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주의와 구상주의(사실주의)의 대립관계는 오랜 전통처럼 우리의 미술환경을 지배해 왔다. 해방 후 극 사실주의를 주도했던 국전 중심의 아카데미즘, 74년 국전의 무용론을 주장했던 추상주의의 출현은 주최측이 이를 수용함으로서 구상부문과 추상부문의 공모전이 분과별로 분류되어 동시에 실시하게 되었다. 당해 예술양식에 합당한 권위 있는 원로나 중진 화가들이 중심이 되어 이 대회를 운영해 온 것이다. 주최측은 추상과 구상의 효과적인 공존과 한국미술의
창조적인 발전을 위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 했지만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이 양자의 대립은 알력과 갈등으로 까지 심화되어 갔고 한국미술의 자생력의 회복과 창작행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구상주의는 선진국(일본, 서구 등)에서 비판 없이 수용해 버린 예술양식의 모방과 표절, 가짜시비 등 매너리즘에 탐닉하여 창작을 외면한 거의 반세기에 가까운 무위한 시간과 재원을 낭비하는 등 회생불능의 문화의 후진국으로 전락한 것이다.
Untitled 70 x 50cm
그와는 상반되게 현대미술을 표방한 추상주의는 설치와 오브제 등 획일주의나 일과성 예술로 자리매김을 하는 등 그 행위가 끝나면 흔적마저 사라져 버리는 한 시대에 공존했던 이벤트로 기록되고 있다.
필자의 시각으로는 선진국의 경우 장르나 양식상의 차별이 전무하고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등의 황당한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세계적인 화성 피카소는 초현실주의, 입체화, 추상화, 조각, 공예 등 예술의 모든 장르를 하고 있지 않았는가. 우리 경우 전매특허품처럼 단골 메뉴나 양식만으로 평생을 매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미술환경은 허구라는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잘못된 일부 원로나 선배들이 매명과 상업주의에 매몰되어 황당무계한 미술환경을 만들어 냈고, 그 후유증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가장 문화의 후진국으로 빠져드는 불행한 전철을 밟아온 것이다.
지난 10월 대구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가진 조은분의 작품전은 그동안 작가가 천착해온 예술세계에 대한 중간 결산의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작가의 정신주의와 주제는 작품의 명제가 말하고 있듯이 ‘無題-Untitled' 즉 형상과 이미지가 함축된 표현주의 언어가 화폭을 수놓고 있다.
붓 자국이 거칠고 강렬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운필로 선과 면이
Untitled 53 x 47cm
만나는 자유분방한 형상의 승화는 생명이 꿈틀거리는 자유의 미학 그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작가는 여느 작가와 마찬가지로 사실주의 양식 등 초기 수업기를 보냈다.
Untitled 66 x 49cm
Untitled 64 x 51cm
Untitled 200 x 200cm
그러나 60년대와 70년대 한국화단에 추상표현주의가 태동하면서 그는 80년도에 표현주의 양식으로 선회를 했다. 사각의 캔버스 속에 담아야하는 표현의 한계, 피사체의 장황한 설명 등에서 오는 저항의식, 무한한 공간으로 비상하고 싶은 돌출의 욕구 등 그나마도 조형의 폭을 축쇄하고 확대해 나가는 수단이 표현주의 양식에서만이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갈등과 고민이 작가의 좌표를 설정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작가 조은분은 사반세기가 넘도록 일관되게 한 눈 팔지 않고 오늘의 예술양식을 최상의 미로 설정하고 자기만의 독자적인 언어를 구사해 오고 있다. 그 누구도 닮지 않는 자기만의 것은 실존주의 철학의 극한상황과 맥을 같이하고 추사가 설파한 游天戱海 사상과도 같이 하는 것이다. 老壯의 화론에는 ‘그림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얻는 것이 아니고 氣로 得하는 것이다' 라고 설파했다. 추상표현주의 심오한 철학이 이 안에 있다는 뜻이다.
