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근교수가 현지의 예술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인장인 게라드 여사는 그녀와 친분 관계를 유지했던 샤갈을 비롯해 피카소, 미로, 팅겔리, 브라크의 초기 풍경화 등을 레스토랑 벽면 곳곳에 걸어두고 있었다. 물론 모두 진품으로 레스토랑의 창문을 가로지르고 있는 전등이며, 테이블이며 모든 것이 그 유명한 자코메티의 작품이라고 했다. 우리의 식당과는 달리 피카소 등 거장들의 작품과 정성껏 차린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들이 못 견디게 부러웠다.
자코메티전을 감상중인 김종근 미술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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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경찰서 천장에 그려진 벽화. 네명의 이탈리아 작가들이 그렸다고 한다.
이번 여행 중에서도 나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벼룩시장을 방문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사냥하듯 나선 나에게 포착된 것은 쿠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이었는데, 카피 그림이었지만 놀랄만한 수준이라 소장가치가 충분해 보였다. 나는 다른 작품들의 가격을 물어본 뒤 넌지시 클림트의 그림 가격을 묻고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부른 뒤 차차 적정 가격을 맞추는 나만의 구매 노하우를 이번에도 십분 발휘했다.
공장도시를 문화도시로 - 국내 미술계 벤치마킹 해야
취리히의 서부 지역 ‘크라이스(Kreis) 5'를 찾은 것은 늦은 오후 였다.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과거 뢰벤브로이 양조장 등 각종 공장이 모여 있던 이곳이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는 소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이다.
물론 우리 미술계도 이러한 움직임이 몇 차례 있었다. 경기도와 서울 외곽의 공장들을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가득 채웠던 <공장미술제>라든가, 비록 공장은 아니지만 작가들의 스튜디오로 폐교를 임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취리히의 서부 지역은 미술, 음악, 건축 등 문화뿐만 아니라 생활 공간과 사무 공간이 함께 들어서 하나의 새로운 도시로 탄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과거에는 스위스를 경제적으로 먹여 살린 이 지역이 지금은 문화라는 새로운 이름의 역사를 쓰는 현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문화가 도시를 만들어 나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스위스에는 매력적인 문화와 훌륭한 미술관, 그리고 명화들이 가끔 출몰하곤 하는 벼룩시장이 있는 가깝게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바로 스위스의 참맛은 시계나 ‘맥가이버칼'에 있는 게 아니라, 이 나라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훌륭한 미술과 문화 그리고 건축을 경험하는 데에 있다고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