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는 동아시아 회화의 이념과 형식을
대표해온 오랜 전통의 예술양식이다. 시대배경과 문화환경에 따라 각기 특성의 차이는 있으나 한/중/일 공통의 문인화의 핵심적 가치로써
유교의 사인(士人)정신과 시서화(詩書畵) 일치라는 인문정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서양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동양고유의 회화양식으로
발전해 온 문인화는 지적이고 철학적인 미술로써 사의(寫意)적인 표현을 위주로 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북송시대의 사인화의
맥을 이어 명대 동기창에 의해 주창된 문인화 혹은 남종화(남화)는 19세기 말부터 서구열강의 동점과 더불어 봉건시대의 유물인 과거제도의
폐지와 사대부 문인계층의 와해로 점차 쇠락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20세기는 중국대륙의 공산화와 일본의 급진적 서구화로
문인화의 전통은 단절의 위기에 처해 점차 유명무실하게 되었으며, 일본 식민정책의 강점기를 거쳐 오늘날 한국에서만이 유독 선비그림의
전통과 사군자라는 관념적 형식의 답습으로 그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50년 동안 극동에 있어 근대사회로의 이행은 서구화를 의미했으며, 서구화가 곧 현대화라는 개념과 다르지
않았던 시기였다. 따라서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라는 시/서/화 일체의 인문사상에 그 바탕을 두고 발전해 온 문인화는 서구문화의
충격과 20세기 현대미술사조의 영향으로 마침내 급속도로 그 정신마저 해체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문인화 양식의 근간을 이루는 시/서/화
중에서 시(詩)가 먼저 떨어져 나간 다음의 '서화(書畵)'는 일본을 통해 수입된 '미술(美術/Art)'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대치되기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미술시대의 '서화'는 낡은 개념의 용어로 인식되었으며, 서화에서 다시 서(書)마저 떨어져 나간 현대의 수묵화는
필묵정신의 상실로 지리멸렬해진 감이 없지 않다. 게다가 선전과 국전 이후 경향간에 상업적 공모전의 난립으로 가장 맑고 격조를 지녀야할
문인화가 저변확대라는 이름아래 저질화 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21세기 문턱에 선 지금은 문인화의
핵심적 키워드인 '문인(文人)'에 대한 개념 역시 모호하기만 하다. 현대문인화에서 문인은 어떤 신분이며 어떤 의미여야 하는가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명칭의 개념정립 없이 새로운 양식의 문인화는 기대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문인화가 현대에도 자생력이 있을까? 사대부 문인계급이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진지 이미 한 세기가 지났고, 또 문인이 아닌 화가나
서예가의 손에 의해 그려진 관념적 소재나 전통양식의 화풍의 그림이 과연 문인화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필자의 판단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소동파에 의해 명명된 '사인화'란 우리말로 바꾸어 말하면 '선비그림'인 셈인데, '문기(文氣)'와 '기운생동(氣韻生動)'를
지향해 온 선비그림(문인화)의 설자리가 분업화되고 다원화된 현대에도 과연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전제한다면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과 그 대안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겠다.
따지고 보면 동기창에 의해 비롯된 문인화의 명칭은 탄생 당시부터 애매 모호한 개념이었으며, 선불교의 남/북종을
본떠 회화양식을 남/북화로 나눈 것 자체가 크나큰 모순이 아닐 수 없었다. 그의 이론은 문인들에 의한 여기로서의 그림과 직업화가의
작품을 차별화 하는 데 이론적 공헌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문인화가와 직업화가라는 그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게 되었으며, 남북종론에서
그 평가기준을 '사의(寫意)'와 '공필(工筆)'이라는 용어를 대립시킴으로써 한 층 더 혼란스럽게 되었던 것이다. 사의의 상반된 개념은
'사형(寫形)'이지 공필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늘의 서구중심의 미학적 관점과 비평적 태도는 혼란을 한층 더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의 완칭리(萬靑力) 교수 같은 미술사학자는 20세기에 들어와 본격적인 중국회화사의 연구가 국내외 학자들에 의해 진행되면서 '문인화'라는
용어의 개념이 잘못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중국 근현대미술을 조망하는 기본적인 입장으로 '삼원칙'이라는
평가기준을 제시하여 서구중심의 잘못된 예술사를 바로 잡고자 하였다. 참고로 '삼원칙'을 인용하면,
"첫째, 반드시 중국적인 내적 요인을 기준으로 중국회화사를 조망하면서 중국화가를 형량(衡量)해야 한다.