작가 趙恩汾은 그의 작업노트에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말하는 것, 글 쓰는 것에 서툴고 거의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작가는 좋은 그림의 조건으로 세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생명감(alive)을 불어 넣어야 한다. 그림이 살아 있을 때 예술은 영원하다는 말이 옳은 것이다. 둘째는 감동(feeling)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거창한 철학이나 사상이 담겨 있어도 감상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 무의미한 것이다. 셋째는 자유(freedom)가 있어야 한다. 표현의 속박에서 창작은 불가능하다. 예술품은 작가의 자화상이요, 그 작가의 모든 것이기 때문에 행위에서의 자유가 있어야 하고 자유분방한 자유의 미학이어야 한다' 라고 論理整然한 지론을 편다. 평소 필자가 주장해온 명화의 조건으로 1. 아름다워야 한다. 2. 감동이 있어야 한다. 3. 영원해야 한다. 라고 펴온 지론과 일치한다. 예술행위에서의 작가의 신념과 교육자로서의 논거가 극명하다. 필자와 평소 친분이 있었던 창작미협(창시자)의 유경채 교수는 ‘폐림지' ‘고지대 사람들' ‘수수밭'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구상양식의 그림을 그려 대통령상을 수상했다.아직까지도 그런 명화를 볼 수 없는 상황 하에서 그는 만년에 추상주의로 회귀하고 ‘創作美協'을 만들었다. 그의 주장을 빌리면 자연을 그린다는 것은 속박과 같은 것이다.
Untitled 75 x 49cm
Untitled 37 x 24cm
시계에 들어오는 모든 자연의 소재를 망막과 뇌리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뒤로 돌아 허공을 바라보고 손가락으로 스케치를 한 후 이를 화폭으로 옮긴다고 역설했다. 실존으로부터 부딪히는 속박과 그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만년의 작가의 몸부림, 그는 추상회화로 선회하면서 아름다운 생애를 살고 갔다.
趙恩汾의 作品世界
그가 추상표현주의 성향으로 선회한 것은 1980년대이니 근 사반세기의 연륜을 쌓아온 것이다. 초기 수업기는 많은 다른 작가와 마찬가지로 데생과 소묘, 드로잉 등 구상양식의 모든 작업들을 폭 넓게 섭렵을 했다. 자연과 묵시적인 대화를 하면서 공감이 일면 피사체를 화폭에 담았다. 그러다가 추상주의 운동이 피크에 달했던 80년대 그도 이 추상표현주의 운동에 동참한 것이다. 1983년 유재를 매재로 한 작품 ‘무제'는 창살 무늬의 이미지가 표출되고 있다. 속박에서 탈출하고 싶은 저항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89년 혼합재료를 재질로 한 작품 ‘무제'는 모노톤한 색조에서 혼합재료를 사용한 색점의 형상들이 거칠고 속도감이 充溢한 자유분방한 형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92년작 아크릴을 재질로 한 작품 ‘무제'는 도시구조물의 형상의 이미지가 부조물처럼 떠 있다
.97년 작 혼합재료를 재질로 한 작품 ‘무제'는 황금빛 뫼비우스를 두른 듯한 형상이 눈부시도록 돋보이고 있다.
Untitled 45 x 38cm
Untitled 60 x 40cm
2001년의 혼합재료 ‘무제'는 柱聯의 竝列 이미지가 표출되고 있으며 2001년의 혼합재료를 사용한 작품 ‘무제'는 작가의 정진주의가 만들어낸 현란한 판타지의 세계, 인간을 구도하기 위한 이상향이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노랑색의 색면과 색점, 굴곡으로 선회하는 먹선, 근경 하단부의 배의 형상은 마치 피안의 세계에 정박한 희망봉이 아닌가. 작가의 말을 빌리면 의식적으로 배려된 의도적인 행위는 전혀 아니라는 것, 다시 말해 무의식의 소산이 신념이라고 지론을 편다. 이 말은 창작미협을 태동시킨 유경채화백의 지론과 일치한다.
