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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호 > 특별기획 > 미술논단 > 박선규 - 그림의 현대적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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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Document
미 I 술 I 논 I 단
그림의 현대적 담론 박 선 규
글 : 박선규 / 철학박사 Park, Sun K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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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그림공부와 진리
32. 그림의 진리와 기교
33. 그림과 색채
34. 그림과 나
35. 그림과 이념
36. 그림과 테마
37. 그림의 테마이 대한 연구
38. 그림과 미덕
39. 그림과 올바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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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그림과 이론
41. 그림과 원천
42. 그림과 개인전
43. 그림과 아카데미
44. 그림과 물정(物情)
45. 그림공부의 진정한 안내
46. 그림공부하는 자세
47. 그림과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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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그림에 대한 사랑의 불에
점화
49. 그림의 생성함과 정확한
마무리
50. 그림과 개성
51. 그림의 구성규칙
52. 그림과 가치
53. 그림은 진리가 영혼
깊숙이 머무르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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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그림과 멋부림
55. 그림의 서로 다른 점
56. 그림과 행복
57. 그림에 스며있는 화가의 멋
58. 그림은 무값
59. 그림은 삶의 거울
60. 그림이 싫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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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그림공부와 진리
“그림공부를 했으나 그림의 진리에 대하여 들어보지 못했으면 그림공부를 안한 것이나 같다.(學畵而不聞道猶如不學畵也)” 하였다. 그림의 진리는 무엇을 말하는가? 1. 그림이란 무엇인가? 2. 왜 그려야 하는가? 3.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 4. 어떻게 그려야 하는가? 이것의 개념을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알면 그림의 진리는 무엇을 말하는가? 알 수 있다. 만약 그림에 대한 이러한 진리를 모른다면 비록 그림을 그린다 하여도 결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진리”에 대하여 아는 것은 화가의 필수조건이다.
32. 그림의 진리와 기교
그림은 반드시 그렇게 그려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그 이유가 그림의 진리이고, 그 방법이 기교이다. 따라서 진리에의하여 그림을 그릴 때 그 표현기교는 귀신같다(順理則巧若神思)는 말이 있다. 꽃이 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 신기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에 있어서 이와 같은 것이 그 기교가 귀신같다는 것이다. 정말 귀신같이 그렸다는 칭찬의 역사는 바로 이로부터 시작된다.
33. 그림과 색채
디오니시오스는 “소묘의 순수성은 조금씩 사라졌다. 그 대신 더욱 교묘한 기법, 빛과 그림자의 미묘한 구별, 그리고 효과적이며 풍부한 채색법의 수단이 나타났다.”하였다. 벨로리는 색채를 부정하면서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형태를 평가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색채만을 높이 평가하는 범속한 무리들”이라 주장한다. 르 브룅는 “색채의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모면하려다가 도리어 바다에 빠져 죽는다. 소묘와 색채를 구별하지 않으면 물감을 타는 사람과 화가가 동렬에 놓일 것이다.” 하였다. 보스키니는 “회화 예술을 실현하는 것은 색채이다”하였다. 색채와 소묘의 병행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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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그림과 나
고갱은 “나는 위대한 예술가이며, 이를 나는 알고 있다.”
세잔느는 “살아있는 화가는 한 사람밖에 없다. 그건 나다.” 하였다.
19세기말 화단은 대혁명이 일어나는데 이후의 모더니즘에 대하여 말로(Malraux)는
1) 현대회화가 재현하는 것은 내용보다도 회화의 재료 그 자체를 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2) 현대회화의 테마란 화가에 있어서 작품에 독특한 양식을 부여하는 개성적인 작의에 사물을 종속시키는 기회에 불과하다.
3) 현대회화에 있어서의 묘사 및 표현은 모델로부터, 입체감과 깊이의 묘사로부터, 그리고 모델과 유사하냐 아니냐 하는 것으로부터 해방된 색채는 색채 그 자체로서 취급되었다. 고 논평하였다.
35. 그림과 이념
그림이 자연사물을 묘사하고 표현하는데 얼마나 진솔하는가, 하는 비평에 압박을 받게 되면 대개의 화가들은 종교적, 도덕적, 정치적 교의에 의거하게 된다. 이 때 예술은 교리나 도덕 또는 정치적, 사회적 어떤 주의(主義)에 봉사하게 된다. 그림은 더 이상 광휘성 있고 성실하며 충실한 묘사 및 표현중심이 아니라 그림을 그린다는 화가로서의 행동의 수단으로 추락한다. 따라서 작품을 비평하는 기준? 가장 이상적 삶의 이상세계를 척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포스터나 디자인처럼 보는 사람을 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에 있다.
