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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상 의
Chang, Sang E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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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1. 3 - 11. 16 두산갤러리
바람과 넋 그리고 ‘꽃비’
김혜경 / 미술사
흔히우리는 미술, 그 중에서도 서양의 전통으로부터 시작된 미술을 바라보는데 있어 그동안 사용되어온 회화의 양식과 형상을 분석하고
그 다양한 유형사이의 관계, 그리고 이미지에 내포된 형상 자체의 도상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서 주로 해명해 왔다. 동양의 전통회화로부터
현대 한국화까지, 이들을 이해하는데 과연 위와 같은 접근 방법이 유효한 것일까.
전통적으로 동양의 회화를 바라봄에 있어 중요하게 여겨져 왔던 것 중 두 가지만 골라보면 전신(傳神)과 문기(文氣)를 꼽을 수
있겠다. 전신(傳神)은 고개지(顧愷之)를 비롯한 중국 고대 화론(畵論)에서 언급되는 것으로 화면에 그려지는 대상의 형상 뿐 아니라
그것의 정신을 전(傳)함을 이르는 말이고, 문기(文氣)라 하는 것은 동양회화, 주로 전통적으로 문인 사대부의 회화를 논하여 구분할
때 사용되던 용어로서 작품 속에 녹아있는 그리는 이의 정신의 반영을 이르는 말이다. 그려지는 대상의 형상 묘사와 대비되는 전신과
나아가 그리는 이의 정신의 반영이 만들어내는 작품 속 문기는 동양회화를 감상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는 두 가지 요소이고,
이러한 요소들은 물질적이거나 시각적인 것 위에 정신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장상의 선생의 회화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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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81 x 95cm 모시에 수묵채색 2003
‘바람과 넋’이라는 주제로 20여년이 넘게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장상의 선생의 회화는 자신의 그림의 대상이 되는 것의 신(神, 정신)을 표현하고 담아내는데 주목해 오고 있다. 주변의 흔한
풍경 속에서 그림의 소재를 찾기도 하고, 역사적 사건이나 사실을 작품과 연계시키기도 하며, 때로 종교적, 무속적 소재들을 화면 속에
붙잡아 두기도 하는 그의 작품은 <바람과 넋> <꽃비> 그리고 <봄의 침묵> 등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타이틀과 함께 완성된다. ‘춤’과 ‘혼’ 그리고 ‘바람’이라는 작가의 오랜 소재들은 신(神)의 대상으로, 한국의 토착정서인 한과
넋의 모티브로 작품에서 다루어지고 그 속에서 우리는 샤먼을 떠 올리게 된다.
화면에서 때로 희미하게, 마치 부드럽게 공기를 가르며 유영하듯이, 때로 강렬한 원색으로 소용돌이치며 휘감겨 돌아가는 작가 특유의
유기적형상은 우리네 춤사위를 옮긴 것이다. 춤은 작가의 오랜 소재로 가로 900cm×세로290cm의 대작 <바람과 넋>에서는
어둡게 가라앉은 먹의 장막 뒤로 하얗게 피어오르는 여러 겹의 장삼자락이 보는 이로 하여금 화면 속에서 행해지고 있는 의식 속으로,
한판 춤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게 한다. 화면의 또 다른 주요한 소재로 작가는 ‘꽃비’를 선택하고 있다. 화면 속 단순화되고 추상화된
형상과 절제된 채색위로 담묵과 농묵이 적절한 톤으로 화면을 끊어 지르고, 담묵의 만개한 형상 위를 빨강, 노랑, 파랑, 초록이 끊어질듯
이어지며 마치 흩날리는 빗줄기와도 같이 화면을 내리긋는 <꽃비>는 주변의 풍경으로부터 시작된, 작가에게는 하나의 반가운
의례와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장상의 선생이 선택하고 있는 춤을 통한 ‘신(神)’의 표현과 ‘꽃비’로 대신하는 작가의 의례는
샤먼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선생의 화면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주술적 의식이나 기원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른 봄
복사꽃잎이 비와 함께 흩날리며 꽃잎이 빗줄기가 되기도 하고 빗물이 꽃으로 물들여지기도 하면서 만들어내는 <꽃비>는 서설(瑞雪)과도
같이 상서로운 기운을 전하는 것으로 작가에 의해 읽혀지고 있다. 또한 작품의 주된 소재가 되는 ‘춤’은 ‘다시래기’를 옮긴 것으로
지금은 진도에만 그 흔적이 남아있는데, 초상이 났을 때, 그것도 호상일 경우 상제를 위로하고 웃음을 주기 위하여 상두꾼들과 함께
밤을 새우고 노는 상여놀이이자 연극놀이로 그 역시 <꽃비>에서 볼 수 있었듯 격려와 복을 비는 한판 연희를 즐기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찾아 볼 수 있다. ‘한’과 ‘넋’을 작업의 모티브로 삼고 있는 장상의 선생은 ‘한’과 ‘넋’에 녹아있는 말 못할
사연과 슬픔, 그리고이것이 만들어 내는 깊은 울림을 한풀이가 아니라 상서로운 기운과 죽은 자와 더불어 산 자의 축복을 비는 흥겨운
몸짓으로 전환시키고 있고, 자칫 무거워 보이거나 음울해 보일 수도 있는 주제를 ‘흥’으로 , 그리고 ‘상서로움’으로 바꿔내고 있음이다.
이것이 작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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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넋> 91 x 136cm 2003
다루고 있는 ‘신(神)’의 본질이라 할 수 있겠다.(중략)
앞서 장상의 선생의 회화를 감상하기 전 미리 염두에 두어야할 것으로 동양의 화론에서 제기되는 두 가지 문제, 전신(傳神)과 문기(文氣)를
언급하였다. 그리고 선생의 회화를 읽어 내려감에 따라 우리는 이러한 작가의 정신의 풍경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회화의
그것처럼 눈으로 볼 수 있거나 손으로 가리켜 분석할 수 없는 동양의 정신적인 면은 작가의 형상과 빛 속에 일관되게 반영되고 있으며
이것으로 하여 우리는 작품의 표면, 그 너머에서 작가가 옮기고자 하는 대상과, 그리고 그리는 이의 정신과의 만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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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동양화전공) 졸업 * 국내 및 국제교류 초대전 다수
* 충청북도 도전 심사위원 역임 * 대구매일미술대전 운영위원 역임 * 부산시전, 대구시전 심사위원 역임
* 국전 심사위원 역임 * 대구시 청년작가 선정 심사위원 역임 * 중앙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 역임
* 대한민국 국전 심사 및 운영위원, 중앙미술대전 심사, 대구매일미술대전 운영위원, 대구청년작가 선정 심사위원장
* 현재: 대구예술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화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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