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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자신의 예술 세계를 스스로 ‘불꽃의 미학’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면 불꽃의 아름다움, 그것을 통한 자기세계의 형상화가
그의 이상향이라는 것을 표명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적으로 그의 그림은 불꽃을 암시하거나 상징하는 요소들로 가득차 있다.
예를 들면 불꽃을 연상시키는 붉고 검은 색채, 어둠에 휩싸인 주변의 흰색과 타오르는 불꽃 형상의 이미지, 이것만으로도 구체적으로
지시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쉽게 그의 그림이 불꽃의 시각적 느낌을 강하게 전달받는다.
그렇다면 왜 그는 불꽃에 자신의 예술적인 열정을 표출하는가?
‘예술가는 내적 필연성에 따라 자신의 표현수단을 결정해갈 뿐이기 때문에 일정한 양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손정숙의 그림에서 그러한 자신의 확실한 표현수단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그림에 색채가 그러한 일면들을 집요하게 담아내고
있는 점이 그러하다.
그는 화폭에 즐겨 검은 색을 사용한다. 그 검은 색은 언제나 빨강색과 동시에 표현되고 있다. 그 자신이 말한 것처럼 여기서 검정색
선은 또 다른 의식과 싸우는 자아의 모습으로 비
<空 I> 53 x 45.5cm Oil on Canva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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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론 I> 53 x 45.5cm
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빨강색은 흰색과 어울려 조화를 이루도록 형성하고 있다.빨강색과 검정색, 흰색은 어울림과 동시에
하나의 격렬한 리듬으로 화면에서 불타고 있다. 형상을 그리기 위해 사용되던 색채와 선이 그에게는 그 자체로 충분한 하나의 그림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원색과 격동적인 선의 파장에서 작가의 휘몰아치려는 열정을 읽을 수 있다.
추상적인 회화에서 흔히 읽혀지는 이런 선과 색채의 환타지를 그는 ‘에너지의 표출’로 해석하고 있다. 결국 손정숙의 강렬한 색채를
통한 발언과 리듬감 표현은 자기 표현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 된다. 그런 점에 비추어보면 그의 야수적인 원색과 조율되지
않는 단조로운 화풍은 ‘내적 요구’에 의한 ‘즉흥’적인 열정의 반영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자기반영의 열정은 1985년 초기부터
서정적인 화면을 거쳐 구성주의적인 화풍을 지나 현재까지 지속될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동시에 여전히 그는 회화에 있어
내면적인 정신성을 중시하는 깊이있는 작품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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