둘째, 서구 현대예술의 개념을 가지고 중국 현대예술사를 규정할 수 없으며, 또한 서구 현대예술사의 발전과정을 중국 현대예술사에 적용시켜서는
안 된다. 즉 기본적으로 서구의 회화전통과 중국의 회화전통은 완전히 다르다. 셋째, 서구중심론 혹은 중국중심론으로서가 아닌 인류문명사라는
폭넓은 시각에서 출발하여 동서회화사를 비교하고 각각의 인문적 내용과 가치관념 그리고 발전적 경향을 검증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이론은 비단 중국의 근현대미술과 동서회화사의 연구과정에만 필요한 비평적 방법이 아니라, 한/중/일 미술사의 공통적
과제이기도 한 문인화의 재해석과 비교연구에 있어서도 도움을 주리라 본다. 특히 문인화는 양식의 특성상 '인문적 내용과 가치관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주체적 입장에 선 근현대한국미술사와 그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작업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더욱이 문인화와 서예에 대한 역사적 자료의 비교연구와 그 발전적 방향제시를 위한 비평적 방법에 대해서도 초보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문인(文人)과 학인(學人)의 차별화를 강조했던 청대의 고증학파와 조선후기의 실학의 영향으로 문인화의
양식 또한 일변한 바 있듯, 서구미술의 도입 이후 20세기 전반기의 서구미술중심으로부터 전통주의나 동양주의로의 복귀현상과 문인화운동에
대해서 그 성과와 평가를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하나의 예로 해방 이전의 근원 김용준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1920년대 일본에 유학한 모더니스트 유화가로서 세기말적 퇴폐미술을 추구했으나 1930년대 말 남종 문인화로 전향, 동료 화가/문인들과
더불어 <문장(文章)>지를 통해 동양주의 미술론과 문기 있는 작품으로 새로운 문인화운동을 전개했던 한국현대문인화의 선각자이다.
이는 중국회화의의 근대적 미술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쉬베이홍(徐悲鴻)이 서구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돌아와 중국화로 전향했던 것이나,
포비즘과 큐비즘 양식을 시도하여 일본미술계에서 가장 전위적인 작가로 주목되었던 요로츠 테츠고로(萬鐵五郞)가 1920년대 전반기에
남화로 회귀하였던 사례와 비교될 수 있다.
김용준은 당시 시대에 낙후된 감이 없지 않은 문인화의 미감을 재평가하고, 문인화에서 '문(文)'의 역할에 주목하여
그림에 다양한 서체로 문을 포함시켰으며 낙관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서(書)를 '예술의 극치요 정화(精華)'로 보았으며,
남종문인화에 대해 "동서고금을 통하여 회화의 최고 정신을 담은 것이 남화요, 남화의 비조(鼻祖)로 치는 이가 왕마힐(王維)"이라고
극찬하였다. 시서화가 해체되어 가던 시대에 그는 오히려 역으로 소동파나 왕유의 사인정신으로 의 복귀를 시도하고 있었던 셈이다. 시서화
일치사상을 통해 문인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고 바람직한 전망을 제시하려 했던 김용준 그림에서 화제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한시뿐만 아니라 그 당시만 해도 어느 누구 하나 시도해본 적이 없는 한글화제를 쓴 것은 획기적인 측면으로 평가되어 마땅하다.
