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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12월호 > 전시 > 전시리뷰 > 강희진 개인전-사생에대한 사실적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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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진 개인전
2003.11.26 ~ 12.2 우림갤러리
寫生에 대한 寫實的 表現
김태열 / 문학박사,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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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창작은 ‘내용’, ‘재료와 기법’, 그리고 ‘시각언어’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작가의 예술의지를
통해서 하나로 통합 조직하므로써 유기체의 작품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때 이 세 가지 요소는 작가에 따라 다르며 또한 그가 운용하는
정신활동의 성질에 따라 다르므로 서로 다른 작품을 낳게 한다. 또한 한 작품의 제작에 있어서도 작가의 예술의지가 어느 부문에
치중하느냐에 따라 그 작품의 형태가 다르게 나타난다.
강희진은 대상의 형태를 주관감정보다는 객관감정으로 표현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는 주제의 선택을 철저히 ‘寫生’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리고 사실적인 표현방법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객관대상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형체미(形體美)를 그의 화면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강희진의 작품은 ‘寫生’을 기초로 이룩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여기서 ‘寫生’의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寫生’이란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학습방법이며 또한 창작의 방식이기도 하다. 이는 원래 동양회화
<부곡리 풍경> 72.7 x 53cm
한지에 혼합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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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 한지에 혼합재료 65.1 x 53cm
에 있어서 특히 화조화(花鳥畵)방면에 주로 사용되던 용어로 즉, 화조의넘쳐나는 생의(生意)를 표현해 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명대의 唐志契는 [繪事徵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인물을 그리는 것은 전신이요, 화조는
사생이며, 산수는 유영(昔人謂畵人物是傳神, 花鳥是寫生, 畵山水留影)’이라고 하였다. 그밖에 많은 회화사 자료를 통해서 볼때 사생이란
용어는 비록 화조화의 전문용어이기는 하지만 그 사용범위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고 水墨寫意畵 등에 까지 그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人物의 사생을 ‘傳神’ 혹은 ‘寫貌’, ‘寫眞’이라고 하고 있으며, 산수의 사생은 보통 ‘師造化’ 혹은 ‘師自然’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생의 의의에 대하여 미국의 프린스턴대학 Geroge Rowley 교수는 ‘Writing life’라고
번역하면서 ‘동물이나 화조화 같은 작은 생명체의 생동하는 모습을 표현해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 ‘사생’에 대한 의의는 서양미술의 유입과 더불어 아주 널리 활용하게 되는데 즉, 인물, 정물, 풍경 등의 실물
題材를 표현함에 있어서 ‘실물의 원래 모습을 잃지 않고 자연 그대로이 상태를 그려내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사생의 의미가 단지 실물을 직접 면대하여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臨摹, 想像, 혹은 抽象의 회화형식과 구별되는 것으로 사생의
본질적 창작의미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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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 한지에 혼합재료 72.7 x 60.6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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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한지에 혼합재료 72.7 x 53cm |
이처럼 사생의 의미가 축소되면서 전통회화의 진정한 정신과
발전과정에 대한 이해는 소홀히 하고 전통 산수화를 ‘관념산수’라는 미명으로 폄하하기도 하였으며 또한 이를 추구하는 것은 진부하고
보수적인 것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서양회화의 사실적 표현효과를 모방하고 오직 사생만을 표방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이것이
20세기 오래동안 미술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그 영향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동시대의 작가가 다 그러하듯이 강희진 역시 이러한 영향관계에서 성장하고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듯이 이를
버리지 않고 오히려 이를 바탕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굳건히 구축해가고 있는 것이다. 강희진은 작품소재의 취재원을 자연에 두고 있으나
그렇다고 山些水明한 명산대천의 자연미를 표현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인적 드문 야산의 산길, 도시로 떠나서 인적이 끊긴지 오래된
농촌의 폐가 등 이미 인공의 흔적이 가해졌다가 그 흔적이 엷어지고 다시 자연성을 회복해 가는 일련의 현상들을 통해서 얻어지는 미적
인식을 화면으로 표출해내려는 것이다.
강희진의 작품 구도는 화면을 嚴謹하게 묶고 있으면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모두가 적당한 비율과 위치에 따라 안배되어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으므로 번잡한 듯 하면서도 거기에는 질서로써 유지되고 있어 다행히 혼란스러움을 피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바로 그가 채취한 작품의 소재나 스스로 명명한 일련 명제들 즉, 석수동연가 <회상>
<고향> <추억> <그리움> 등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한가롭고 쓸쓸한 ‘서정성’의 발현이다. 이러한
내용은 작품의 구도가 간략하고 단조로울수록 쉽게 전달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겠으나 강희진은 이와는 대립적으로 오히려 화면을 답답하리
만큼 꽉 채우면서도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황량하고 한가롭고 쓸쓸한 정경을 무리없이 서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예술표현 능력은 그의
오랜 사생 경험의 결과에서 얻어지고 있다 하겠다.
우리는 여기서 문인화의 최고 절정을 이룬 元末 四大家(黃公望 아瓚 王蒙 吳鎭)의 작품과 강희진의 작품을 연계해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적막한 심정을 자연 산수 풍경을 차용해 표출함에 있어 대상을 단순화 개괄하고 있다. 그들의 산수는 이미 자연의
산수가 아닌 또 다른 산수 즉, 그들 내심의 풍경으로 이들은 이를 황량하고 고적한 미적 특질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에서
왕몽은 다른 이들의 작품에 비하여 구도가 복잡하고강렬한 색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면에 있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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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진의 구도와 색채가 이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내용에 있어서는 사뭇 다르다. 왕몽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그의 내면 세계를 ‘寫意的’으로 표현하고 있다면 강희진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객관대상을 ‘寫實的’으로 표현하고 있으므로 예술
전달의 효과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술의 표현 방법은 다만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만약 강희진의 작품에 왕몽의 요소가 결합된다면 즉, 그의
주도 면밀한 사실적 표현에 감성인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의성을 조화시킨다면, 보다 길고 넓은 예술 전달 효과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寫生’에 대한 본질적 의미를 심도있게 인식하고 이를 화면에 적용하는 것이다. 明末淸初의 화가 石濤는
‘사생(생동하는 것을 그리는 것은 확실히 드러내고 함축할 것은 다소곳이 숨겨야 한다)(寫生取意, 체運情摹景, 顯露隱含)라고 말하고
있다.
강희진의 ‘寫生’은 단순히 대상의 외형에 대한 모방이 아니라 사물의 묘사를 통하여 대상의 무궁한 生氣를 직접 포착하려 하는데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 작품은 사실의 단계를 넘어 寫意的 경향으로 가고 있는 과도기적 성격의 작품들이라 하겠다. 그의
창작 역정에서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
* 개인전 2회(군포시민회관, 우림갤러리)
* 동국 2021전(썬&문, 삼정아트스페이스)
* 조형회 창립전(동안전시관)
* 코아미전(안양문예회관)
* 연합전(군포시민회관)
* 제4회 가톨릭 성화성물전(평화화랑)
* 예형회전(안양 롯데화랑)
* 제2회 조형회전(강남구민회관)
* 가톨릭미술가회 제6회 정기전(군포시민회관)
현재
* 예형회, 조형회, 미지회 자문위원
* 한국미협, 가톨릭미술가협회, 동국2021, Art회원
* 롯데 MBC문화센터(강남점, 안양점)
삼성 홈플러스문화센터(영등포점, 북수원점, 금천점)
뉴코아문화센터(평촌점) 출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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