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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12월호 > 전시 > 전시리뷰 > 박용일 갱인전-어수선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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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Docu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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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일 개인전
2003.11.29 ~ 12.8 갤러리 상
어수선한 풍경
박천남 /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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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풍경> 100 x 200cm Mixed Media on Canva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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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일의 금번 전시는 현실에 대한 반성적, 비판적 거리 두기로 이해된다. 그것은 주로 풍경을 통해 이루어진다. 작가의 작업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우리가 흔히 신도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초고속화 되면서, 많은 것들이 너무나도 빨리 바뀌고 잊혀지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박용일이 묵도한
주위 풍경의 빠른 변화는 새로운 충격 체험이었다. 이른바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주위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고층 아파트들이 많이
지어지고 새로운 집단 유형으로서의 대중이 등장했다. 이들과 함께 기존의 친숙했던 땅의 개념도 빠르게 익명화 되어 갔다. 오랜
세월을 신도시 주변에 살고 있는 박용일에게 이러한 급속한 변화가 주눈 당혹함과 충격은 그가 작가로서 현실에 대해 비판적 계기를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체험으로 작용했다.
박용일의 풍경은 그러한 주위 들녘과 현실에 대한 오랜 관찰과 묵상의 결과들이다. 그러나 그의 풍경은 거기에 몰입하거나, 침잠해서
얻어낸 결과라기보다는, 일정한 비판적 거리를 두고 보려한 작가적 노력이 묻어나는 풍경이다. 지나버린, 혹은 현재를 거쳐 이내
곧 잊혀질 것들에 대한 반성적, 회화적 기록이다.
박용일에 있어 들판의 풍경은 현실에 대한 메타(meta)적인 일종의 ‘반성의 틀’로 작용한다. 그가 제시하는 풍경은 사회적 합의의
틀 내에서 구성이 가능한 가치를 지적하기보다는 우리가 세상 경험을 통해 구성해 가는 진리를 강조하고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장면은
모두 그가 경험한 일상의 장면들이지만 거기에는 엄연한 당대성(當代性)이 개입되어 있다. 때문에 그의 풍경은 과거 숭배적 가치로서이
풍경이 아니라, 당대의 현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는 역사적 증언가치로서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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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풍경> 260 x 162cm Mixed Media on Canva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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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일은 그의 풍경에서 사물들이 많은 방식으로 상호간 더불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어느 한 사물이
다른 사물을 지배하지 못한다. 작가의 풍경은 그것이 반영하는 실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풍경에 속해 있는 전체 사회 체계
속에서의 그것이 차지하는 위치와 차이에 따라 의미가 지워질 수 있는 것이다.
박용일에 있어 예술은 존재가치라기보다는 보여지는 것으로서의 가치이다. 그것은 작가의 경험구조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준엄한
현실, 시간과 시간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 옥수수가 심어져 뿌리내린 층층이 다져진 흙, 그 속을 온몸으로 파고들어 유동하며
터지는 감정의 헝클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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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싱겁도록 간단하고 어느 날은 심각하도록 복잡한 감정. 바로 이것이 박용일이 그의 작업을 통해 풀어 보고자 하는 화제이다.
슬픔의 조각들로 덮어지는 하늘, 허무로 무너지는 작가의 바람, 그 칼바람 속, 옥수숫대 휘는 모습 저만치 창백한 하늘이 보인다.
쓸쓸히 서성이는 작가의 졸인 마음이 거기 있다. 개발의 칼바람,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를 박용일은 소원했건만, 이제 턱까지
밀려오고 있는 믿지 못할 내일이다. 땅 속 깊이 묻어둔 질기디 질긴 박용일의 뚝심. 하늘이 바래고 바래서 투명하게 바스라질 때까지
그려나가리라. 무심한 척 그는 캔버스 앞에 오늘도 버티고 있다.
