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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06월호 > 국내외미술동향 > 문화탐방 > 강은주의 춤무대 - 연극적 내용의 무용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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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적 내용의 무용언어
강은주의 춤무대
김제영 / 소설가,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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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정부의 권장만 믿고 마늘농사를 지었다가 인건비조차 건질 수 없는 가격 폭락으로 인해 아예 밭에다가 방치하는 일이 벌어져 온 동네가 마늘 썩는 냄새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 또 같은 경위로 밭농사 논농사를 양돈으로 돌렸다가 똘망똘망한 돼지새끼들을 삼태기에 담아다가 뒷동산에 묻어버리고는 농약을 마셨던 어느 농부의 모습을 우리는 쉽게 기억해 낼 수 있다.
돼지파동, 마늘파동, 고추파동 농촌 총각 자살파동으로 농촌이 시름에 잠기고 영농을 포기한 이들이 도시빈민으로 추락할 때 농촌마을 마당에는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쿵작쿵작 일본 군가조의 새마을 노래가 신명나게 울려 퍼졌다.남자들만이 농촌을 등진 것은 아니었다. 한 푼이라도 벌어서 식구들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겠다는 각오로 쳐녀들도 고향을 떠났다. 공장으로 그리고 가정집 식모살이로 갔던 이들은 비인간적인 처우
<뒤로 가는> 2004년 제9회 '계룡산에서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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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의 노래 11>
에 애초의 계획이나 의지가 무너졌고 결국 이들이 주저앉을 수밖에없는 곳은 종삼(종로 3가)이나 청량리 미아리 역전의 양동이었다.이들을 주제로 다룬 강은주의 춤무대가 2005년 5월 30일 저녁 7시 30분 대전 평송 수련원 소강당에서 열렸다.
강은주는 가난했던 6, 70년대 뒷골목에서 볼 수 있었던, 어쩌면 지금도 어디선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일들을 무대에 올렸다. 그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한 여성의 삶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며.... ’라고 안무 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무대의 스탭은 조명에 김태섭, 분장 최주희, 진행 오순례, 연출에는 엄정자였다. 어느 해든가 엄정자의 개인 춤 발표회에서 마지막 장면을 복고적으로 꾸민 적이 기억난다. 늦은 봄날 꽃잎이 흩날려 수북이 쌓인 곳에 주인공 엄정자가 나타나 관객을 향해 한국 전래의 절을 한다. 무대에 가득 찬 ‘연분홍 치마에 봄바람이...’ 감미로운 음악이 황홀할 지경이었다. 색주가에서나 불릴법한 싸구려 유행가가 어째서 바하나 슈만 브람스의 클래식 음악보다도 더 웅장한 감동을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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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제 7회 대전 예술신인상 수상 기념 ‘강은주의 춤’ 무대 또한 그랬다.
전자 시스템의 정보망 속도가 지구를 통솔하고 있는 오늘날우리는 아방가르드의 현란한 몸짓이 눈에 익숙하건만, 종삼(종로 3가)이나 양동 뒷골목에서 몸을 파는 여인들의 흔해빠진 이야기 자체는 보지 않아도 뻔한 그림이 아닌가. 소재 자체가 진부하기만 했다.
그러나 강은주의 춤 <순이의 노래>는 찡하니 가슴 아프게 아직도 장면 장면이 비게인 숲의 짙푸르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순아 어미여, 밥은 먹었는겨? 니 아빠랑 동생 걱정일랑 말어. 니 덕분에 다 잘 있으니께. 어미는 그져 니 걱정뿐이여. 그랴, 에미가 또 연락하마. 잘 있어라.’
<순이의 노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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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터 김영뢰(생활 댄스전문)의 느릿하면서 자식과 남편 그리고 논과 밭 밖에 모르는 순후한 50대 충청도 아낙의 어머니의 목소리는 강은주의 춤 <순이의 노래>에서 연극적인 요소를 총괄하고 복고풍을 아주 멋지게 재등장시킨 리얼리즘예술의 선언이라는 기운을 감지할 정도로 큰 역할을 했다. 필시 순이는 좋은 직장에서 잘 있으니 안심하라고 둘러대고 몸 팔은 돈을 꼬박꼬박 고향 부모에게 송금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미의 마음이 천하태평일 수는 없다. 남들처럼 자식을 공부시키지 못한 한이 가슴에 박혀있으니 어미의 마음은 늘 불안하고 편치 않았을 것이다. 그저 돈이 원수다. 집에 전화가 있을 리가 없다. 어쩌다가 선거철 인심에 이장이나 면장네 전화기 사용이 허용되는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전화가 순이의 노래에서 연극적인 요인을 총괄했다면, 순이의 노래가 안고 있는 연극적 요인은 춤의 언어로 풀어 서 시각화한 장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첫 장면에서 나는 강은주가 갈고 닦은 고된 작업의 열매를 보았다. 음악도 잡다한 무대 설치물도 없었다.