36. 그림과 테마
대부분의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대상을 보고 “그리고 싶다”는 느낌이 있을 때 붓을 든다. 대상에 대한 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그리기 사작한다는 것이다.
나무를 그릴려면 나무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불교조각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타(佛陀)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하며, 영혼의 |
세계를 그릴려면 인생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한다.
푸세(P. Foucher)는 디오니소스적 테마(thema. 표현주제)데 대하여 50년을 연구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터너는 밤 낮 바닷가에서 살며 수증기와 안개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한다.
막연히 그리고 싶다는 느낌만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소재선택의 유치함을 면치 못하는 것도 테마에 대한 연구부족에서 오는 것이다. 연구부족은 좋은 작품을 창작하는 일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37. 그림의 테마에 대한 연구
현대화가들은 그림의 테마에 대하여 연구하는 바가 너무 빈약한 것은 아닌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과거의 화가들은 예수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성상(聖像)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였는지 그 기록을 보면 즉 7세기경에서부터 시작하여 13세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연구되어 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시도르의 <어원서>, 뱅상 드 보베가 지은<커다란 거울>등의 저서에서 볼 수 있다. 그 후 1624년경에 디드로, 에밀 말르가 많은 자료를 인용하고 있는 이 저서는
1) 중세 성상에 대한 해석
2) 자연, 학문, 도덕, 역사의 거울이라고 후세사람들이 평한다
성서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에 대한 해설이 있는데 그것은
1) 문자적이다.
2) 우의적이다.
3) 구약성서는 신약성서의 출현을 예고한다.
4) 도덕적이다.
5) 예언적이다는 해설이다.
이처럼 철저한 성상에 대한 연구가 있기에 예수를 주제로 한 명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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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그림과 미덕
디드로 드니(Denis Diderot,1713-1784)는 “그뢰즈야말로 내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그 장르가 나를 기쁘게 한다. 즉 그것은 도덕적 회화이다” 하였다.
“화가들이여! 만약에 당신들의 작품이 오래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나는 당신들이 성실한 주제를 취급하기를 권한다. 인간에게 타락을 권하는 것은 모두가 멸망할 운명에 있는 것이며, 그러한 작품이 완벽하면 완벽한만큼 더욱 확실히 멸망할 것이다.” 하였다.
속담에 “좋은 일만 하고 죽을려도 못다하고 죽는데 왜 나쁜일을 할 것인가!”라는 말이 있다.
미덕은 사랑스러운 것이다. 그림의 주제는 미덕적인 것과 악덕적인 것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테마에 대하여
1) 테마에 대한 깊은 연구
2) 테마의 내용을 심미적으로 승화시키는 회화적 창조
3) 미적인 것의 선택....이러한 부분에 대한 각성의 필료함을 깨닫게 한다.
39. 그림과 올바름
성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e)의 <미와 적합성> 이라는 책에 “신전의 아름다움은 올바름의 아름다움이며 신의 신성한 신전은 기둥이나 대리석 또는 금박으로 된 천장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올바름' 때문에 훌륭한 것이다.”하였다.
올바른 것은 착한 것이고 진실한 것이며 아름다운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어떤 질서 속에 존재한다. 따라서 불변의 질서가 곧 “올바른 것”이다.
그림도 이와 같은 질서로서의 “올바른 것”이 있을 때 아름답고도 훌륭한 것이 될 수 있다. |
40. 그림과 이론
로마쪼는 “미학 이론은 화가들에게 그들이 잘못의 미궁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었고, 그들을 진리의 전당으로 인도하였으며, 관례에 의해 습득되었던 것을 이성에 의해 습득 교정하도록 가르쳐 주었다”하였다.
역사적인 화가들의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려는 그들의 굉장한 노력앞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고, 미술이론이 역사적 명화를 남기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것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41. 그림의 원천
샹브레이의 <평행>이라는 책에 “나는 신기함을 끄집어 낼 그림양식 그 자체의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 비길 데 없는 대가들의 순수한 생각과 형상들을 끌어내고 그들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고 싶다. 왜냐하면 의심할 여지없이 인간이 그들의 원리로부터 멀어질 수록 이는 더욱 더 변질되며 원리의 창조자(자연)조차도 알아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하였다.
