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기 2002년은 전 인류의 축제로 일컬어지는 월드컵
축구대회가 우리 한국에서 개최되는 매우 뜻깊은 해입니다.
이처럼 뜻깊은 해를 맞아 저희 성균관대학교는 세계 초일류를 향하는 힘찬 도약과 함께 우리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금번 개최되는 '21세기 한국화가 초대전'은 성균관대학교의 건학이념과 세계지향의 정신에 따라 월드컵 대회
개최를 축하하고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널리 소개하기 위한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입니다.
어려운 학교 살림 속에서도 본 초대전이 개최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신 학교 당국과, 그리고 분주한 생활 속에서도 본 초대전의 취지에
적극 찬동하시어 참여해 주신 작가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저희 성균관대학교는 유학(儒學)의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교시(校是)로 하여 동양의 전통문화를 시대정신으로 계승·발전시키고,
전통과 첨단(尖端)의 조화를 추구하며 세계일류를 지향하는 600년 전통의 한국 최고(最古)의 대학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희
성균관대학교로 인해 동양의 전통문화 형식은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서양의 전통문화 정신은 날로 심원(深遠)해지고 있습니다.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잠시 오늘의 문화현장을 직시해 보면 서양의 문화가 저들의 함포외교(艦砲外交)와 함께 이 땅에 충격으로 다가 온 이래 우리들이 한눈을
파는 사이 동양의 문화는 그 정수(精粹)를 급속히 잃어가고, 지금은 우리 문화의 중심이 아닌 주변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미국 중심의 세계화 이데올로기가 강자 중심의 힘의 논리로 전개되면서부터 전통적인 동양적 '세계화'와
'문화전통'을 다시금 해석·이해하고 부흥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동양적 '세계화'와 '문화전통'은 애초부터 인간으로서 금수(禽獸)이기를 끝내 거부하려는 가치의식과, 사리사욕을 떨치고 끝내 공의(公義)에
입각하려는 도덕의식과, 그리고 추한 야만(野蠻)에서 벗어나 소박하게 세련된 개발을 끝내 추구하려는 문화의식으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 의식은 사람이 인간으로부터 일탈하여 정글의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금수와 야만의 세계로 행여 떨어질까 전전긍긍(戰戰兢兢)하는
우환의식(憂患意識) 중심의 철학으로 일관되어 왔습니다. 그리하여 동양적 '세계화'와 '문화전통'은 시대상황에 따라 허다한 굴절(屈折)이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성과 감성, 자유와 절제, 독립과 조화, 계승과 창신의 정신을 끊임없이 발휘하면서 대동세계(大同世界)를
지향 ·추구하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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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로 이들 구체적인 지향과 추구활동의 중심자리에는
항상 동양의 전통예술이 있어 왔고, 동양 전통예술의 중심자리에는 항상 서화(書畵)가 있어 왔습니다. 그 까닭은 서화(書畵)가 동양의
사유와 문화의 생성·존재의 마지막 기본 논리인 대대원리(對待原理)에 가장 충실하고, 기타 음악·건축·공예 등 모든 전통예술이 서화가
본래 내함(內含)하고 있는 형이상학적 가치와 객관적 형식률의 세계로부터 결코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화는 곧 동양 전통예술의 핵심입니다. 동양의 모든 전통예술의 발전과 바람직한 세계화 및 문화전통의 성취 여부는 서화문화의 흥쇠(興衰)와
필연적으로 깊이 연계되어 있습니다. 저희 성균관대학교가 서화에 대한 새로운 시대적 해석·발전·부흥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바로
서화의 이런 보편적 특수성 때문입니다.
이에 저희 성균관대학교에서는 건학이념의 일면을 실천하고 한국의 서화문화 발전에 작은 정성을 모아 보고자 지난 2001년에 1차적으로
한국의 대표적 서예가 200분을 초대하여 '21세기 한국 서예·문인화가 초대전'을 성대하게 개최하고, 초대작가 모든 분들이 출품작을
흔쾌히 기증해 주심으로써 저희 박물관에 영구 소장한 바 있습니다.
이제 월드컵 대회가 개최되는 2002년을 맞이하여, 한국문화의 정수(精粹)를 간직하고 있는 저희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사계(斯界) 여러분들의
중론에 따라 '21세기 한국화가 초대전'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2002월드컵 대회가 개최되는 동안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관심을 갖는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저희 대학교를 탐방하리라 사료(思料)되며, 아울러 한국의 문화·예술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21세기 한국화단의 큰 별이요 문화 창조의 선도자이신 초대작가 선생님들께서 '21세기 한국화가 초대전'에 적극 참여해 주시고 소중한
작품까지 흔쾌히 기증해 주신데 대해 성균관대학교는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다시 한번 작가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아울러
작가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뜻을 고이 받들어 기증하여 주신 소중한 작품을 선현들의 유묵과 함께 저희 박물관에 영구 소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리 모두 함께 한국의 문화 발전과 성균관대학교 발전에 적극 동참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2002년 5월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장
송 하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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