<진도북춤> 2005년 제8회 안면도 국제공연 예술축제 오프닝 장면
<보이스 퍼포먼스. 박미루 SOROG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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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횡덩한 공간에 근육질적인 사나이가 벌레를 내려다보듯 서 있을 뿐이다 .
방금 일을 끝내고 오빠~~애절하고 처절하게 애걸하며 대가를 요구하는 여인, 뿌리치는 사나이, 매어달리는 여인, 귀찮다는 듯 그리고 더럽다는 듯 돈 뭉치를 뿌리고 미련 없이 사라지는 사나이, 그야말로 디테일한 연극의 장면 장면이다. 자칫하다간 이수일과 심순애의 낡은 필름을 보는 듯 진부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은주는 오빠의 긴 여운을 효과음으로 무용적언어의 사선을 기가 막히게 그려냈다.
사나이에게 매어달리는 포즈의 두 팔 뻗기와 그 팔과 동일 선상으로 몸의 볼륨에 각선이 매끄럽게 조화를 이루어 직립한 사나이의 선과 여인의 율동선이 무대에 그려진 조각적 형상으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은 미학적 율동의 정적인 선이었다.고개를 떨구고 흩어진 머리카락이 앞으로 쏟아지면서 양팔이 건들건들 무작위로 움직이는 체념의 동작, 빠른 템포의 턴과 광기적 격렬함으로 심적 갈등을 그려낸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율동의 세련미, 몸을 파는 여인의 비극적 상황을 얼굴표정과 몸의 절제와 사지의 분방한 열기와 분출로 1인 무(舞)답지 않게 무대를 가득채운 강은주의 춤 솜씨는 그 스승 (엄정자)에 그 제자라는 도도한 흥을 안겨주었다.
여인의 오뇌에 찬 사색적 몸짓이 지속되는 동안 남자들의 실루엣이 무대를 가로질러갔다. 그녀의 성을 매수하는 남성일 것이다. 작품의 중간 중간에 어머니의 육성이 전화선을 타고 들려 왔다. 회환과 반성과 슬픔의 몸짓, 1970년대 농촌의 가난과 도시 밑바닥 생활에 다리를 걸쳐놓은 순이의 노래는 아직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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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ay> |
<My Way> 서승희와 강은주
서승희
이번 무대의 특성은 무대 구성의 전문성이다. 1부는 <순이의 노래>, 2부는 슬라이드 쇼(강은주의 오늘까지 춤 세계), 3부는 특별출연으로 보이스의 퍼포먼스 작품인데 서승희와 그의 부군 박미루(북고수)의 공동출연과 김민정, 민윤경, 이윤희, 하세영, 이순옥이 출연한 한 무용인의 일상을 전개한 자서전적 무대로 꾸며졌다.
서승희의 속사포적이고 난해하지만 무속적 신기가 느껴지는 방언과 함께 클래식 음질의 성악가적 음색과 발성에 윤기가 도는 풍부한 성량에 나는 깜짝 놀랐다. 안면도에 이렇게 탁월한 예술인이 있다니... 더욱이나 그의 발성에 수반된 인류의 원초적 무브먼트와 모션에 나는 매료되었다. 70년대 초 홍신자와 황병기의 즉흥적인 소리 퍼포먼스가 있었지만, 그때는 몸의 움직임은 없었다. 서승희의 팔의 움직임에는 밀교적이고 불교적이고 아프리카적인 숨결이 박동하고 있었다. 서승희 찬조의 강은주 춤 무대는 그래서 다이나믹하고 입체적이었다. 궁금해서 전화로 그녀를 불러냈다.
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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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76년에 발족한 칠육극단에서 뮤지컬배우로 활약했고 93년 연극인협회에서 모스크바의 채크린 대학(연극)에 3개월 연수를 보내줘서 배운바가 많다고 했다.
티벳+한국 <나팔 케촉+소리> 퍼포먼스 서승희, 선무 이선옥
2003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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