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의 아파트에 살지만 그 시절에는 집집마다 꽃밭이 있어서
초등학교 가는길엔 나즈막한 담너머로 봉숭아, 맨드라미, 한련, 능소화 등 여러가지 꽃들을 보면서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화창한 날 마당에 널어놓은 이불속에 자주 들어가곤 했다. 그 포근한 느낌은 엄마의 꽃밭과 오버랩되곤 한다.
또한 꽃밭곁에는 펌프가 있고, 마당에는 하얀 떡을 찌기 위한 솥이 걸려 있다.
그 떡위에 얹기 위해 맨드라미 꽃잎 따던 일, 봉숭아 꽃잎 찧어 피마자 잎을 감고 손톱에 물들이던 일, 모두 꽃밭의 추억들이다.
그 안온하고 행복했던 유년시절을 생각하며 봉숭아, 맨드라미, 피마자, 채송화, 능소화를 켄버스에 그려넣었다.
내 그림을 보는 이들이 잠시라도 그런 유년의 행복했던 광경들을 떠올릴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지금은 켄버스에 나의 꽃밭을 만들고 있지만 언젠가는 모네의 정원같이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꽃이 가득한 꽃밭을 갖고 싶다.
맑은날 마당에 내리쬐던 포근한 했살의 따듯함이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