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경례의 작업은 원칙적으로 이러한 전통적 가치관과 조형체계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지필묵을 주요 표현 매재로 하는 작업방식이 그러할 뿐 아니라, 연꽃이나 능소화, 소나무와 수선화, 산수풍경 등의 소재가 그러하다. 수묵을 바탕으로 하되 채색의 효용을 한껏 살린 화면은 재료와 조형에 대한 작가의 모색이 이미 일정 단계에 이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농담 변화를 감각적으로 운용한 생동감있는 화훼 표현은 이를 확인시켜주는 부분이다.
수묵을 주조로 하고 여기에 채색을 더하는 일반적인 수묵 담채와의 작업 방식과 비교하여 작가의 작업은 상대적으로 색채의 운용과 구사가 적극적이다. 까칠한 질감을 드러내는 독특한 운필의 묘미나 청록을 과감하게 도입한 녹음의 표현은 작가의 작업이 지니고 있는 조형적 특징이라 여겨진다. 이는 표현대상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에 더하여 작가의 표현욕구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사실 작가의 작업은 그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전통적인 문인화를 연상시키는 것이지만, 선뜻 이를 그 범주에 놓기 꺼려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표현적 요소에서 기인하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동틀무렵 53 x 49cm 2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