위에서 말하는 그림의 창작적 원리는 자연에 있으며 대가들의 순수한 생각도 자연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민물고기는 민물에서밖에 살 수 없고, 바닷물고기는 바닷물에서밖에 살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연을 떠나면 그 어떤 것도 최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한다.
42. 그림과 개인전
개인전을 쉽게 생각하고 해마다 자주 가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림을 팔기위한, 생활방식의 하나로서 개인전을 가지는 경우와 연구발표전의 의미로 하는 경우와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연구발표전의 경우는 2년에 한번 정도가 열심히 공부하는 작가에게는 적당하나 해매다 개인전을 하는 것은 무리이다.
하여간 개인전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림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2년에 한번쯤은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 한다.
헌데, 그림은 자기 생각대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설령 그려진다해도 그 그림은 좋은 그림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드시 그에 따른 공부를 철저히 해야 한다. 작가의 회화적 감정을 신의 경지에까지 승화시킬 수 있는 그러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냥... 이것은 그림공부의 방향선택이 잘못된 것이다.
43. 그림과 아카데미
1. 아카데미의 장점
1) 높은 기준을 세워놓았다.
2) 회화를 그 어느 시대보다도 고상하게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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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술처럼 그 원칙이 허물어지기 쉬운 것을 입법화하여 아름다운 문화창달에 크게 기여하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공로를 인정하나 굴복할 수 없다는 몇몇 새로운 시대의 프랑스 작가들은 “아름다운 고대미술은 항상 존경할 만하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더할나위 없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무릎을 꿇지 않고도 고대인들을 바라볼 수 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라는 시로서 아카데미에 대하여 이론을 제기하여 왔다. 그 후 새로운 대안으로서 추상주의를 비롯하여 우후죽순처럼 화파들이 이즘을 내세우며 생겼다.
그림을 회화사적 시각으로 볼 것인지, 미학적 시각으로 볼 것인지, 이 문제는 화가 개개인의 몫이다.
44. 그림과 물정(物情)
아카데미 회의록에 “회화는 드로잉 없이 어떠한 형상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드로잉이 회화의 장점을 이룬다. 드로잉이 회화의 우수함을 이루는 것이지 색은 아니다.”하였다.
드로잉은 묘사를 통하여 사물의 물정을 파악하기 위한 회화의 기초공부이다. 물정도 모르고 툭툭치는 붓질이나 나이프로 쓱쓱 문지르는 묘사나 표현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먼저 물정을 알고 난 후에라면 모르지만.....
우리 속담에 “맥도 모르고 침대롱 꺼낸다”는 말이 있다. 물정을 모르고 무엇을 표현할 수 있겠는가!
중국미학에 “심달물정深達物情)”이라는 말이 있다. 사물의 정취에 대하여 깊이 알고 물정과 물정의 조화에 대하여 달통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때에야 비로소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미학에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의 길을 다녀보아야 물정을 알 수 있고 그러한 연후에야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였다. 우선 “미(美)”라는 개념을 상징적 시각에서 해석하는 공부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45. 그림공부의 진정한 안내
앙트완느 코아펠(Antoine Coypel)의 저서 《회의록》에 “화가들은 고대인들이 닦아놓은 길과 역행하여 갈 수 없으며, 진정한 천재의 안내를 받는다면 어둠 속에서 헤매지 않을 것이다.
미술은 즐거움을 주기 위하여 존재한다. 자연이 불어넣은 정감을 방해하고 이해되지 않는 개인적 표현형식에 진정한 화가의 고상한 취미를 멍들게 하며, 영혼을 일깨워 주기 보다는 어둡게 하는 편견을 제시하는 것을 용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하였다.
그렇다! 성현들이 이미 남겨놓은 모든 문화적 유물들을 보면 정치, 경제, 예술 그 어떤 것도 앞으로 가야할 방향과 어떤 것이 선이고 미이며 진실인가 잘 밝혀 놓았다. 우리는 그 길을 따라 열심히 가기만하면 된다. 심미적 기준도 없는 어설픈 창작행위에 대하여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바로 천재들의 안내를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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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그림공부하는 자세
푸생은“신적 질서와 가장 고상한 주제를 찾아 항상 종이와 연필을 들고 다니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화가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자기 그림을 우선시 해야 하고, 그림을 그린다는 그 자체의 영광을 사랑해야 하며 열심히 그려야 한다. 그러나 재물과 명예는 진심으로 멀리해야 한다” 하였다.
어떤 사람은 위의 말에 부합되는 작가생활을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근면”이다.