그는 뒷날 해방공간에서 서울대학에 미대교수로 부임하면서 문인화가인 월전 장우성과 서예가 소전 손재형 등을 교수로 초빙하여 본격적인
문인화정신의 현대적 풍격을 가르치게 되며, 그 문하에 산정 서세옥이나 남정 박노수 같은 작가를 배출시킨다.
하지만 김용준은 애석하게도 월북하게 되어 그의 지속적인 문인화운동은
다시 단절되기에 이르고 만다.
이처럼 문인화가로서의 김용준은 서화에서 미술로 이행하던 시대에 그 반대로 미술에서 서화로의 회귀를 몸소 실천하고,
동양주의 사상으로 한국적 정체성 찾기에 모범을 보여준 작가이자 이론가이며 교육자였던 것이다. 문인화의 조형어법에서 서(書)와 문(文)의
가치를 재인식한 김용준은 우리들에게 21세기 신문인화(新文人畵)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곧 시인과 서예가와
화가로 각기 쪼개진 근대적 의미의 전문화시대에 문인화의 위기는 산업화시대의 어쩔 수 없는 추세였다 해도 그 정신과 가치만큼은 결코
포기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한 꾸준한 재해석작업과 창조적 계승을 모색해야 함을 예시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비록 문인의
개념은 바뀌었어도 지성과 철학이 필묵과 결합된 문인화의 맥은 오늘의 되살릴 필요가 있다. 급변해온 20세기 서구현대미술의 사조는
곧 다양하게 분기된 양식사에 불과하지만, 동양회화사에서 가장 고차원적인 정신세계를 지향해온 서예와 문인화 혹은 선비그림은 단순히
보존해야할 전통적 유산으로서 뿐만 아니라, 21세기에도 지속적으로 창조되고 계승되어야할 필묵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묵예술에 있어 정신성 못지 않게 중요한 특성은 도구와 재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
서예와 문인화의 격조는 비판적 의식이 강한 인문학정신과 시적 문학성에서 말미암는다. 하지만 필묵예술의 성공은 문필정신과 더불어 도구와
재료의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 흔히 서예와 사군자화를 선의 예술이라 하나 그것이 단순한 선과 점의 집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선과 점은 자연의 선이 아닌 필묵의 수련을 통한 인문화의 과정을 거친 획선인 것이다. 획은 그런 의미에서 일반 점/선과 구별된다.
그리고 획은 곧 법의 범주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사혁이 말한 동양예술의 핵심인 '기운생동'과 '골법용필'이나 석도가 일획론에서
언급한 '태고무법'은 모두 이 획법의 첩경을 통한 정신적 초월성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칸딘스키가 조형론적 입장에서 분석한
점/선과 석도의 일획론적 입장에서 주장한 획/선은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차이점이란 오랜 전통의
정신성 뿐 아니라 필/묵과 종이라는 물성에서 오는 매체의 특수성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글씨에서 작가의 흥취나 무의식 세계를 찰나적으로 낚아채는 초서(특히 狂草가 그렇다)라든지 대나무와 난초를
'친다'고 표현해 온 것 등은 필묵예술의 매체적 특성을 잘 반영해 주고 있는 말이다. 즉 편필이 아닌 360도의 원필에 의해 일회적으로
흉중의 일기(逸氣)를 표현할 수 있는 매체가 곧 동양 고유의 문인화 형식이요 우리들이 창조적으로 계승하고자 하는 신문인화의 필묵예술인
것이다.