하지만 필자의 의견으로는 생산된 이미지나 그 형상이 어떤 것이든 간에 작가의 정신 속에 내재된 형상과 영감의 미학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라고 보고 있다. 왜냐면 작가의 행위는 독보적인 작가만의 것이며 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그만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난 10월 그가 발표한 작품전은 기호, 문자, 도시의 구조물, 자연 속의 수목들, 여러 가지 형상의 이미지들이 생각나지만 작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지
론이다. 다만 작가는 속도감 있는 붓질, 강렬한 빗질의 형상의 연출,
생동감의 표출 등 그가 추구하는 행위로서의 수단은 예술이 지향하는 구극의 목적인 아름다운 인간주의 실현, 영원한 미의 추구, 예술을 통한 참되고 진실한 세상의 실현이 최상의 기도요, 바램일 뿐이라고 작가는 역설한다.
結 論
작가 조은분이 지향하는 작품세계는 정신주의와 주제에서 첫째 생명력, 둘째 감동, 셋째 영원함을 추구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인간을 위해야 한다는 대 명제가 붙고 있다. 그는 표현의 방법론이나 기법 등 양식의 구속력에서 탈출하기 위해 모든 실험과 다양한 방법을 섭렵 해왔다. 자연 속의 소재들, 가시적인 피사체들은 작가의 정신주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작가가 지향하는 예술의 본질은 소재에서의 절대해방, 자유분방한 자유의 미학이었다. 그의 예술이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해 갈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Sublimation of Abstract Expressionism
implicating Vitality, Impression and
Esthetic of Freedom
Written by Kim Nam Soo / Art Critic
The opposed standing between the abstract and realism artist has traditionally dominated our art history. The abstract theory appeared in 1974, apposing against the National Art Exhibition(NAE)-led extreme realism atmosphere and insisting that it is unnecessary.
The NAE agreed with the opinion and started to hold the classified exhibitions between the abstract and realism painting by the section. This exhibition has been so far operated by mainly proper powerful veterans and leading artists.
The NAE attempted for the newer transition for the effective
Untitled 35 x 30cm 1998
co-existence between the abstract and realism and more creative development, but the conflict between the both further became worsen by the early 1990s, leaving the hurt to the restoration of Korean arts own and their creation activities.
For example, the realism fall into a slump by receiving the arts from other advanced countries(Japan and western countries etc.) without criticism, and wasted its time and resources for 50 years without almost doing nothing, which means it made Korea the backward cultural country, with imitating, plagiarism and forged works. On the contrary, the abstract theory advocacies the modern arts and it has been positioned as the uniformity and temporary arts with the
installation and objects, which disappeared after performance.
The way I see it, the advanced countries do not generally encourage the nonsense competition by dividing the tradition, modern arts, realism and abstract, and they do not place the discrimination by the genre and by the styles. The world famous artist Picasso also covers all the genre including the surrealism, cubism, abstract, sculpture and handicraft and so on. From time to time, I think our arts environment is false when I see that the artists stick only to their frequent objects or styles. It is originated from some veterans and seniors publicizing the name and commercialism to make the nonsense arts environment, enough to fall to the backward cultural history.
Untitled 76 x 53cm
The Cho, Eun Boon's exhibition held in the Daebaek Plaza Gallary in Daegu City in the last October, is considered to have the intermediate meaning for the arts she has pursued. As her works indicate, her mentalism and them is embroidered on the canvas in the implicated language of the shapes and images titled 'Untitled'. The strong and speedy brush touch represents the esthetics of the vital freedom made from the sublimation of lines and sides. Like others, this artist spent her early study period practicing the realism styles. However, as the abstract expressionism appeared in 1960s and 1970s in the world of artists, she turned to the expressionism in the early 1980s. Her considerations on many aspects contributed to such changed career path, including on the opposition to the limited expression in the squared canvas and the lengthy explanation for the subject, and the desire to fly over the limitless space. Such purpose is achieved only in the expressionism.
Untitled 150 x 115cm 1997
The artist Cho, Eun Boon has dedicated to the modern arts style consistently for more than 25 years, setting it as the best beauty in her inherent language of arts.