오늘도 부지런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를 독려하는 뜻에서 “자강불식(自强不息)” “쉬고 싶은 마음을 불식시키고 스스로 강인한 정신을 가지고 하는일에 매진하도록”을 음미해 본다.
47. 그림과 천재
회화법칙은 준수되어야 한다. 기존의 법칙은 아카데미로부터 온 것들이다. 그래서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세상에는 만물의 다양함 만큼의 법칙이 존재한다. 자연에서 그것을 발견하고 정리하여 성문화한 후에 미학자나 화가들로부터 공인 받으면 곧 회화의 모범적인 법칙이 된다.
천재는 기존 법칙의 불충분함을 보충하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천재가 교육에 의해 부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재는 “신적인 열광” “회화적 열광” 그 자체이다.
불화산의 폭발과 같은 저 열정, 저 신적 섬광, 번득이는 정신, 영혼 안의 저 순수한 영혼
이사람이 천재다. 천재는 자기 정감을 거대한 한 법칙에의 복종으로 귀착시키는 작업(그림그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48. 그림에 대한 사랑의 불에 점화
그림에 대한 깊은 무지와 정말로 깜깜한 밤과 같은 지식으로부터 우리는 마치 신동처럼 일어나야한다!
심지어 화성(畵聖)들을 능가하는 일도 별 것아니라는 강인한 생각으로 도전해야 한다!
이처럼 영광스러운 시작으로부터 그림에 대한 사랑의 불에 점화한다면 습득해야 할 것은 그 어떤 것도 우수하지 않는 것이 없다.
여과(濾過)하고 정제(整齊) 하여 맹목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며 사심없는 순수영혼에 바탕을 두고 그린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누구나 그림에 대한 판단 또는 그 표현양식의 창작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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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그림의 생생함과 정확한 마무리
그림의 소재에 대하여 깊이 연구하였고, 다양한 표현양식에 대하여 고찰한 바 있으며, 추종을 불허하리만큼 많은 작업양의 습작과정을 거쳤다 하더라도 작가가 표현하려는 것에 대한 생생함과 정확한 마무리가 안되어 있으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생생함”은 호수의 맑은 물과 같이 정제된 것으로서 간결할 때 느낄 수 있는 생명력이다. 즉 군더더기가 없고 병든 부분이 없을 때 왕성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림도 또한 그렇게 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마무리”는 박약(薄約)과 같은 의미로서 많은 표현요소들을 통일시켜 표현하려는 의취가 정확히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한폭의 그림안에 많은 것을 표현하면 생생함이나 정확한 마무리가 제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양식의 그림이든지 아니 모든 예술에서 “생생함과 정확한 마무리”는 필수적이다.
50. 그림과 개성
디드로(Diderot)는 화가의 개성을 존중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사르트뢰로 가라. 그리고 그곳에서 신앙심과 회개의 진실된 태도를 보라! 술집에 가 보라. 거기서 분노한 인간의 진실된 표정을 보라! 번잡한 공공장소를 종종 방문하고 길, 정원, 시장, 집을 지나가는 자들을 관찰하라! 그러면 실제 삶속의 인간의 진실된 표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하였다.
유행에 흠뻑 젖은 작가의 개성에 대한 구제책을 말한 것이다. “예술은 삶이다”는 자명한 이치를 깨달으면 무개성이 또한 개성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별난 것이 반드시 개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서로 다르듯이 그렇게 그린 것들이 곧 개성있는 그림이 되는 것이다.
51. 그림의 구성규칙
그림도 음악처럼 구성의 규칙이 있다. 단음도 있고 화음과 불협화음도 있다 조음을 임의대로 할 수 도 있고 장엄하고 상쾌하며 웅장하게 생기 넘치는 화성의 효과를 마음대로 구성해 낼 수 도 있다.
그러나 만약 지기류의 구성법칙이라면 많은 것들을 한 꼴이 되게 만드는 무모한 것이 될 것이다. 그 규칙이 심미적 배경을 가진 것이라면 자신의 감각을 용해시켜 줄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정화시켜 준다.
그리하여 자기류의 규칙으로서는 성취할 수 없는 위대한 것을 여기에서는 얻을 수 있다.
구성규칙의 가치는 여기에 있으며, 귀찮고 괴로워도 체계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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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명화들은 이러한 규칙에 의하여 그려진 것들이다.