중첩된 붓질에 의한, 소위 현대수묵화형식의 추상화 계열에
속한 작품들이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경우도 이 매체의 특성을 잘 살려내지 못한 결과이다. 지난 세기 80년대에 있었던 수묵운동의 실패원인도
수묵(水墨)의 물질적 덩어리만 있고 필묵정신을 찾아볼 수 없는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해 먹만 있고 붓이 빠진 것 마냥,
그것은 먹에 물타기 식의 그림에 지나지 않은 이념 없는 운동으로 대부분 골기(骨氣)와 문기(文氣)가 없는 작품들을 양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예의 획선은 물론 사군자의 기본적 훈련도 없이 동양화/한국화를 가르치고 있는 대학이 더욱 문제의 온상인 셈이다. 우리
한국화단에는 아직도 그러한 악영향의 잔재들이 횡행하고 있음을 본다.
수묵화뿐만 아니라 서예와 문인화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늘의 대부분의 문인화가 시대정신을
망각한 채, 소재주의와 전근대적 형식주의의 답습에 머물러 있는 감이 없지 않지만, 새로운 인식과 사명감으로 개선의 각오를 철저히
한다면 신문인화의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한히 열려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뜻을 함께 하는 문인화가, 동양화가, 서예가, 전각가,
평론가 등을 망라한 중진작가들이 지난해부터 한자리에 모이기 시작하였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문인화운동을
전개하려 한 것이다. 우리 신문인화회는 단순히 전통양식의 계승이 아닌, 필묵정신을 통한 시대정신의 표현으로 자유해방으로서의 신문인화의
창신(暢神)을 도모하려 한다. 이 같은 취지에서 신문인화회는 기존의 명칭을 폐기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식전환만이 중요하며, 기왕
우리나라에만 남아 있는 '문인화'의 명칭을 그대로 존속시키기로 했다. 앞으로 국내전시분만 아니라 한/중/일 교류전과 국제전은 물론
필묵정신의 발전적 계승과 문인화의 이론정립을 위한 학술활동과 국제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창립회원의 구성에 다소 출입이
있었으며, 개인사정으로 창립전에 출품하지 못한 회원도 있음을 밝혀둔다.
문인화는 정신주의 미학이다. 사의와 형상이 함께 어우러져 격조 높은 예술이 완성되기 때문에 서양미술 보다
앞선 추상주의의 태두요, 자유분방한 자유의 미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옛 선비나 사대부가 글씨를 쓰고 남은 먹으로 그림을 그렸다
해서 중국에서는 '落墨畵'라고도 했다.
당시만 하드라도 문인이 되려면 '詩書畵'에 삼절을 해야만이 비로소 문인으로서의 완성이 가능하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현대미술교육의 컨셉으로서는 불가능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이번 '신문인화회' 탄생에 주도적 역할 맡았던 초정 권창륜은
'書畵同源'의 진리를 터득하기 위해 집요하게 천착해 온 서예문인화계의 중진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중국 西 印社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그는 全中國 규모의 서예대전에서 심사위촉을 밭기도 했다. 현존 서예인으로서는 독보적인 경지를 구축하고 있는 그는 지난
77년 제26회 국전(서예부문)에서 최고상(국무총리)을 수상했다. 문인화 작품활동의 경륜만도 30년을 헤아리는 작가는 해방 1세대의
선배작가들을 빼어놓고는 유일하게 '詩書畵' 탐구에 집념을 쏟고 있는 서화단의 중진이다. 표제의 작품 <紅梅>는 화제로서의
초서와 문향이 솟구치는 홍매와 이상적인 화면분할 등 조화를 이루면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또한 <괴석> 역시 자유분방하면서도
운필의 세가 돋보이고 <조롱박>은 희화적인 회화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먹의 절제와 농담, 초서의 화제가 앙상블을 이루는
좋은 작품이다.
