술의 세계를 표현하여 그 영원성에 參劃할 수 있다 하겠다. 바둑 三昧에 몰입하는 것을 좌은(坐隱)이라 칭하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유유락락(悠悠樂樂) 낚시광들은 태공망의 고사(故事)를 빌어 진퇴의 시기를 분간중이라고 말할 것이다. 바둑이나 낚시라는 유예(遊藝)도 이러함에 있거니와 하물며 고급예(高級藝)에 속하는 초서는 어떠한가. 초서의 효용은 인류의 기본인 예악(禮樂)의 강조를 고양함에 있으며 그 묘미는 神仙에 가까운 千變萬化의 경지이기 때문에 바둑이나 낚시와 동일하게 논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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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의 길은 도공(陶工)이 흙으로 다양한 명품을 만들어내고 주물사(鑄物師)가 금기(金器)를 만드는 과정을 거쳐 변화의 극치를 전개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나는 王義之, 王獻之로부터 魏, 晉 이래 송(宋) 원(元) 명(明)의 수다한 명가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독학 사사하였음으로 초서 공부는 스승도 제자도 없음을 체험하였다. 반세기 동안 초서를 전념하면서도 悟入의 한계 때문에 갈등을 느꼈으나 고통을 느낀 바는 없었다. 서예가가 되어보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다만 士大夫집 자제로서 의례히 수련하여야 하는 과업으로 알고 틈틈이 勉勵한 따름이다. 그런 연유로 단 한 번도 내 글씨를 어디에 출품해본 일도 국전 같은 곳을 기웃거려 보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전시에 참석한 내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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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불후(不朽)의 유행을 추구하며 계승 창조하는 것이야 말로 진취적인 나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초서의 구체적인 모습은 長文에서 표출되므로 주옥같은 시문학의 보고인 眞寶를 중심으로 병풍에 담아 감히 草書屛風 이라 명명하였다. 에는 유가의 도덕, 충효의 도가 넘쳐흐르며 정치와 도덕상의 훈계, 해혹(解惑) 그 중에서도 산문 등은 결코 경서(經書)의 주소(主疏)와 같은 성질의 것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작가의 개성미를 구비하여 독자를 강열하게 설득하는 예술작품의 경지에 이른 것들이 많을 뿐 아니라, 의 감정에 사로잡히는가 하면 또한 이로정연(理路整然) 한 논술과 교묘한 비유로써 어떤 의미로든지 독자를 감동시키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대목들이 만재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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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말하자면 인생의 허무함을 영탄(詠歎)하여 인간의 영원에 미치지 못하는 우수를 너무나도 비통하게 지적한 왕일소(王逸小)의 난정기(蘭亭記)가 그러하고, 후세에 이와 같은 사상을 계승한 것 중에서는 의 유배지에서 달을 우러러 낭만적인 인생관을 구가한 소동파(蘇東坡)의 적벽부(赤壁賦)·관계의 속박을 이탈하여 고향으로 안주를 구하러가는 시인의 를 공감시키는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사물을 군자의 시각에서 관조하여 이를 비유해서 깨우쳐주는 한퇴지(韓退之)의 마설(馬說)·주무숙(周茂叔)의 애련설(愛蓮說) 등, 또한 제갈공명(諸葛孔明)의 출사표(出師表)에는 고대인의 절실한 군신간의 정의 유로(流路)를 찾아볼 수가 있다. 이야말로 도덕률이 실종되어 버린 작금의 부조리스럽고 불확실성 신드롬 |