52. 그림과 가치
그림은 일종의 톡특한 언어이다. 그러므로 어느 시대 어느 민족을 초월하여 우리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독특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마음이 영혼과 분리되지 않는 상태에서 그려진 그림은 신(神)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그림으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은 모두 신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산과 같은 정신상태가 아니면 신의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물은 표현 할 수 없다
우리 그림들은 신의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그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우리 마음은 영혼에서 이탈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신이 아닌 이상 순수 영혼에 의한 감정표현이 불가능하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러나 가까이 간 사람은 있다. 이것도 화가의 정신이 신의 세계에 가까운 사람만이 가능하다.
53. 그림은 진리가 영혼 깊숙이 머무르게 하는 것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이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라면 그것들은 모두 결함이 있는 것들로서 사멸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화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화가는 진리의 도움을 받아서 인간의 사사로운 감정을 정화시키며, 신의 정신 속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우주를 볼 수 있게 한다.
화가는 사물로부터 그것의 신적인 본질을 뽑아낸다. 따라서 그림은 사물의 외형적인 복제가 아니라 진리가 인간들의 영혼 깊숙이 스며들게 하는 신적인 것의 복제이다.
화가는 신으로부터 훔친 진리를 사람들 앞에 정정당당히 내놓는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만약 자기 영혼을 기만한 것이라면 어떻게 내놓을 수가 있겠는가!
54. 그림과 멋부림
낭만주의자들이 감상(Sentimentality)이라 말하는 주정주의를 외치며 무분별하게 자기감정을 들어냈던 그러나 실패하고 말았던 그 낭만주의는 열광을 재능으로, 흥분을 힘으로, 탈선을 진보로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낭만주의 예술은 “멋부림(coquetterie)", "것치레”의 얼룩진, 분칠한 예술에 지나지 않았으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낭만주의는 세상이 타락하고 있음을 예견하면서도 미와 자연을 사랑하는 자체를 거부하여 종교나 도덕, 아름다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류의 열정이든지 열정을 표현하는 일에만 집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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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광란에 가까운 열정을 존엄으로 알았으며 영광의 일종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곧 낭만주의 미학의 소용돌이를 제지할 수 있는 그 어떤 힘도 있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예술계를 타락시키고 말았다.
주의(主義-ism)는 일시적인 것이다.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인류가 추구하는 영원한 진리나 아름다움과 다르다. 그림의 향방은 “주의(ism)"의 반대 방향이다.
55. 그림의 서로 다른 점
그림은 표현의 기술적인 면에서 서로 다름의 차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독특한 재료를 사용한 것이라도 그림의 서로 다른 월등한 차이를 말하는 근본적인 것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
그림은 표현요소로서의 재료나 기교로서 그 가치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재료나 기교는 표현하려는 내용에 충실하려는 하나의 방법적인 코드일 뿐이다.
어떠한 표현요소로서의 기교나 재료의 응용은 “내용의 진솔한 표현”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그림은 표현하려는 내용이 신이 창조한 그 진리에 얼마나 진솔하게 접근되도록 표현되었느냐로서 서로 다름의 가치를 논하는 것이다.
그림은 자연의 외형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연에 내재하는 신적인 것을 모방하는 것이다. 순수영혼을 통하여 그 신적인 진리의 시각화를 위한 작업이 바로 화가들의 창작행위이며 그림이 표현해야하는 절대적 내용이다.
그러나 얼마만큼 진솔한 표현인가로서 서로 다름의 등급이 결정된다.
56. 그림과 행복
그림은 인간을 감각과 이성(理性)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인간의 행복이 존재하는 환희의 달콤한 꿈 속으로 영혼을 끌어들인다.
최상의 아름다움은 신에게 있다.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나 그림을 그리는 목적은 인간의 영혼 속에 존재하는 최상의 신과 일치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그 완전성에 도달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그림을 그리는 목적을 “인간의 재능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두어야 한다. 그래야 위에서 말한 “달콤한 꿈 속으로 영혼을 끌어들여” 아름다움에 대한 최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취미(Taste)로서 자기 감정유희에 만족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인생에 대한 도전으로써 신의 경지에 진입하여 최상의 행복을 누리려는 야무진 꿈의 실현을 목표로 그 뜻을 굳혀야 한다. |
57. 그림에 스며있는 화가의 멋
그림은 자연에 스며있는 멋진 것들을 진솔한 언어로서 조화시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진리를 정성껏 표현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그림은 평범한 사람이라도 인간의 내적 본질과 진리와의 사이를 다양한 색으로 다리를 놓는 멋진 화가로 만들어 간다.