문인화는 작가의 정신주의와 흉중일기가 작품으로 승화되어 표출되는 격과 품이 있는 고답적인 예술이다. 다시
말해 그 누구도 닮지 않는 자화상 같은 것이다. 추사의 '歲寒圖'는 현대미술의 시각으로 분석을 하면 콤포지션 상의 모순 등 여러
이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명품으로 꼽는 까닭은 고답적이고 청윤한 향기를 쏟아내는 자유분방한 추사만의 '游天戱海'사상이
그 작품 속에 꿈틀거리며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인화회' 창립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청람 김병옥은 초기 동양화로 국전에서 여러차례 입선 경륜을 가지고
있으며 서단에 입문하여 지금까지 30년 넘게 작품활동을 하여 성가를 한 후 문인화 수업을 겸전하였으니 따지고 보면 '서화동원'의
정상 코스를 밟은 셈이다. 지금은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는 문인화단의 중진이다.
표제의 작품 <게>는 먹색의 남용을 경계하면서 농담을 한껏 살린 逸品畵다. 공간과 여백의 분할
등 깔끔하면서도 贅育을 말끔이 떨쳐버린 세련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작품 <荷香>은 연꽃과 복숭아,비파 등 싱그러운
계절미를 탐스럽게 쏟아내는 작품으로 작가의 풍부한 기량과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작품 <감>은 작가의 성격만큼이나
정갈스럽고 해맑으며 디테일하면서도 섬세한 작품세계가 인상적이다.
스승인 이당 김은호에게서 극사실기법의 인물화 등 北宗畵를, 월전 장우성에게서 南宗文人畵를 익힌 아천 김영철은
'신문인화회'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중진이다. 최연소 수상으로, 국전으로 등단한 그는 50년의 작업경륜을 쌓고 있다.
문인화의 현대적 해석과 새로운 개념설정 등 옛 것을 바탕으로 시대적 감각에 맞도록 재창조한다는 정신주의와
실천을 표방하고 출범한 이 그룹은 좌표를 상실하고 혼돈 속에 방황하는 한국 문인화의 창조적인 진로를 열어 가는데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표제의 작품 <春江烟柳>는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가 불현듯 생각나는, 향수와
서정이 물씬 솟구치는 작품이다. 문인화의 생명인 일필일회성의 단필로 완성한 이 작품은 절제와 간결, 축쇄가 어우러진, 표현질의
진수로 완성한 '新文人山水'가 아닌가 싶다. 작품 <秋情>은 벤치에 앉아 남녀가 으스러지도록 포옹을 하고 있는 극적인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기법과 표현의 방법론에서 표현주의적인 이미지화로 현대감각이 물씬 나는 등 문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왼쪽 <春江烟柳> 103 x 51cm
오른쪽 <秋情> 67 x 52cm
*이당 김은호 선생, 월전 장우성 선생 사사
*한국동양화대전 출품(국립현대미술관)
*추사 감정희 선생, 세종대왕 영정 제작
*맹호출림 대작(청와대 소장)
*개인전 및 국제전 20여회
*왕인 박사 영정 제작(전남 영암 월출산 소재)
*89 LA 동일당 화랑 초대전
*한국미술협회 이사
*제19회 미술대전(문인화) 심사위원장 역임
*제2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문인화)
운영위원장 역임
한국의 문인화는 우리민족의 근간을 이루는 대표적인 장르요, 예술양식이다.
중국 남종문인화의 획일적인 답습이나 매너리즘에서 탈출하기 위해 문인화의 현대화 작업 등 저항의 기치를 든
작가의 한 사람이 야정 서근섭이다. 그러나 문인화의 현대화 작업을 빌미로 문인화 정신이나 좌표를 잃어버린 채 부화뇌동하는 일부
맹신하는 작가들의 혼돈은 문인화의 창조적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야정 서근섭은 대학에 몸담고 있으면서 문인화의 현대화 작업을 위해 고민하고 탐구하는 작가다. 표제의 작품
<매화>는 사군자 화목으로 가지에 핀 한 송이 홍매가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다. 화선지 대신에 까만 먹색 바탕으로 마티엘
효과를 극대화하고 다시 흰 바탕 위에 표현코자 하는 물상을 그리고 있는 표현주의 성향의 현대문인화를 추구하고 있다.