박용일의 풍경은 대체로 평원의 구도를 취하지만, 감정이 막다른 곳에서는 부분 클로즈업을 통한 과감한 표현으로 또 다른 호흡을
보여준다. 그것은 세부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은 채, 여전히 순식간에 대상을 파헤치고 있다. 당연 선묘(brush stroke)적인
특성이 두드러진다. 그린다는 행위에 있어 박용일이 가장 의미를 두는 부분이기도 하다. 반면 그의 감정은 극히 절제되어 있다.
자연에 대한 압도, 혹은 동화의 감정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의 풍경은 인간중심도 아니요, 자연중심도 아니다.
박용일은 이번 전시에서 건축용 내장재로 쓰이는 테라코트를 사용했다. 여기에 한지의 원료인 닥을 함께 풀어 섞어 걸죽한 자신만의
안료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것을 마치 젯소를 바르듯 손수 제작한 지지체 전면에 도포했다. 회사후소(繪事後素)라 했던가? 작가의
동양적 사유의 반영으로 생각된다. 제작방식과 사유의 전달방식이 바뀌고 있음이다. 손 때 묻은 동양철학 관련 책들이 작업실 책장에
놓여 있다. 물감도 아크릴도 아닌, 먹을 주로 쓰고 있다. 마치 파묵(破墨)의 효과를 보듯 작가의 내면이 테라코트 바탕 위에
갈라 터진 듯 거칠게 화면 위에 드러난다. 튀거나 반사되지 않고 일견 계절만큼이나 독특한 질감효과를 보인다. 지금 만지고 있는
듯, 시각적 촉각성이 느껴진다.
세상에서 불어오는 칼바람, 박용일에게 그것은 다시 세상을 깨우는 찬바람이요, 작가를 일깨우는 바람이다. 열매를 거느릴 때 전혀
몰랐던 땅과 옥수숫대. 어쩌면 다시 만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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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풍경> 100 x 200cm
Mixed Media on Canva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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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는 생각에 박용일은 저들을 사랑으로 어루만지고 있다. 엷은 옷 찢기운 채 차가운
겨울 들판에 흩어 서있는 옥수숫대. 살아남으려는 끈질긴 몸짓에 하늘로 나는 아우성, 금세 갈아엎을 듯 거세게 몰아붙이는 개발의 땅돌림.
그 소리들이 박용일의 귓전을 이고 허공으로 메아리친다.
개발의 찬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지나갈 때 끝내 꺾이고 밑둥만 드러낸 슬픈 몸뚱아리. 산다는 것은 본래 어딘가를 향해 끝없이 떠나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 뿌리내릴 것인가? 그런 그리운 땅 있는가? 사랑하는 땅 있는가? 우리의 꿈과 방황과 욕망을 받아주고
잠재울 수 있는 그런 땅이 있는가? 이제 들판은 그런 세상을 말하려는 듯 작가에 의해 다시 갈아 엎어지고 있다.
세상 변화 피하려 엉성하게 비켜온 자리, 그 잃어버린 자리와 시간에 오늘도 박용일은 붓을 던진다. 잃어버린 아픔만큼 한 움쿰씩 얻어지는
삶의 깊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수선한 풍경, 그것은 현실이기도 하거니와 작가의 나태를 일깨우는, 무서리 내린, 살아있는 숙명의
풍경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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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풍경> 81 x 130cm Mixed Media on Canva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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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 개인전 6회
* 메트로전(관훈갤러리, 서울)
* 현대미술 한일전(서울갤러리, 서울)
* 프랑스 국제 쌀롱전(Carrousel du Louvere, 파리)
* 동아미술대전 특선(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미술은 이미지다(관훈갤러리, 서울)
* 비엔나 한국현대미술전(Palais Palffy Gallery, 비엔나)
* 대한민국 미술대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소나무와 기하학의 만남전(무역센터 현대아트갤러리, 서울)
* 5월의 만남전(소나무갤러리, 서울)
* 변두리전(안양문화회관)
현재
* 경기대학교 출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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