사실, 화가는 인간의 마음을 감동시켜왔던 것들, 인간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그 자신을 성장시키며 행복을 누려왔던 것들, 인간의 마음속에 머물러 있으면서 괴롭혀왔던 것들, 그것이 도덕적인 것이든 종교적인 것이든 혹은 그 반대의 것이든 상관없이 그림의 주제로 삼아 그 진실을 아름답게 규명함으로써 때로는 신비롭고 고상하며 숭고한 경지에까지 끌어올려 그 시대의 문화를 창조해가는 멋진 사람들이다.
화가의 가장 큰 장점은 이질적이며 하찮은 것들이라도 순수한 미적 목적을 성취하여 삶의 질을 높여놓았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화가로서의 통쾌한 성공이며 멋진 일이다.
하지만 밖으로 멋을 부리는 것보다도 안으로 멋을 부릴 때 더욱 멋진 화가가될 것이다.
58. 그림은 무값
무값(無價:무가)이란 값이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그림이라도 때에 따라서 1원짜리도 될 수 있고 수십 억원짜리도 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값을 정할 수 없다는 것이 무값의 의미이다.
어째서 그림은 이처럼 무값일까? 눈으로 볼 수 있는 물리적 세계(인식의 세계)를 그린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없는 느낌의 세계(형이상학의 세계)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는 나만 볼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 누구나 볼 수 있는 세계이다. 따라서 무엇으로든지 말하지면 시로써, 소설로써, 사진으로써, 말로써 표현할 수 있는 세계이다.
만약 그림이 이처럼 누구나 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표현하였다면 그처럼 무값일 수 있을까? 다만 생활용품처럼 사용가치에 따라 얼마짜리라고 값이 매겨질 것이다.
그런데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 즉, 인식 불가능의 것으로서 느낌으로만 알 수 있는 것들을 표현했기 때문에 무값이라는 것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로서 느낌으로만 알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일까? 우아함, 청아함, 단아함, 전아함, 고상함등의 아름다움과 웅장함, 신비로움, 장엄함 등의 것들이다. 이러한 것들은 그 기준이 형이상학에 있기 때문에 그림이라는 기교(Art)같은 것을 통해서만이 표현가능하다. 따라서 무값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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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그림은 삶의 거울
그림은 인간의 마음을 감동시켜 왔던 모든 것들, 인간의 마음 속에 머물러 있으면서 깊이 생각하게 만든 것들을 그 주제로 한다.
따라서 그림은 화가의 적성이나 그의 독특한 은유성에 따라 그러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도 하며, 신비스러운 것이나 관능적이며 어떤 비극적인 것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화가 자신은 물론 관객들의 일상적인 정신을 새롭게 할 뉴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림은 반드시 고상하고 숭고하며 도덕적이고 종교적 경건함의 내용이어야 한다고 그 누구도 화가에게 그렇게 그리도록 지시명령할 수 없다. 더욱 그렇지 않다고 그를 비난할 수도 없다.
다만, 화가는 그림이 인류의 삶을 조명하는 거울이고, 삶의 잘 잘못을 심미(審美)하도록 하는 척도이며, 사라지는 인간성의 회복을 위한 의식부활의 절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그림은 삶의 거울이 될 때 보다 아름다운 가치를 지니는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60. 그림이 싫어하는 것
그림은 그의 표현범위를 확대시키거나 표현하고자 하는 영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서 본래의 그림이란 모습을 망가뜨리는 화가들의 행위를 싫어한다.
언제나 제모습을 지니고자 하는 그림을 보고 보수적이다든가, 시대적 요구에 둔감하다든가, 흐르지 않고 호수의 물처럼 고여있는 것이 바보 같다든가 하는 비평을 싫어한다.
그림이 머물고자 하는 곳은 진실이 담겨있는 곳이다. 말하자면 그림 속에 진실이 담겨있는 모습으로 남고자 한다.
그림은 어떤 추상적인 말로도 평가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약삭빠른 사람들이 비웃더라도 그림은 원초적인 아름다움 속에 고요히 잠들고자 한다. 밖으로 나와보았자 잠든 모습처럼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림의 참 모습은 창조적 정신의 수 많은 양식 속에 반영되어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놓아두어도 그 참 모습은 자연만큼이나 풍부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림은 언제나 여성이 귀여운 아기를 낳듯이 나를(그림)만들어 내면 된다고 마치 스쳐가는 바람소리처럼 화가의 귓가에 연인의 속삭임되어 흘리고 지나가는데 아직도 들리지 않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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