작품 <露氣>는 이름 그대로 이슬 먹은 파초 잎의 생동한 기운을 그리고 있다. 리얼한 표현의
방법론을 지양하고 현대적 표현양식의 사의적인 이미지를 표출하려고 하는 것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통의 굴레에서 탈출하는 등 한국미술의 현대화에 기치를 높이 든 라석 손병철은 한국의 문인화단에 '물파주의'
예술양식을 태동케 한 장본인이자 중심인물이다.
그는 북경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하여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론과 실제를 겸전한 문인화가다.
한국미술의 전통화단에서 시대에 민감한 그의 철학과 의식 때문에 저항을 받기도 하지만 문인화의 현대화 작업은 한국미술이 생존하기
위한 역사적 소명이라고 지론을 펴는 화가다.
'신문인화회' 창립에 산파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 창립전에 작품 <이라크-충격과 공포> <사막에
피는> <해방전쟁이냐 테러냐> 등 3점을 내 놓았다. 독재자를 물리치기 위해 또 다른 인간 집단을 대량학살 해야하는
모순과 악순환, 그의 회화에는 인간을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문인화의 새로운 조형성을 보여주고 있는 나석의 작품세계는 후세인의 인물사진을 곁드리는 등 꼴라즈나 인팩트아트
기법까지 구사하는 흥미로운 작업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의 참화와 이스람 사원 등이 화제로 등장하고 있으며 붉은 글씨의 한글서예,
붉은 매화꽃이 오버랩 기법으로 화면을 완성하고 있다.
문인화는 한국미술의 대표적인 예술양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동양 사유의 철학에는 서화가 그 근간을
이룬다.
석헌 임재우는 전각, 서예, 문인화에 공히 능한 서화단의 중진이다. 세계의 미술양식 속에서도 서예는 神妙한
조형성으로 많은 관심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화가 그 연찬에 지난한 것은 그 완성도에서 고답적인 수양과 인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공자의 繪事後素는 서구의 물량주의에는 緣木求魚격이지만 동양의 예술행위에서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된다.
표제의 작품 작가의 <秋節餘色>은 탐스런 가을을 연상케 하는 빼어난 작품이다. 표주박과 넝쿨이
앙상블을 이루면서 문기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작품 <蘭>은 작품의 화면분할과 화제가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잎의 자유분방한 구성에서 현대감가이 물씬 난다. 전통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형상성을 창출코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역력하다. 현대전각20인초대전에
참여하고 있는 석헌의 전각예술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서울, 대전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대 서단의 역량있는 작가로 오랜 작품활동의 경륜을 쌓아 온 목인 전종주는 '書卷氣文字香'의 수행에 몸소
실천해 온 중진이다. 문인화와 서체추상의 탄생에 주도적 역할을 해 온 작가는 서체의 조형성을 문인화에 접목함으로서 서화동원의
본원적 완성에 많은 기여를 했다.
물파주의 이즘을 통한 문자와 이미지 연구, 새로운 문인화 탐색 등 학문적 연구에 진력해 온 그는 '마크토비의
서체에 관한 연구'등을 저서로 내 놓았다.
표제의 작품<墨梅>는 형상의 포커스를 작가의 視點에 맞추어 최소한의 축쇄된 간결한 언어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자유분방한 농묵의 遊戱가 돋보인다. 작품 <幽鳥>는 멋과 농기가 어우러진 문인화의 진수를 표출해 놓고
있다. 해악과 풍자는 문인화를 수행하는데 생명력 같은 것이며 이렇듯 여유와 관용과 풍용로움이 문인화를 보다 알차고 살찌우게 하는
것이다.