This attitude is in the same context of the extreme situation of the existential philosophy and 'Yucheonhuihae' theory by Chusa, in the point that it sticks to own originality like nobody. Nohjang arts theory indicated that 'The paintings are acquired by the 'ki(energy)' not by eyes, ears or heart.'. The profound abstract expressionism theory is connected to the human inside.
Untitled 49 x 34cm
The artist Cho, Eun Boon describes it on her works note as follows:
‘I am extremely afraid of speaking and writing. That is how I draw.'. She pointed out 3 elements for the good paintings. 'First, the paintings keeps alive feeling. It is right to say the arts is everlasting when the picture is alive. Second, there should be feeling. It is meaningless if it cannot make the audiences feel impressed. Third, there should be freedom. It is not possible to create the restricted expression. The art works is the artists' portrait and all about, and there should be the freedom in his/her behaviors with the esthetics of freedom.' I found it is almost same with myusual insist 1. Beautiful 2. Impressive 3. Everlasting.
She clearly represents her position regarding the arts behavior as an artist and an educator.
Untitled 30 x 25cm 1992
I had kept the friendship with Professor Yu, Gyeong Chae, the founder of the Creative Arts Association, who was awarded from the President with his works, the representative realism style in Korea. Such great works are rare in Korea, but he turned to the abstract art in his later years and found the Creative Arts Association. He insisted that the drawing nature was something like restraint. He explained that he started to sketch and draw all the objects from the nature, after turning around from the nature to remove their shape seen in the retina and brain. He faced the restraint conflicting the existence and tried to escape from the restraint even in his late days, finding it in the abstract paintings.
Cho, Eun Boon's World of Art
Since 1980, she turned to the Abstract Expressionism and accumulated experiences almost for 25 years. In her early stage, she had learned a wide range of the realism styles including the dessin, rough sketchi and drawing and so on, like other painters. She enjoyed the silent talks with nature and then transform the subject on the canvas when she felt sympathized. After she joined the Abstract Expressionism in 1980s, she expressed the latticed pattern and images in her works 'Untitled' in 1983. This works speak for the resistance to wish for the escape for the restraint. Another 'Untitled' announced in 1989, is made of the mixed materials, in which
Untitled 72 x 60cm
the colored points with the mixed materials make the wild, speedy, free and wild shapes. 'Untitled' in 1992 has the floated image of the city structures. 'Untitled' in 1997 is known as the shape of the gold-colored Mobius band. 'Untitled' made of mixed materials in 2001 represented the image of the parallel verse couplet. 'Untitled' made of mixed materials in 2001 seems to express the gorgeous fantasy world and the human utopia seeking for truth.
The yellow colored side and colored points, winding brush touch and the shape of the ship would represent the valley of hope at anchor to the Utopia in the other side. According to the artist, it has been made from the unconsciousness not from the intentions. It is in the same context with the opinions of the master painter Yu Gyeong Chae of Creative Arts Association. However, I see that all the produced images and shapes came from the artists' mentality and inspiration, because the artists'
act is inherent own things and languages that may not be done by anybody. According to the artist, the works in this exhibition in the last October recall various shapes of images including the signs, characters, city structures and trees in the nature, but she says they meant nothing to herself. She explained that her speedy bush touch, the strong oblique lines and the expression of the liveliness are her means to be in pursuit for the ultimate purposes of the arts and to pray for the beautiful humanism, forever beauty and true world through the arts.
Conclusion
The artist Cho, Eun Boon has been in pursuit of the vitality, impression and everlasting in her mentalism and theme. All of them exist for the human beings. She mastered various experiments and methods to escape from the style restricts or expression methodology. The nature of the arts oriented by this artist is the absolute release from the objects and the esthetics of the wild freedom. I expect how far her arts will achieve in the future.