| 이 만연된 이 시대에 이 얼마나 확실한 생활문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문학은 인간에게 있어 궁극적인 식량이며 이것을 먹지 않고서는 삶의 질에 대한 형이상학적 개념조차 인식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나는 여기에 문학의 생활화·문학의 가정화라는 측면에서 소재를 고문진보(古文眞寶)에 의탁하였고 이것을 병풍에 담에 또한 병풍문화를 되살려야겠다는 것이 나의 의중인 것이기도 하다. 가령 제갈량(諸葛亮)의 前出師表(육백이십구자), 백거역(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팔백사십자), 소동파의 前赤壁賦(오백삼십칠자) 등등 長詩를 소재로 楷書나 行書로 (九成宮禮泉銘·顔眞卿) 병풍을 작품한다고 치자. 아마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일이 소요될 것이다. 설사 그 작품이 수준급인 명필이라 하여도 서첩의 모양새와 똑 같아서 아마도 운필자 자신도 그걸 한참 쳐다보고서는 권태를 일으킬 것이다. 피카소가 왜 추상파인가. 구상화가 컬러 사진을 따라 잡을 수가 있겠는가. 문학작품에 있어서도 장편, 단편, 산문, 꽁트, 시 순으로 문자의 장단이 보편화되어 있어 시는 최소한도의 자수로 최대한도의 문학성과 감동을 유발하게 하는 수단이다. 시가 아무리 최소한도의 자수로 이루어진다 하여도 그 시를 구성하는 자수 전체를 합하여야만 시상의 전달이 가능한 것이지만 초서 역시 최소한도의 획으로 최대한도의 속도로 작자(作字)하는 기능을 말한다. 그런데 초서의 매력은 어떠한가. 글씨 한자, 한자가 독립하여 그 자태를 이(異)로 화(化)하는 신비함을 과시하며 「멋」으로서의 감흥을 이르킨다. 명동거리의 조화는 결코 인파에 있지 않다. 인파 가운데 간혹 군계일학(群鷄一鶴)이 튀기 때문이다. 초서는 십곡병풍에 적벽부를 작품하는 데 적어도 한 시간대에 완성이 가능한 것이다. 첫째 아무리 장문의 소재라 할지라도 문장을 암기하기 때문에 그러하고, 장시를 암기한다는 것은 문장을 이해한다는 뜻과 직결된다. 그래야만 속도에서 발생하는 운필의 묘가 약여(躍如)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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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병풍은 어느 한사람의 서체로만 골라서 쓸 수가 없는 이유인즉 가령 귀거래사(삼백삼십구자)중에 王義之가 남기지 않은 부분이 있어 이빨이 빠져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다한 초성들의 유적(遺蹟)을 범람(汎濫) 섭렵하여 그 장점을 골라 표본을 만들어 시도 천만번(試圖千萬번)을 꾀한 것이다. 이리하여 본 에는 선인들의 서체가 혼합 수록되어 가위 취운체(翠雲體)로 정착시킨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나무의 동근(同根)에서 가지가 다르듯이 오류가 따로 있겠는가. 바둑에서도 정석은 배운 다음에 빨리 잊어버리라 했다. 운필의 방법은 스스로의 노력에서 얻어지는 무형의 것이며 그것을 안전의 화선지에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심의의 상황이다. 일호(一毫)의 실패라도 있어서는 전체를 망치는 것이므로 제 서체에 통달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자기의 작품을 비하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자만하는 자도 있다. 자기의 작품에 만족하는 자는 협량한 자신의 벽에 부딪쳐 진보의 l길을 폐쇄하는 또한 자기를 비하하는 자도 자신이 자신의 목을 죄어 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열심히 공부를 하여도 재능의 한계 때문에 숙달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아! 슬프도다. 그러나 이를 어찌하랴. 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러나 공부를 하지 않고서 숙달하는 자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예술에 있어서나 일상사에 있어서나 의 원칙이 아니겠는가. 끝으로 첨언(添言)함은 글씨에 교(巧)가 붙어서는 천박하므로 본 의 대소의 모든 글씨는 악필(筆)로 시지(試之)하였다.
글. 翠雲 陳學鐘
이상 노 초서가의 학문적 탐구와 체험의 미학을 통하여 초서의 난해함과 자형의 신비와 마력을 우리는 이 글을 통하여 만끽한 것이다. 사라져 가는 초서문화에 대한 후학들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초미의 역사적 과제이기도 한 것이다. 뜻 있는 후학들에게 초서문학을 정진하는 신념과 함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
山行詩 195 x 46cm x 8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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