작가는 현재 호남대학교 미술학과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한국서예의 세계화를 위한 여러 국제전
등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예총 전남지부 지부장 역임
*한국서예 100인전 초대전(예술의 전당)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
(국립현대미술관)
*문자와 이미지전(한림미술관)
*DUN GROUPE DARTISTES COREENS
(FRANCE)
*저서 : 마크토비의 서체에 대한
미학적 연구
*물파 서울국제전(도올아트센타)
*동아시아 필묵 정신전(예술의 전당)
*서체 추상 100인 초대전(물파아트센타)
*호남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문인화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껴 氣로 얻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고답적인 정신예술이라는
뜻이다. 문인화가 회화의 상층구조에 자리하고 있는 것도 그 속에 그린이의 인격, 교양, 예술의 향기, 고격의 작품성 등이 함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인화는 치는 이의 마음과 자화상을 그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격조와 품위를 잃어버리면 실격이 된다. 그만큼
어려운 한국미술의 한 장르요 양식이며 완성의 경지에 이르면 그만큼 희열을 만끽하게 된다.
남천 정연교는 전통화법에 기조한 독자적인 자기어법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하고 탐구정신이 강한 문인화가다. 그동안 외연의 단순한
재현이 아닌 형상의 왜곡, 변주 등 새로운 실험을 위해 많은 작업을 해 온 집념의 작가다. 가령 국화잎의 롤잉 기법이나 소재로서의
각종 물상이나 형상의 변주 등은 기존질서에서 탈출하려고 하는 작가의 집념을 읽을 수 있다.
작품 <富貴>는 활짝 핀 모란꽃이 탐스러울 만큼 풍요롭다. 구도와 설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竹石>은 예리한 필선과 먹색의 농담처리가 뛰어나고 생동감 있는 선묘를 보여주고 있디. 작가 남천은 일찌기 이당
문하에서 사승을 했으며 독립지사의 후예이기도하다. 현재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및 우수상 수상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 및 운영위원
*전북미술대전 심사 및 운영위원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초대출품
*한국문인화 20인 초대전(도올아트센타)
*서울 베세토전 초대출품
*원곡서예상 수상
*목우회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한국미술협회 회원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예과 객원교수
홍익여류한국화회의 창립과 함께 초대 회장직을 역임한 바 있는 작가는 현대미술 예술양식에서 문인화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주장해 온 의식 있는 중진이다.
새롭게 태동한 '新文人畵會' 창립메버로 참여하고 있는 까닭도 문인화의 사의성, 형상성이 표현주의 성향의
정신주의 예술에서 비롯되었다는 작가의 심의적인 조형의식과 일치하는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에서 자유분방하면서도 미의
질서가 엄존하는 것은 유독 문인화에서 만은 격조와 품위를 중히 여기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표제의 작품 <산수 1∼2>는 그 누구도 닮지 않은 탁양지만의 독보적인 경지를 구축하고 있다.
주름진 산봉우리가 접합하여 하나의 응축된 외연을 만들어내는 신 문인산수의 형상성, 먹색과 보라빛깔 등 절묘한 색조의 모노톤한
표현기법, 죽림과 송림 속에 둘러 싸인 아늑하고 은밀한 산사 등은 현대감각을 표출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특히 화면의 공간분할과
구성기법에서 풍자와 희화성적인 표현상의 특징은 탁양지 예술의 문기있는 胸中逸氣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대미술의 해외초대전을 여러차례 가져 온 작가로서의 안목은 한국성의 세계화에 많은 배려를 하고 있는 작가의
집요한 노력이 엿보인다
오른쪽 <山水 1> 68.5 x 69cm
왼쪽 <山水 2> 68 x69cm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7회
*여류 동양화, 중견작가전(신세계미술관 초대)
*홍익현대미술 초대전(홍대박물관)
*한·중회화련전(북경, 중국미술관)
*홍익여류한국화회 창립전, 회장 역임
*BUDAPEST ART EXPO(헝가리 부다페스트)
*한국현대미술 오스트리아 비엔나시장 초대전
*한·필리핀 현대미술 초대전(필리핀 국립미술관)
*신수회전(공평아트센터)
2003년 05월호 > 전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