Untitled 72 x 60cm 2001
붓길에 실린 삶의 정념(情念)과 그 흔적들
- 조은분의 작품세계 -
장미진 / 미술평론가, 미학박사
미술의 주요한 가치와 기능은 역시 ‘자기 외화'(自己外化)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데 있다. 즉 인간의 실존적인 한계를 넘어 자신을 세계 속으로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확장하고 또한 타인과 소통을 꿈꾼다. 그러나 어떠한 방식으로든 온전하게 자신을 드러내지는 못하는 한계상황이 오히려 미술의 길을 다변화시키고 있다.
조은분의 작품들은 삶의 정념을 붓 길에 실어내는 방식으로 자
신을 외화하고 있으며, 생생한 자기 기록과 그 흔적들을 통해 삶의정력을 증명하고 자아를 표명하고자 한다. 진부한 일상의 경험들과 감정의 편린들은 그의 작품 속에서 점과 선과 면, 그리고 다양한 색채의 내재율로 번안되고 있다. 그러한 조형적 발언을 통해 작가는 스스로의 삶을 증언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삶에 에너지를 부여하고 격화(激化)시켜나가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업세계가 지니는 의미와 방향성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Untitled 70 x 55cm
Untitled 145 x 145cm 1989
첫째, 예술의지의 방향이나 작업 모티브 면에서 보면, 이 작가에게 있어서는 삶에서 느끼는 모든 정념들이 표현의 주된 자료가 된다.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돌아보더라도 주로 <무제>의 제목으로 해석의 단서를 열어놓고 있으며, 때로는 <We are...>(2001)라는 제목의 시리즈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일정한 이미지나 형상을 넘어 자신의 체험을 원형질적인 조형언어로 소통함으로써 우리들 존재 모두의 삶에 대한 조건을 반영하고 반추해보려는 작가의 예술의지가 느껴진다. 화면 속의 조형요소들은 삶의 편린을 상징하는 다양한 요소들로 집적이 되고, 평면의 지층(地層)에서 우러나오는 전체적인 느낌들을 통해 삶의 이마쥬를 반추하게 하는 것이 이 작가의 주 모티브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이 같은 예술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다양한 표현방법과 예술매체를 활용하고 있다. 감정이나 마음의 행방에 따라 캔버스 천이나 종이가 선택되고, 그 위에 아크릴릭이나 유화 물감, 혹은 오일 바 등을 병용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순간 순간의 느낌을 드러내기 위해 스크레칭을 하기도 한다. 또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붓을 이용하여 붓 길에 마음을 실어내고 그 흔적을 남기는 데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스크레칭 기법은 일회적인 붓질의 생생함에 더하여 섬세한 마음의 결을 드러내는 데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 다양한 색상들이 그 때마다의 정신적 필연성에 따라 선택되어 올려진 화면은 색조의 심포니와도 같은 울림을 전한다. 또한 평붓으로 일회적으로 그어진 과감한 선들은 마치 동양화의 수묵 선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여운을 전하기도 한다.
셋째, 내면의 표현을 통해 자유에 대한 열망을 가시화한 작품들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보다도 그 보편적인 방향성에 있다고 할 만하다. 작가는 자신의 외화를 추구하면서도 표현의 한계성을 의식하고
Untitled 120 x 120cm
있으며, 오히려 역설적으로 드러내면서 감추는 이중 코드, 즉 발언과 침묵 사이의 긴장관계를 통해 화면의 밀도를 조율해가고 있어 주목된다. 예술의 진정성 문제는 역시 작가 삶의 진정성에 달려 있다고 할 만하다. 예민한 자의식이 투영된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이 작가가 예술을 통해 보상받고 싶어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진부한 일상 습속체계에서의 일탈과 자유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Untitled 40 x 50cm 1983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진정한 자유는 유예되어 있다. 다만 예술의 방식을 통해 유희하면서 꿈꾸는 것이 또 다른 하나의 출구이다. 모든 정념의 편린들을 분방한 붓질과 색채로 건져 올리고 나서, 또 다시 흰색 아크릴 물감이나 검은 색 선으로 그 위를 한 겹 흐릿하게 가리는 행위는 드러내면서 감추고, 감추면서 드러내는 자의식의 이면을 읽게 한다.
앞으로도 이 작가는 부단히 자신의 삶과 예술에 대한 사유를 원형질적인 조형언어로 드러내고자 추구할 것이다. 모든 예술경험은 역시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찾으려는 인간적인 추구의 발로라고 할 만하다. 사회적인 삶과 가족 간의 인간관계, 자연과의 연좌관계에서 느끼는 생생한 이미지들, 개인의 자의식과 집단적 무의식 들, 수많은 인자들이 우리의 삶을 저변에서 규제하고 이끌어 간다. 이런 문맥 속에서 가장 생생한 조형의 힘을 통하여 삶을 대변하고자 하는 작가의 작품들은 정신적 필연성을 담보로 하고 있다. ‘정신의 깊은 살(肉)이 감각에 와닿는 작품'- 이것이 모든 예술가들의 화두가 된다고 한다면, 이 작가는 이미 그 경지에 들어와 자기 필연성을 지니고 노력해 왔다고 할 만하다.
25년의 역사를 지녀온 신조미술대전에서 제1회 대상을 수상하여 주목을 받은 이래 대구 화단의 위상을 지켜온 작가가 앞으로 보다 훌륭한 예술세계를 펼쳐 나아갈 것에 의심치 않는다.
Untitled 70 x 60cm 2001
Untitled 60 x 50cm 2001
Untitled 66 x 53cm
Untitled 66 x 53cm
조은분 / 趙恩汾 / Cho, Eun Boon
• 1950 大邱生
• 효성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제4회 개인전 (대백프라자 갤러리. 대구)
• 제3회 개인전 (대백프라자 갤러리. 대구)
• 제2회 개인전 (두빛 갤러리. 대구)
• 제1회 개인전 (대백 갤러리. 대구)
• 대구여류작가 초대전 (시민회관)
• 한미친선 초대작가전 (서울 용산)
• 대구 30년 Message Young Artist Network전 (문화예술회관)
• 형상을 넘어-발언과 침묵사이전 (동제미술관)
• 1914-2004. 90인 동문작가 초대전 (인터불고호텔. 쁘라도갤러리)
• 두산갤러리 개관기념 초대작가전 (두산갤러리)
• 대구·이탈리아 밀라노 교류전 (대구문화예술회관)
• 신조 미술협회 캐나다전 (캐나다, 토론토)
• 대구 미술 100년전 (대구문화예술회관)
• 신조 미술협회 LA전 (미국,LA)
• 대구미술 70년 역사전 (대구문화예술회관)
• 한국현대미술의 단면전 (프랑스, 파리)
• 대구현대미술 초대전 (대구문화예술회관)
• 한국현대미술의 단면전 (미국, 뉴욕)
• 초하의 작가혼전 (동양갤러리)
• 서양화 도입 70주년 기념 대구 비형상대전 (대구문화예술회관)
• 미국 Agora Gallery 4인 초대전 (뉴욕, 소호, 아고라갤러리)
• 영호남 미술교류전 (대구문화예술회관)
• 대구문화예술회관 개관기념 초대전 (대구문화예술회관)
• 한·중 미술교류전 (대구문화예술회관)
• 향토여류작가 13인전 (대구은행 갤러리)
• 대구 현대작가 오사카전 (일본 오사카 현대미술센터)
• 대백갤러리 이전 개관기념 초대전 (대백갤러리)
• 대구 현대미술 작가전 D.C.A.A (대백갤러리)
•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전 (대구문화예술회관)
• 한국미술협회 회원. 대구미술협회 회원전 (국립현대미술관 등)
• 신조미술협회 회원전 (대구문화예술회관)
• 가톨릭 대구대교구 가톨릭 미술협회전 (대구 매일화랑 등)
• 효성가톨릭대학교 미술대학 동문전
• 신조 미술대상전 대상
• 대구미술대전 우수상 및 특선 4회
• 대구대학교 미술대학, 대구가톨릭대학 강사 역임
• 대구미술대전 심사위원
•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신조미술협회 회원
2006년 11월호 >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